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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Jan 25. 2024

추억은 어떻게 비울 수 있을까?

추억은 남기고 물건은 비우는 방법


추억이 담긴 물건은 어떻게 비우나요?


추억이 담긴 물건은 두 종류로 나뉩니다.

자주 들춰보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 자주 들춰본다는 건 그 물건으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있다는 뜻이지요. 잘 생각해 보면 그런 물건은 주로 보이는 곳에 놓거나 꺼내기 쉬운 곳에 보관하지요.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거든요. 반대로 자주 들춰보지 않는 물건은 추억은 있지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물건에 해당합니다. 서랍 깊숙한 곳에 혹은 일 년에 몇 번 열어볼까 말까 한 상자 안에 있습니다. 그 물건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존재조차 잊을 때도 있지요.


생각해 보면 사실 모든 물건에는 추억이 깃들어있습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작은 책갈피,  선물 받은 책, 물려받은 옷, 여행에서 산 소품 등 모든 물건에는 추억이 들어 있습니다.(주위를 둘러보세요. 우리와 추억이 없는 물건은 아마 없을걸요?)


물건을 비우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추억 때문이라면 핑계입니다.

 정말 추억 때문이라면 그 물건을 꽁꽁 숨겨놓지 마세요. 상자 안에서 서랍 안에서 당장 꺼내놓고 자주 보면서 좋은 에너지를 채워보세요. 그러다 보면 그렇지 않은 물건은 비울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아 이 물건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나는 물건이구나'

'아 이 물건은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지네?'

물건들을 가까이에 두다 보면 어떤 물건이 내게 힘을 주고 어떤 물건이 내 에너지를 빼앗아가는지 분별력이 생기거든요. 부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물건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반면 너무 소중하고 좋은 추억의 물건 같은 경우 그것을 꼭 비우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물건을 비우려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필요하고 소중한 물건을 남기고 그 안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물건들이 빼앗아가는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함입니다.(그저 그런 물건들은 소중한 에너지뿐만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도 앗아가기도 합니다.)


물건을 비우기로 마음먹었을 때 추억을 떠올리기보다는 그 물건 이 주는 에너지 자체를 잘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나쁜 기억의 물건은 쉽게 비울 수 있지만 좋은 기억의 물건은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때 비울까, 말까 고민이 시작된 물건은 이미 마음이 식어간다는 뜻입니다. 정말 소중한 물건은 잘 보이는 곳에 보관하고 잘 사용하며 비울까, 말까라는 고민조차 하지 않거든요.


우리가 비워야 할 추억의 물건은 서랍장 안에 묵혀있는 리빙박스 속에 들어있는 잘 보지 않는 케케묵은 먼지가 쌓인 그런 물건들입니다.

(주기적으로 꺼내본다면 비우지 않아도 된다. 주기적으로 긍정기운을 받는다면 말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그 물건 언제 꺼내 보았는지 떠올려보자. 이제 그만 비워야겠지 않을까?) 추억은 사전적 의미로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이나 일이라고 나와있습니다. 추억은 그 물건 자체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추억을 회상하는 매개체역할을 하기도하지만 꼭 그 물건 자체를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얼마 전 추억이 담긴 신발을 비웠습니다. 마음은 생각보다 덤덤했습니다. 년 동안 신발장 한 구석을 지키고 있던 커플 워커는 남편과 나의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는 신발이었습니다. 결혼 후  생일기념으로 맞춘 커플 신발이라 의미가 있었지요. 당시 유행하던 신발이라 자주 신었는데 짧지만 신발과 쌓인 추억이 꽤 있었지요. 여행은 무조건 편한 신발을 신어야 하지만 예쁘다는 이유로 그 신발신고 돌아다니다가 물집이 잡혀서 여행 내내 발이 아파 힘들었던 추억과 키가 작은데 굽이 조금 있는 그 신발만 신으면 사진 속 나는 비율이 꽤 좋게 나온 추억들이 생각납 . 가끔 추억은 떠올렸지만 신지는 않았어. 그 이유는 워커는 참 예뻤지만 신었을 때 딱딱하고 발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임신을 하고부터는 그 신발을 거의 신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신어야지라고 생각은 했지만 워커는 늘 신발장을 벗어나질 못했지요. 아이를 낳고도 그 신발은 오래도록 신발장 한 구석을 지킬 뿐이었습니다. 그 사이  신발에 대한 가치관도 바뀌었습니다. 멋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패션피플에서 멋있지 않아도 신발은 무조건 편해야 한다고요. 언제든 호기심 많은 남자아이를 쫓아가려면 신발은 편안해야 했고 무거워도 안됩니다. 무겁고 불편한 신발을 신은 날이면 하루종일 다리가 아프고 생기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동안 신발을 비우지 못했습니다. 그놈의 추억 때문에요. 추억이라 생각했던 신발은 어느샌가  보기만 해도 불편했습니다. 신지 않는 게 아깝기도 하고 한 번이라도 빨리 신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늘 불안했지요. 그리고 약 4년 만에 추억의 신발을 비울 수 있었습니다. 신발의 추억은 남기고 신발을 비웠습니다. 추억이 깃들어 비우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신발은 생각보다 비우니 오히려 속이 편안해졌습니다. 신발장 안에 케케묵어있던 신발을 보지 않으니 마음이 불편해지지도 않았습니다.


추억의 물건을 비웠다고 추억까지 비운 것은 아니다.

그 신발의 기억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추억을 잃어버릴까 봐 못 비우는 것은 그 추억이 사소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억은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언제든 그 신발을 떠올리기만 해도 추억이 생각납니다. 다른 물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옷에 대한 추억, 가방에 대한 추억, 책에 대한 추억, 인형에 대한 추억 떠올려보세요. 그 물건을 꼭 갖고 있지 않아도 만지지 않아도 직접 보지 않아도 생각나지 않나요? 좋은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면 마음속에 잘 간직합니다.


몇 년에 걸쳐서 비우기도 하지만 조금 더 빨리 비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방법을 알았다면 조금 더 빨리 비웠을 텐데 말이에요.


추억이 깃든 물건을 비우는 방법으로  '나만의 추억 상자'만듭니다.

너무 크지 않은 박스 하나를 선택합니다. 이 안에 추억의 물건들을 담습니다. 이때 딱 한 상자 분량으로 추억의 물건을 선별합니다. 분명 곰인형과 같은 큰 물건은 담기지 않을 것입니다. 이때 디지털화를 추천합니다. 물건의 크기가 크든 작든 어느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상자에 넣어두던 바깥에 전시를 해두면 점점 먼지도 쌓이기 마련이지요. 이때 비울까 말까 고민이 되는 것은 디지털화를 해서 상자 안에 보관합니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비우다 보면 추억이 깃든 물건도 잘 비울 수 있습니다. 단 이 물건을 왜 비워야 하는지, 정말 보기만 해도 좋아죽겠는데 하는 물건은 비우지 마세요.(사실 우리는 그런 물건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그런 물건을 잘 보관하고 더 잘 보기 위해 덜 소중하고 필요 없는 물건을 비우는 거니까 말이에요.  



추억은 그 물건이 아닙니다.
그 물건과 함께했던 소중한 기억입니다.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고 비움을 미루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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