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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Oct 20. 2023

하마터면 친환경음식물처리기를 살뻔했다.

그래서 마크로비오틱 밥상에 눈을 떴습니다.

어느 날, 친환경이라는 말에 혹해서 갖고 싶은 물건이 생겼습니다. 그 물건만 있다면 더 이상 음식물쓰레기를 누가 버릴지 눈치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는 착한 아이템입니다. 음식물쓰레기를 친환경음식물처리기 안에 넣으면 그 안에 미생물로 인해서 자연 퇴비로 만들어진다는 문구는 저를 두근두근 설레게 했지요. 그래서 당장 검색을 해봅니다. 아참,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네요. 예상했던 가격과 다르게 가격차이가 꽤 많이 났기에 우선 쇼핑을 멈추었습니다. 제 기준에서 가성비가 있는지 이 가격을 투자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첫 번째 관문은 바로 함께 사는 남편에게 물어보기 방법. 혼자 결정하기에는 가격면에서도 함께 사는 공간에서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남편에게 친환경음식물처리기의 존재에 대하여 얘기해 주니 흔쾌히 한마디 합니다. ‘그래? 사!’ 참 이상합니다. 가격까지 말한 마당에 이런 반응은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어서 어디서 청개구리심보가 나왔는지 또다시 구매를 주춤하게 만들었습니다. 남편 마음도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일이 귀찮은 나와 마음이 동한 것일까요? 아니면 치밀한 남편의 전략이었을까요? 무작정 사라는 남편의 말에 다시 왜?라는 질문을 던졌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돼 확인했습니다. ‘꼼꼼하게 읽어봤어?, '우리가 미생물은 잘 키울 수 있으려나', '관리는 어렵지 않을까? 냄새는 안 나겠지?' 어디에 놓지?’ 이쯤 되면 먼저 사자고 한 사람이 누군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두 번째 관문은 그 물건의 단점을 죄다 찾는 것입니다.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그것의 장점만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때 의식해서 그것의 단점도 함께 찾아봅니다. 내가 감수할 수 있는지 없는지요. 그리고 후회하지 않고 끝까지(?) 잘 사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처음에 장점만 보이던 음식물처리기가 이제 콩깍지가 벗겨지고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지막 관문은 현재 내 불편함이 어느 정도이며 이 물건을 사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해결방법인지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은 음식물처리기의 구매를 조장하는 글도 반대하는 글도 아니기에 세세한 장점과 단점이야기는 생략합니다.)

그리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음식물처리기를 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야 하는 귀찮은 마음과 친환경이라는 말에 잠시 콩깍지가 씌어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평도 나름 좋았고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 수 있다니 혁명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법인데 그것을 잠시 간과했습니다. 집 안의 음식물 쓰레기가 문제라면 먼저 음식물쓰레기를 관찰합니다. 그리고 어떤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나오는지 살펴봅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기계를 사기 전에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먼저 적용해 봅니다. 낭비되는 식재료를 주의하고 과일이나 채소는 껍질에 영양분이 많으니 깨끗하게 씻어서 껍질까지 먹도록 노력합니다. 집 안의 쓰레기가 문제라면 그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방안입니다.(차마 이제부터 음식물쓰레기를 안 만들겠다고는 못하지만요) 설거지가 많이 나와서 힘들다면 요리를 할 때 조금씩 뒤처리를 하면서 요리를 하고 그릇을 조금 줄이면 사용하는 그릇개수도 줄어듭니다. 실제 컵이 많았을 때와 줄였을 때 설거지의 빈도도 줄었습니다.

하마터면 음식물처리기를 살뻔했습니다. 선뜻 사라고 했던 남편이 아니었다면 청개구리 심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소중한 주방 한 공간을 내어주고 후회를 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이 계기로 음식물처리기를 안 사는 대신 조금 더 신경 써서 음식물쓰레기와 쓰레기를 줄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알랭드 보통의 이 말이 생각나네요.

“현명한 소비자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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