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안녕하십니까?' 가 절실했던 날

폐렴 보고 놀란 가슴 아이 기침 보고 놀란다

by YJ Anne

How are you today?

I'm very good. How are you?

I'm pretty good, thanks.


이 인사를 하루에 몇 번씩 주고받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오늘, 나는 일상에서 주고받던 이 인사에 나오는 대답 '아임 파인, 앤 유?'가 절실했다.

온 가족이 감기에 걸려서 2주동안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는 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2호의 기침 소리가 특히 가장 심했다. 2년 전 폐렴으로 두 번이나 병원에 입원했던 이력이 있어서 나는 2호의 기침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

2주 동안 기침은 하지만 열이 나지 않았고, 식욕도 왕성했던 아이가 어제부터 밥을 거의 먹지 않았다. 아이가 몇 숟가락 먹지도 않았는데 배부르다며 밥그릇을 물리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2년 전 폐렴으로 아팠던 아이에게 타임슬립 된 것만 같았다.

이때껏 열도 나지 않다가 오늘 아침에 약간 뜨끈해서 재보니 37.3도.

당장 병원부터 알아봤다. 다행히 오늘 예약이 없는(아마도 취소되었을 것이다. 호주는 예약이 없이 병원에 가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 만큼 어렵다.) 시간대가 있어 급히 예약했다.

프리스쿨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당장 아이를 의사 앞에 앉혀 놓고, 웃옷을 들어 올려 숨소리를 들려줘야만 내가 숨을 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1호가 등교한 후에 2호를 데리고 예약한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내가 왜 이렇게 서둘러 왔는지 이해하겠다며 아이의 폐 소리를 앞뒤로 꼼꼼히 들어주셨다. 그리고 다행히 숨소리도 깨끗하고, 그냥 일상적인 감기 바이러스일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혹시 모르니 스왑해서 코비드 검사를 하자고 처방전도 주셨다.

괜찮다는 얘기에 아이도 나도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효과가 있었던지 아이는 마치 입맛이 돌아온 것처럼 점심에 된장국과 함께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 치웠다.

휴~ 하며 한숨을 돌리고 남편과 점심을 먹고 2호와 놀아주고 있는데 1호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2호 입학 신청서 때문일까 싶은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학교 오피스 직원이었다. 1호가 점심을 먹다가 토를 했으니, 아이를 데려가라는 전화였다.

나는 서둘러 남편에게 전화하고 남편이 1호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1호의 얼굴을 보기 직전까지 아이가 왜 토를 했는지, 혹시 급하게 열이 올라간 건 아닌지, 뭔가 식중독은 아닌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빠와 함께 집에 도착한 아이의 표정은 다행히도 편안해 보였다.

점심 도시락으로 싸간 꼬치 밥을 한입 먹었는데 맛이 이상해서 어쩌다 보니 토를 했다고 아이가 말했다. 오늘 싸간 음식이 그새 상한 걸까 하며 내가 먹어봤지만, 다행히 괜찮았다.

그렇다면 뭐가 아이를 아프게 했을까? 아침 내내 2호를 신경 쓰며 보내다 1호까지 건강 문제로 조퇴해서 집에 오니 스트레스 때문에 속이 쓰렸다.

다행히 집에 와서 아이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서로 싸우며 신나게 놀았다.

반면에 아이들을 걱정했던 남편과 나는 풀린 긴장으로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역시 잃어 보아야 뼈에 사무치는 교훈이 되나보다.

오늘 나는 평범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하루가 몹시도 그리운 사람이었다.

01.09.2025 M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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