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수학원 이야기
"명환샘, 이감시리즈 파이널 10번 도착안 한 거여요?"
"택배사 송장에는 우리가 수령했다고 되어 있는데, 제발 데스크에 놔두지 말고, 창고 교재 책장에 두시라니까요! 이제 수능 19일 남았는데, 출판사에 사정해도 콘텐츠가 없는데 어떻게 하냐구요. 택배사고는 학부모들한테 설명할 수가 없다구요. 내일 모레 시험보는 수험생들한테 도착안했다고 모의고사지가 없다고 어떻게 말하냐구요."
김실장은 흥분해서 말하지만 명환은 "찾아볼께요." 대수롭지 않게 답한다.
매주 수요일 오전이면 방문하는 김파트장은 출입문을 들어서자마자 손가락으로 창틀을 훑는다.
“대표님이 내일 방문하신다고 해서 확인하러 왔어요. 화장실에 분사형 방향제 건전지가 다 된 것 같아요. 교체해주시고요. 학생들 신발장 문 야간 마감시에 환기하고 있는지 인증사진 올려주세요. 이원장님이 체크하시고, 저에게 개인 톡 주시면 되겠습니다."
" 주단위 보고 이 지점은 잘되고 있지만, 권역안에서 한 지점이 업무를 누락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제가 원장님께 전달하는 사항이 곧 본사, 회사지침임을 잊지 말아주세요” 김파트장은 시계를 한 번 보고는 근무시스템기에 핸드폰을 갖다 댄다.
입실이라는 단어가 모니터에 뜬다.
수능 마치고 바로 닷새 뒤에 12월28일 시작하는 윈터스쿨의 입학설명회가 열린다.
김파트장은 또다시 이원장에게 프린트물을 주면서 "원장님 서울북부권역 지점의 특징, 장점 등 시나리오 준비하셔야 합니다. 이원장님이 이 지역의 특징을 가장 잘 아실터이니, 예비 고3 수험생들에게 도움되는 키워드 본사 확인받고 말씀하셔야 하니, PPT 작성해서 월요일까지는 제출바랍니다.
또, 전날 리허설시에는 대본 없이 발표하셔야 합니다.
교과팀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선생님은 모두 참석하시는 것으로 했습니다." 김파트장의 표정이 떨떠름하다. 데스크에 서서 두 사람을 보던 김명환주임도 묘한 긴장감에 교재실로 들어가버린다.
이원장은 김파트장에게 "교과팀 참석도 참석이지만, 입시연구소 소장님이 와주셔야 합니다. 이 지역은 불모지입니다. 소장님을 초대해주세요" 주변이 조용해서인지 높지 않은 목소리임에도 공격적으로 들린다.
김파트장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원장을 쳐다보며, "전국에 지점이 몇 개인데, 이원장은 매번 여기만 당신 지점만 해달라고 합니까?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직영운영을 원칙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형평성 생각하세요. "
이원장은 바로 "AI가 아니지 않습니까? 로봇이 뭘 한다고 해도, 무인시스템이 점점 더 발전한다고 해도, 어떨 것 같습니까? 파트장님"
"여기는 사람을 키우는 곳이라고요. 사람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