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기도설 Apr 29. 2024

해우소(解憂所)

토요일 6시. 다섯 교실의 모든 수업이 끝났다.
2번 교실에 있는 B 강사가 인사하고는 휙 현관을 나간다. 나는 마음속으로 "계약서를 작성한 이후 저 선생님의 태도가 실망스럽다." 혼자 중얼거렸다. 다른 교실 선생님들은 물감, 클레이, 도화지 등등 재료실 제자리에 갖다 두고는 자신의 교실을 정리하고 퇴근한다.


뒷정리하고 가지 않은 그녀의 교실을 주중에 보다못해 결국 내가 치우고 만다.  

주중에 다른 회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입사할 때부터 말한 그녀는 바쁜 방학 특강을 하는 사이 원장님과 계약서 작성을 한 달이나 늦게 하게 되었다.

B강사는 토요일 하루 근무하는 파트타임 강사로 곱고 바른말에 인성이 바르다고 생각하고 경력 많은 선생님의 칭찬이 자자했다. B강사처럼 토요일만 수업하는 강사가 두 분이 더 계신 상황이다.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주까지 그녀는 밝은 미소와 긍정적인 말, 수업에 대한 브리핑할 때에도 전문적인 소견을 보여주고, 수업을 마치고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퇴근하였고, 무엇보다도 학부모님들로부터도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계약서를 작성한 이후부터 브리핑의 내용은 짧아지고, 수업의 퀄리티는 낮아지고, 표정은 무표정으로 급기야 아이들이 하나둘씩 다른 선생님, 다른 시간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마음은 말보다 느낌으로 표정으로 강력하게 전달될 때가 더 많다. 

내가 더 조심하는 학부모님의 성향은 피드백 없이 그만두거나, 불분명한 사유로 수업 시간 이동을 요청하는 학부모들이다. 정원 4명씩 다 차 있던 수업에 한 명 두 명만 남는 것을 보고 있자니, 무거운 마음이 든다. 

저 강사의 마음이 어느 밭에 가 있는 것일까, 태도로 전해지는 기류를 엄마들은 단박에 알아챈다.
그래도 학부모들이 고맙다. 그만두지 않고 시간 이동으로라도 학원에 다녀주니 참으로 다행이다. 조만간 B 강사는 그만둔다고 하겠구나, 어떤 계기일까, 이유일까?' 

지난주 B강사는 퇴사하겠다고 했단다.


섣불리 좋은 강사라 판단할 수 없고, 더군다나 20대가 자신에게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바로 계산기부터 두드린다고는 하지만, 입사하고 싶어서 자신의 수업을 꾸리고 싶었던 간절한 그 순간을 한 달 사이에 뒤집다니,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실망스럽다. 바르다 보았기에 더 실망스러운가 보다. 

선생님이 바뀌게 되면 혼란스러울 아이들이 먼저 생각난다.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던가'

해우소(解憂所)라 했다.

근심을 풀어준 그 감동을 조금은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이전 04화 문제화하는 당신들의 시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