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기도설 Apr 22. 2024

문제화하는 당신들의 시선

- 부정적 조직문화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K는 퇴사한 회사에서 후배 직원이다. 
내가 면접을 보고 교육을 하고, 인사추천을 통해 원장으로 30대 초반으로서는 쾌속 승진한 사람이다. 

의정부와 포천의 경계선에 사는 K가 목동 우리 집 앞까지 온다니, 무슨 일인가 싶다.
어제 통화로는 오늘 CS 팀의 안건으로 부대표님과 상담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이야기가 잘 안되었을까!
이 먼 곳까지 퇴사한 상사를 만나러 오는 것일까 긴장되는 마음이다. 

'대행사'드라마에서 보면, 아니 기업 드라마에서 보면 라인 타기가 보인다. 중간관리자급 이상이 되면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자신이 그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같이 밥그릇을 챙겨왔던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편을 만들고 정치를 시작한다.


사내 정치, 그것을 스스로이던 타의에 의해서 건 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걸 하지 못하는 관리자는 꿋꿋한 말년 과장으로 남기도 하고, 더러 소신 있음으로 휘말리지 않고 내 길을 가련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목교역 에스컬레이터를 올라오는 K.
신규 지점을 개원하면서 채용되었고, 공무원 시험 관리 경력이 있던 K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나는 그를 중심으로 공무원 시험 수험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하여서 업무에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K는 첫 직장에서 호되게 일을 배웠다고 했다. 추운 겨울 전단지 200장을 들고 지하철역, 학원가에서 배부하고도 보리차 한 잔도 주지 않는 혹독한 회사 문화에 '버티기'를 배웠다고 출퇴근이 멀어도 괜찮다고 자신의 성실함을 말하였었다. 

K가 민원 2건에 시말서(경위서)를 써야 한다 해서, 
억울함이 보여 근거를 찾아보기로 했다. 

내가 갖고 있던 매월 민원(CS)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수치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홈페이지를 통해 표면화되어 있는 사실의 민원 데이터를 분석했다. 


예상했던 데로 K 직원은 시말서(경위서)를 쓸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당해 연도 업무성과가 높은 직원임에도 미미한 민원사항에 회사가 주의가 아닌 경고 조치를 주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분명 오지랖일 것이고, 이 내용을 갖고 자신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K는 모른다.
떠먹여주어도 모를 것이고, 욱하는 마음으로 큰 소리는 내보더라도,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데이터를 세련되게 들이밀지는 못할 것 같다. 


그는 이미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고, 이 회사에 환멸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으니 돌아설 때가 된 것 같다. 이 와중에도 자신이 떠남으로 인하여 남아있는 사람들의 피로가 있지 않을까 걱정하며, 개원한 지점이어서인지 K의 손길이 간 학원과 동료들에 애틋하였다. 나는 "내 코가 석자다" 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라는 말만 할 수밖에 없었다. 


습관은 무섭다. 혹독한 업무내용으로 훈련된 사람들은 깊은 업무습관을 벗어나기 어렵다. 

떠나온 회사는 계속 돌아가겠지만, 사람에게 투자한 그 시간과 비용을 고스란히 경쟁사에게 바치고 있음을 그들은 그 소중함을 잘 모른다. 그리고 서서히 갉아 먹히고 있음도 잘 모른다. 


그들의 출발이 사람들의 특히 수험생들의 불편함을 알아주는 마음에서 출발했었음을 잊어가고 있다. 


겉치레적인 피드백으로 물들어가고, 잔치 기분에 빠져 교만해져 감으로 잊어가고 있다. 

그래도 어쩌랴! 세상은 돌고, 달걀로 바위치기가 될 것이다. 

그래도 바위치기를 하라고 직원에게 말하였다. 

부당한 시말서는 쓰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사교육은 사업인가! 사업이 아닐 수는 없는가!

여전히 그 딜레마는 계속 물음표이다.

이전 03화 재수생을 대하는 태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