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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과 시민권

인생의 3막

by 너나나나

남편은 2018년 온 가족이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을 와서 2025년 현재, 영구 영주권을 획득한 상태이다. 올해 안에 시민권을 신청하고 최대 1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남아공 여권에서 뉴질랜드 여권으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2019년 뉴질랜드에 워킹홀리데이로 와서 2025년 현재, 이미 조건 영주권을 획득한 상태이고 2026년 말에는 영구 영주권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2027년이 되면 비로소 우리 둘 다 뉴질랜드와 한국, 혹은 해외를 자유롭게 들락날락거릴 수 있게 된다.


남편이 남아공 여권을 포기하고 뉴질랜드 여권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이유는 현재 남아공시민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범죄에 연루되면 뉴질랜드 감옥이 아닌, 자신이 시민으로 있는 본국, 남아공 감옥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또한 치안이 매우 불안한 남아공으로 되돌아가서 살 가능성이 전혀 없고 뉴질랜드에 터를 잡고 살아갈 목적으로 온 가족이 아예 이민을 온 것이기 때문에 뉴질랜드 시민권을 받는 것은 남편에게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나는 파워풀한 여권이 있는 한국 시민이기에 뉴질랜드 시민권은 필요 없지만 영구 영주권이 있어야만 아무런 제약 없이 한국과 뉴질랜드를 오갈 수가 있다. 조건 영주권은 2년 동안 일정 기간 반드시 뉴질랜드에서 거주해야 하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한국으로 오가며 살 수가 없다. 그러니 남편의 가족이 있고 우리 아기가 태어날 뉴질랜드에 영구 영주권을 받는 것은 나에게 있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학창 시절과 대학교 및 직장인 시절 평범했던 인생의 1막을 지나 세계여행을 시작으로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제약회사 근무, 영주권획득까지 역동적이었던 인생의 2막을 마무리하고 2025년 내 나이 33살, 내 집 마련, 약혼, 혼인, 임신 출산으로 인생의 3막을 곧 시작했다. 앞으로 어떤 인생이 내 앞을 기다리고 있을지 무척 기대되고 궁금하다. 2027년이면 지금 뱃속에 있는 아이가 3살 정도 될 텐데 그때가 되면 또 많은 것들이 변하겠지만 부모님과 가까운 곳에 살면서 남편과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다.




미래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나 자신에게..

인생의 3막을 시작해서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 남편과 남편가족 모두 건강하게 아픈 곳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지금 세계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 가자 전쟁이 장기화되었고 얼마 전에는 한국에 제주항공 사고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진행 중이라서 TV나 유튜브를 틀면 전부 대통령 계엄, 탄핵 이야기뿐이다. 남편가족, 우리 가족은 각자 살고 있는 나라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건강하게 잘 지내고 남편과 나는 7개월 차인 뱃속 아이와 처음으로 한국에 함께 와서 혹독한 한국의 겨울을 체험 중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누군가는 전쟁터에 나가서 목숨을 잃고, 그로 인해 남편과 아들을 잃고, 사고로 가족을 잃고 있다. 이렇게 어지럽고 무서운 세상 속에서도 33살의 나는 평온하고 건강하게 아주 잘 지내고 있다. 모두가 건강하게 아프지 않고 잘 지낸다는 사실에 무한한 감사함을 느끼며 이런 행복이 지속되길 이기적인 마음으로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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