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문화를 제대로 즐겨보자

멕시코 50일 여행

by 너나나나

제4막 중남미


멕시코 문화를 제대로 즐겨보자

멕시코 50일 여행


멕시코시티 Mexico City (Ciudad de México)

멕시코 공항에 도착해서 미국 옐로우스톤 로드트립을 함께했던 욱진 부부를 다시 만났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우치 서핑으로 압두 집에서 만났던 아스톨가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집에 머무는 동안 '테오티우아칸'에 다녀오면서 멕시코에 대한 탐색전이 시작됐다. 과거 아스텍 문명의 후예들과 그 흔적을 따라 여행하면서 멕시코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하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멕시코의 매력에 빠져 아스톨가 집에서 나온 후 다른 카우치 서핑 호스트, 라울(Raul)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치안이 좋지 않은 멕시코에서 50일 동안 아무 일 없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라울의 도움이 컸다. 라울의 직업 경찰이었고, 마피아를 잡는 강력계 형사로서 우리는 든든한 지원 마마를 얻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라울 집에서 지내면서 있었기에 현지 경찰과 항상 함께하니 위험할 기회조차 없었다. 우리가 라울 집에 머무는 동안 직접 마피아 조직 두목을 잡았다는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던 그였기에, 멕시코 시티에서 우리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라울은 딸 둘에 아내 그리고 어머님을 모시고 살고 있었다. 그는 우리를 보자마자 반갑게 안아주며 인사를 해주었고 '우리 집이 곧 너의 집이다'라는 말과 함께 편하게 지내라고 했다. 사실 라울이 한국인을 카우치서핑 게스트로 받아준 이유는 어린 딸들이 한국 문화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틈만 나면 거실 TV에 한국 K-pop 무대 영상을 틀어놓고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는 큰딸을 보면서 이 가족이 한국 문화, 노래, 음식, 언어에 대해서 흥미가 많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와 욱진 부부는 라울 집에 머물면서 정말 다양한 지역 문화 체험을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외국인 친구를 데리고 찜질방에 가서 온탕에 몸을 불리고 때를 같이 미는 것과 같이 진짜 현지인들만 하는 그런 낯선 경험들을 한 것이다. 그중 하나가 '데마스칼'이라 불리는 멕시코의 전통 습식 사우나였다. 우리나라 찜질방을 생각하고 갔는데 그 모습과 방법이 전혀 달랐다. 거대한 이글루처럼 생긴 돔 형태 공간 내부로 들어가면 중앙 바닥에는 시신관 하나는 거뜬히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깊게 파여있다. 돔 밖에서는 우리나라 아궁이에 불 때듯이 돌덩이들을 굽고 있었는데 의식이 시작되면 굽고 있던 뜨거운 돌들을 돔 안으로 가져와 중앙 구멍에 넣고 약초와 물을 돌 위에 뿌린다. 그러면 그 증기가 돔 내부에 가득 차게 되고 숨쉬기 어려울 정도의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뒤덮는다. 이는 치료용으로 진행되며 멕시코 전통 사우나 방식이라고 했다. 총 4단계로 각각의 단계는 체감상 20분씩 진행되는 듯했고 의식 중에는 문을 천으로 막아, 순환 통로를 폐쇄하여 뜨거운 열기와 수증기 속에서 버텨야 하는 방식이었다. 불 빛 하나 없이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몇몇 사람들이 전통악기를 가지고 그 안에서 노래를 부른다. 쉬는 시간에는 문을 덮었던 천을 열어서 숨통을 틔우고, 단계가 올라갈수록 돌의 개수가 많아지면서 내부 온도가 끊임없이 올라가 숨쉬기가 어려워진다. 어린아이들은 2단계에서 포기하고 밖으로 나갔고 나와 울진 부부는 끝까지 남았는데 온몸이 땀과 수증기로 덮여 마치 물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축축했다. 마지막 노래를 부를 때 그 5분 동안은 몸을 아무리 바닥으로 숙여도 뜨거운 공기가 돔 안 가득 차 있었기에 제대로 숨을 쉬기가 불가능했다. 온몸에 진이 빠져서 마지막 단계까지 끝나니 그 돔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져서 콧물과 침을 질질 흘리며 기어서 밖으로 나온 후 밖에 나오면 물바가지로 한번 헹군 후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어서 기진맥진하여 잔디 위에 쓰러져 누워 있어야 했다. 몸에 원래 있던 안 좋은 물질과 기운은 다 빼내고 수증기를 통해 약초의 좋은 기운을 몸에 다시 채우는 원리, 그래서 치료용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번 데마스칼은 라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절대 혼자 찾아서 알 수 없었을 희귀한 전통 체험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절차와 의식이 단돈 70페소 (우리나라 돈으로 5천 원도 안 한다)라는 사실.

멕시코의 흔한 생일파티는 우리나라와 매우 다른데, 주말에 라울의 첫째 딸인 아슐리의 생일 축하 파티를 위해 차를 타고 친척 집으로 다 함께 이동했다. 아이들 생일파티를 이렇게 성대하게 하는 것은 난생처음 봤다. 고모님이 미용실에서 이쁘게 단장을 한 후 사회를 보셨고 스피드 퀴즈 게임, 풍선 터트리기 게임 등 친지 가족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이 파티를 즐겼다. 이건 흡사 생일파티가 아니라, 버라이어티 TV쇼를 보는 듯했다. 아슐리의 생일이 지난 그다음 주에는 라울의 지인 생신 잔치에 초대되어 갔다. 이제 곧 다가오는 망자의 날을 기념하여 초대된 사람들은 모두 분장을 하고 나타났고 여자들은 드레스나 원피스를, 남자들은 분장을 하거나 깔끔한 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나와 욱진 부부 역시 분장을 하고 생일파티에 참석했는데, 이건 거의 핼러윈 파티나 다름없는 성대함이었다. 출장 뷔페를 불러 도우미 아주머니들이 계셨고 파티를 위한 테이블들이 집 앞마당에 세팅되어 있었다. 파티가 마무리될 즈음에는 테이블을 전부 한쪽으로 밀고 다 같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데 마치 연습이라도 해 온 것처럼 다들 수준급의 춤 실력을 뽐내었다. 춤보다는 노래 부르기를 더 좋아하는 우리로서는 적응하기 어려운 풍경이었지만 그들의 춤을 따라 추면서 멕시코의 흔한 생일파티를 즐겼다.

하루는 라울의 친구 딸아이 생일파티에 초대되었다. 라틴문화권에서는 여자아이가 맞는 15번째 생일을 가장 성대하게 치른다고 한다. 15세가 되면서 여성으로서의 성숙한 몸이 될 준비를 하므로 결혼식 하듯 파티를 크게 열어 축하해준다. 이런 문화가 한국에는 없으므로 모든 것이 신기했다. 레드카펫을 밟고 드레스를 차려입은 주인공이 노래에 맞춰 입장했고 그 아이를 위해 각종 선물 공세와 축하공연, 그리고 부모님의 축사와 지인들의 축사까지 지어진다.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돌잔치보다 성대하고 결혼식보다는 간소한 느낌이다. 15세 파티는 이제 숙녀로서 거듭나는 전환점의 나이인 동시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준 것에 대한 부모님의 감사함도 담겨있다.

우리는 생일파티뿐 아니라 결혼식에도 초대되어 간 적이 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결혼식의 분위기는 좀 더 자유분방한 느낌이었다. 식장에는 특이하게도 대형 트램펄린이 있어 아이들이 모두 그 안에서 놀고 있었고 어른들은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신랑 신부의 결혼식 주례는 젊은 변호사가 직접 와서 보았고 주례사가 끝나면 결혼 합의서로 보이는 종이에 사인하면서 부부의 연이 맺어진다. 결혼식 축하공연으로 멕시코 전통춤을 전문적으로 추는 사람들이 전통 옷을 입고 나타나 열정적으로 춤을 추었고, 우리는 그 공연을 보면서 결혼식에 온 것인지 멕시코 전통춤 공연 관람을 온 것인지 분간이 안 되었다.

망자의 날이라고 불리는 이날은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약 일주일간 진행되는 멕시코의 대명절이다. 영화 '코코(Coco)'의 배경이 되는 날로 돌아가신 선조들,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의 영혼을 기리는 날이다. 우리나라에서 설날이나 추석에 제사장을 차려놓고 조상들을 기리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우리나라도 전통 음식들을 요리하여 제사상에 올리는 것처럼 망자의 날에 멕시코 사람들도 전통 음식을 요리하고 온 가족, 친척들이 함께 나누어 먹는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가 가족끼리 명절을 보내는 것에 비해 멕시코에서는 가족끼리 보내는 것뿐 아니라 멕시코 시티 광장에 규모가 큰 퍼레이드가 열려 노란색 꽃을 길마다 뿌리며 죽은 영혼들과 함께 모두같이 춤을 추고 즐긴다. 퍼레이드가 있던 주말에는 멕시코 사람들이 전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했고 택시를 타고 이동해도 제대로 퍼레이드를 볼 수 없었다. 그저 멀리서 노래를 들으며 흥에 겨워 춤을 추는 것. 코코 분장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며 각종 길거리 음식과 이벤트를 즐기는 것. 그것만으로도 다들 흥에 겨워했다. 말 그대로 축제의 나날들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고 정신이 없다 보니 소매치기범들의 주요 무대가 되기도 하는데 본인의 중요한 소지품은 본인이 을 잘 챙겨야 한다. 같이 여행하고 있는 용욱 오빠는 행진을 보던 중, 뒤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목에 침을 뱉었다고 한다. 오빠가 놀라서 정색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침을 뱉은 남자와 실랑이를 하던 중 그사이 다른 누군가가 오빠 바지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가버렸다. 핸드폰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나서 바로 주머니를 살폈지만, 손이 눈보다 빠르다고, 핸드폰은 이미 없어진 상태였다.

퍼레이드가 끝난 후에도 차량 통제는 계속되어 도로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때 라울이 블루투스 스피커로 K팝 음악을 크게 틀기 시작했고 아슐리와 함께 춤을 추는 크루 친구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래를 듣고 여기저기서 모르는 사람들이 춤을 추는 대열에 합류하여 나중에는 급기야 한국 아이돌 콘서트를 기다리는 현장처럼 되어버렸다. 멕시코의 대명절 도로 한복판에서 울려 퍼지는 한국어와 노래에 맞는 춤을 전문가 수준으로 추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뿐 아니라 거의 10년 전, 소녀시대나 슈퍼주니어가 부르던 곡까지 모르는 춤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요즘 유명하다는 노래들을 잘 몰라서 지금 나오는 이 노래가 뭐냐고 묻곤 했다. 노래 제목이 '찌질이'인 줄 알았던 펜타곤의 '빛나리'라는 노래는 멕시코에서 선풍적인 대 인기였고 그에 부응해 나도 혼자 집 뒷마당에서 혼자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 연습했다는 후문이다.

멕시코에서 욱진 부부와 함께했던 50일은 너무나 즐거웠다. 우리나라 족발을 능가하는 맛인 현지 족발 타코는 내 인생 최고의 음식으로 등극했다. 지금껏 혼자만 여행해 오다가 이렇게 언니 오빠와 함께 여행하니 든든하고 즐거웠다. 우리는 멕시코시티, 과나후아토, 푸에블라, 오악사카, 플라야 델 카르멘 칸쿤까지 여행하면서 매일같이 스페인어 공부도 함께 했다. 처음에는 숫자를 세거나 가격을 묻는 것도 몰라 머리를 긁적이던 나였지만 칸쿤에 갔을 때 즈음에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되어 이후 중남미 여행 전체가 수월해졌다. 멕시코에서 라울과 라울의 가족, 그리고 욱진 부부가 함께였기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옐로우스톤 로드트립부터 멕시코 여행까지 함께했던 용욱 혜진 부부. 만약 내가 혼자였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들을 우린 함께 이루어냈다.


고마운 사람들 잊지 못할 사람들.


특히 힘든 시기에 내가 제대로 지탱해 서 있을 수 있게 도와준 혜진 언니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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