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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레이첼 Sep 24. 2023

홍대 앞에서

내 젊음의 색깔은 무엇이었을까?

내게 제일 놀라운 곳은 홍대 앞이었다. 홍대는 처음 갔다. 홍대 앞 거리문화는 화려하고 흥청거렸다. 곳곳에 거리공연을 하는 젊은 청년들, 그들 중 꿈을 이룬 아이들은 몇이나 있을까? 어떤 외국인이 눈을 가리고 껴안는 퍼포먼스도 하고 있었다. 캐나다에서 늘 보던 백인 청년다정하게 안아 주었다.


캐나다에서는 저녁 9시면 늦은 밤이다. 간혹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동네 번화가 거리의 상점들이 대부분 저녁 먹을 시간 되기 전에 서둘러 문을 닫고 집으로 간다. 자신들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것이다. 늦은 밤거리엔 가로등만이 지루한 듯 꾸벅꾸벅  졸고 있을 뿐이다.


새로웠다. 없던 에너지가 분출한다. 밴쿠버에서의 지루했던 시간과 비교할 수 다. 밤이 깊어질수록 높은 빌딩들이 고고한 체 눈을 내리깔고 내려다보았다. 바람은 차가운 손을 내밀며 옷깃을 헤치고 들어찼다.  내가 젊었을 때 나는 그렇게 춥고 서럽도록 외로웠다. 그런데 지금은 신난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젊은이들은 자신들을 달달 볶으며 학대한다

. 자신들이 부족하고 모자란다며. 나도 그때 그랬다. 상대 앞에서 저절로 쩔쩔매고 뭐든 묻지 않아도 설명해야 했으니까. 나의 그런 구차한 모습을 누가 알기라도 하듯 굽신거렸고 자기 비하를 겸손으로 알았다. 굽실거리는 긴 파마머리, 지적이었던 얼굴, 모자랄 게 없었던 나였다. 지금에서야 느끼지만.  예쁘다기보다 멋지다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들은 체도 안 했다. 나는 나를 몰랐으므로. 그 아름다운 나의 청춘을 그냥 남이 지나가듯 바라보기만 했다.


첫사랑쩔쩔매며 했다. 왜 나는 나를 당당하게 보이지 못했을까? 그 모든 해프닝이 폐부를 찌를 정도로 아프더니만 지금은 아련하다. 어느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내 추억도 빛이 바래지다가 결국에는 사라지겠지. 시간이 묘약이라고 어른들이 말했지만, 어느새 나도 그 어른이라는 당사자가 되었다. 사람은 그 처지가 되어 보아야 비로소 깨달을 뿐 절대 미리 알 수는 없다. 짐작하는 것을 아는 것으로 착각할 뿐이다.


캐나다의 공간에 있다가 서울의 공간으로 들어오니 시간여행도 재미있지만,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명백하게 비교가 된다. 서울은 젊은이들은 밤늦게 돌아다니며 청춘을 불사르며 하루를 24시간으로 쭉 늘여 쓴다. 그에 비하면 캐나다인들은 하루를 마치 18시간으로 줄여 쓰듯 휴식에 큰 비중을 둔다. 밖에서의 휴식보다는 집안에서의 휴식을 추구한다. 그러니 캐나다 살던 젊은이들이 한국에 가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재미를 느낀다.


젊은이에게는 원래 야망, 쾌락을 추구하는 본능이 더 많지 않을까? 그 젊은 시간을 폭발시키며 특별한 시간으로 장식하고 싶을 것이다. 걷고 떠들고 마시고 취하며 자신 밖으로 튀어나오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타인에게 들켜가면서. 그래서 자신을 타인에게 거울처럼 비추며 자기 모습을 좀 알게는 된다면 다행이겠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술이 일상인 것을 본다.  나는 아직도 취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알래스카 크루즈를 예약하고 제일 싼 방을 사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언니들 몇몇과 함께 사이다를 조금 섞어서 알코올을 마시며 일탈을 해볼까? 그러면 나는 무슨 소리를 할까?


나는 그때 홍대 앞에서 내 젊음은 무슨 색이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지금은 또 무슨 색일까?



사진 : georgecle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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