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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내 살점을 뜯어가지 마오

by 골디락스

미국 국립공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언제부턴가 공원 내 나무가 하나둘 쓰러져 갔다. 조사 결과 나무의 건강이 서서히 안 좋아진 이유는 다름 아닌, 10년 전 국립공원 내의 늑대를 모두 총살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당시 공원 내 늑대는 멸종위기 동물들과 인간을 위협하는 동물이었다. 늑대를 모두 총살하고 나자 잠시 공원 내에 평화가 찾아오는 듯해 보였다.


그러나 늑대가 사라지게 되자, 초식동물들은 도망갈 걱정을 하지 않고 천천히 풀을 뜯어 먹게 되었고, 그러자 나무는 초식동물들에게 무자비하게 뜯겨버리게 된다. 이렇게 나무가 사라지니, 나무를 가지고 집을 짓던 비버도 줄어들게 된다. 비버가 사라지자, 오리의 서식지도 사라졌다. 이렇게 도미노가 무너지듯 공원 생태계가 망가져 있었다.


놀랍게도 늑대 14마리를 들여와 공원에 풀어주자, 이 모든 문제가 하나씩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전체 생태계에 위협이라고 생각했던 늑대는 사실, 국립공원의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 꼭 필요한 존재였다. 늑대에게 살점을 뜯기던 초식동물에게도 늑대는 사실 필요한 존재였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가끔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제발 내 눈앞에서 꺼져줬으면’ 싶은 사람이 있다. 이제는 그 사람이 나에게 늑대임을 안다. 그는 나의 살점을 뜯어가기도 하지만, 돌고 돌아서 나를 살게 하는 사람이기도 함을 안다.


알긴 알지만 그래도 만나서 그 사람 얼굴을 보면 또 꼴 보기 싫다. 그래도 적당히 도망가면서, 조금만 미워하려고 애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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