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실험 : 단식(4)
- 이전글 :
온 몸의 세포를, 혈의 순환을 감각하다
10월 5일 07:00
배가 고파 눈이 떠진 건지도 모르겠다. 훈의 알람보다 30분이나 일찍 일어났다. 피곤함도 없다. 그저, 고프다, 배가. 공복감을 물리치려 차 한잔을 마신 뒤 정신없이 집안일을 하기 시작한다.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무념무상이 되었다.
09:00
임의로 검진 일정을 한 시간 더 앞당겼다. 그리고 버텼다. 기특하다.
몸이, 평소와 달라 색다를 수밖에 없는, 자극을 느끼고 있다. 근육 피로감 같은 것이 다소 몰려왔고 살짝 뒤통수가 당기는 듯도 하다. 근육이 바짝 쪼여오는 것 같다. 일종의 근육 피로감처럼 느껴진다. 무게를 들었다 놨다 하는 등의 격한 운동 뒤 오는 근통은 아니었지만 근지구력 운동 후 오는 피로처럼 연하게 두 다리가 지친 느낌이다. 수분이 없어 쪼그라 드는 듯한 그것이다.
참고로 나는 질병이 없이 건강하다. 그래서 불쑥 단식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의사의 상담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단식 후 허기짐은 물밀 듯 나를 찾아오지만,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마냥 어지럽다거나 생활에 지장 있을 만큼 이 공복이 불편하지는 않다. 10월 5일 09시를 조금 넘은 지금, 나는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글을 쓰고 있기도 하고 20분 만에 약 A4용지 1.5매 분량을 채우기도 했다.
이만하면 몸이 자가포식을 하는 중 아닐까, 기대와 함께 나쁜 세포를 무찌르는 상상을 한다. 그러고서는 싱싱하고 건강한 새 세포들이 온몸을 휘저으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그린다. 어둠이 걷히니 빛이 내리쬐는 그 광경을 말이다.
그러나 아무렴, 이제는 뭘 좀 먹고 싶다. ‘100m만 걸어가면 집이야. 그러니 조금만 더 참아봐’ 하다가 집 20m 앞에서 오줌을 지려버린, 초등학교 1학년 때가 문득 떠오른다. 이번엔 지리지 않을지어다.
‘단식 생활’을 쓰는 이유는
이상하게 단식하면서부터 온 세포를, 혈이 도는 감각을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생의 첫 경험이다. 그리고 그것은 쓰지 않고 베길 수 없는 상태로 나를 이끈다. 내면이 수다스러워졌다. 쓰는 사람인 즉, 범람하는 생각을 주체하지 못하고 글로 뱉어내는 동시에 담아내는 이들일 것이다. 흐르지 않고 여기에 담아낼 수라도 있어 다행이다.
상상만으로 호르몬 분비가 확 증가하다
10:00
그렇게 37시간 공복인 채 검진센터에 갔다. 정기검진하는 날이었다. 이때만해도 어지럽거나 쓰러질 것 같다거나 토할 수 있다는 딱히 불편한 증상은 없었다. 배떼기가 등가죽에 붙은 것 같다던 ‘허기와 2D설’도 그다지 와닿는 문장은 아니었다. 어느 누가 봐도 평범한 걸음으로 센터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즉시 문제가 생겼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