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식, 38시간 30분

생체실험 : 단식(2)

by 손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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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단식 개시 2022/10/3 21:00 ~ 단식 종료 2022/10/5 11:30




첫 단식 계획



10월 4일 08:00am

아침이 밝았다. 밝았는데 맑지 않다. 전날 과식과 과음 탓인지 속이 더부룩하다. 자며 휴식을 취한 걸까 그저 누워 밤새 소화를 시켰던 걸까. 알 수 없다. 자고 일어났음에도 개운하지 않다. 훈을 학교로 보내고, 축축한 몸을 소파에 앉혀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을 한 꼭지 낭송한다. 그르렁, 그르렁. 몇 문장 읽지 못해 그르렁 하고 트림이 나온다. 내면 모든 것이 불편하다. 소화하지 못할 만큼 받아들인 결과다.



첫 단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전날 밤, 절제 없이 먹고 마심에 대한 죄책감과 이로 늘은 뱃살의 불쾌함이 최적의 시발점일 것이었다. 아무렴 바닥이 떠오르기엔 가장 좋은 타이밍이지.



전날 밤 9시부터 다음날 밤 9시를 거쳐(24시간)로 잡았다. 게다가 다음날인 10월 5일 건강검진을 예약해 둔 상태라 부득이 추가 금식을 해야 하는 상황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전날 밤 9시부터 검진 다음날 아침 9시(36시간) + 검진 시간(6시간)을 더해 42시간짜리 공복 체험을 할 예정이었다. 건강검진이 끝나는 즉시 무언갈 먹는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아침 8시부터 배고파



연휴였던 10월 3일은 참으로 방탕한 하루였다. 오후 5시 훈과 이른 저녁을 먹었고 저녁 식탁엔 반주가 끼었고 그것은 밤 9시까지 이어졌다. 깨나 거나했다. 소주와 맥주를 취향껏 섞어 마시며 밥을 먹고 라면도 후루룩 들이켰다가 또 무언갈 먹고 마셨다. 기억이 저물었다가 드문드문 났다가 한다. 무절제한 저녁나절이었다.

그래서 다음날인 10월 4일 아침은 배고프지 않을 것이었다. 허나 기대와 달리 문제가 생겼다. 훈이 설정한 알람소리에 맞춰 7시 30분에 깬 나는 기상 30분 만에 허기를 느꼈다.






책 세 권으로 허기를 누르다



‘아오. 벌써 배고프고 난리야.’

급히 허준 선생의 책을 덮었다. 그는 이런 문장을 남기기도 했다. “그럴 땐 ㅇㅇ를 먹어야 한다.” 약식동원임을 그도 알고 있던 게다. 그러나 이번엔 단식을 하려는 참이었다. 먹으라 하는 대신 먹지 말라 하는 책을 펼쳐야했다. 그렇게 손에 잡아 든 책들이다.



『독소를 비우는 몸』, 제이슨 펑 지미무어 저

『잠시 먹기를 멈추면』 제이슨 펑, 이브 메이어, 메건 라모스 저

『간헐적 단식? 내가 한 번 해보지!』 홍길성, 에스더 킴, 임세찬 저



단식을 시작한 이유는 정화되길 바람이었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살로 둘러싸여 불투명한 내 몸이, 한 없이 투명해져 온 몸 구석구석을 볼 수 있게 된. 저장된 찌꺼기는 검붉고 탁해 보는 것만으로 아찔해 지기도, 종종 보이는 선명한 색감의 세포들은 명랑하게 활동하며 온 몸 구석구석을 청소하기도 영양소를 날라주기도 하는. 이런 장면이 마치 엑스레이 결과를 보는 것마냥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낮아진 면역력으로 고생할 때마다 몸이 검붉고 탁하게 물드는 기분이었다. 치고 나가야 할 일들을 책상 위 주욱 리스트 해놓고는, 주저앉아 하릴 없이 침대에 누워있어야만 하는 꼴이, 내면부터 정화되어야 하는 이야기로 들렸다.



소파에 앉아 아로 새겨야 할 부분은 밑줄 그어가며 내용에 골몰했다. 어느새 2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잊지 말라며, 빨간 색으로 밑줄 그어 둔 부분을 내 언어로 정리해 두었다.



단식은 단식 시간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나타낸다고 했다. 책에선 18시간이 지나면 지방이 쓰이기 시작하고 24시간이 지나면 자가포식을 시작한다고 그랬다. 자가포식이란 몸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고장나고 오래된 세포 부분을 모두 제거하는 인체의 방식으로,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24~36시간 식사하지 않으면 자가포식이 시작된단다. 그리고 내가 바란 바, 정화하기 위해 단시간 먹지 말아야겠구나. 몸이 재생할 시간을 주어야겠구나. 미련하게, 먹고 먹고 먹지 말아야겠구나.



다만, 문제는 배고프다는 것. 허기를 지나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

극복은 또 다른 문제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