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맥주 마시는 게 뭐 어때서

시:팔이, 손은경

by 손은경

만 이틀만에 고백을 한다.


몸무게 많이 안 나가는 것에 비해 내장지방은 다소 높은 편이라며,

걱정 아닌 의아함으로 말하던 PT 선생에게

나는 솔직하지 못했다.

대신 몰랐던 일인 듯

그러냐는 반문으로 애써 얼버무렸음을 고백한다.

대화가 진전되지 않기를 바라서였다.

‘딱 걸렸어’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선생이 없는 이제와 하는 말인데,

나는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아 그랬다.

당신은 나와 인스타그램에서 소통할 만큼 친한 사람은 아니므로,

지금이라도 솔직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아침에 맥주를 마실 때가 왕왕 있습니다. 몸에 고약한 일이지요. 나도 잘 압니다. 누구보다 싱싱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 그것도 몹시 싱그럽기를 바라는 채소 같은 사람이라서요. 그런데 말입니다. 아침에 맥주 한 캔 까는 그런 날은 어떤 날이냐면 햇살이 거실 3분의 1을 내리쬐어 이제 활동할 시간이라고 알람 해도 무시하고 싶은, 전날 혹은 전전날 혹은 전 주부터 지쳐있던 내가 모쪼록 이완하고 싶은 아침이라 그렇습니다. 좀 멍하고 싶은 평일 아침도 있는 법입니다. 좀 풀어지고 싶은 하루도 있는 겁니다. 후회할 걸 알면서도 그냥 좀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고 싶은 날도,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고 아침에 마시는 맥주가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수축 수축 수축이 아니라

수축 다음 이완도 적절히 반복하겠습니다.

맥주로 이완하기 전에 스스로 쉼을 가지겠다는 말입니다.


이완과 만나고 싶은 날입니다.




*인스타그램 : @writist_son, @anywri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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