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헤어졌어도 출근은 해야하니까(3일차)

by 손은경

말라가는 눈물과 함께 극강의 슬픔도 잦아간다. 이것도 적응이라면 적응이고.


지난 이틀을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눈물로 지샌 밤이다.

실컷 짜고 나면 아침이 밝아왔다. 밤이 지나 아침이 오듯, 나 또한 습관처럼 제 시간에 일어나 간단히 물 한 잔을 마시고, 씻고, 출근길에 올랐다. 그러길 오늘로 3일차. 단 이틀로도 바지가 헐거워질 수 있음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래도 물은 마셨고,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땐 주스도 한 잔 들이켰는데, 살이 빠진다. 빼고 싶어 안달일 땐 빠질 기미조차 안보이던 살이 드디어 덜어진다. 다이어트엔 마음고생이 최고라는 누구 말이 스쳐간다. 가뿐히 들어가는 바지에 몸은 가볍지만, 이런 식의 다이어트 더는 원치 않아.


안색이 똥이 되어간다.


“어디 아프니?”

“괜찮아요. 별 일 없어요.”


별 거 없거나, 별 일 없거나, 괜찮다는 말엔 숨겨둔 의미가 있다. “더는 묻지 마세요.” 와도 같은 대답엔 사실. ‘며칠 전 사귀던 놈한테 차였고, 그래서 몇 날을 꼬박 울고 있는데, 가슴이 먹먹해 결근하고 싶다가도 먹고 살아야 돼 어쩔 수 없이 나와요.’ 모든 속내 다 들어낼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아 그저 괜찮다고 했을 뿐이다. “안 괜찮다” 말하는 순간 화장실로 뛰쳐 갈까 겁이나 그런 거기도 하고.


가출한 영혼으로 사무실 육신은 책상 오른 편 놓인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다. 이미 두 눈과 온 마음 폰에 들러붙어 떨어질 생각이 없다. 그리고 그런 내가 나는 참 싫다. 애써 부인하지만 또 다른 관계로써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니까. 삭제는 했지만 차단은 하지 않은 사이. 마지막 미련의 틈이다. 젠장. 그래도 이 짓은 피했다.


카카오 프로필 대화명

“돌아오r주ㅓ.......ㅠㅠ”


시간에 한 번씩 바뀌는 모 양 프사 보고 참으로 “청승맞다”는 단어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해가 부족한 건 아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겠지. 수정 또 수정하며 그가 알아봐 주기를, 재회를 기다림이 전달되기를 바라던 순수함이었겠다만. 그건 좀 아니었다.


업무가 잡히지 않는다.

당장 해야 할 일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흘려보낸다. 미루고 미룬다. 마음과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더는 곁눈질로 핸드폰만 바라보지 않을 때까지. 아무래도 공과 사의 철저한 구분이 나에겐 불가능 한가봐.


나도 잘한 건 아니니까. 미안한 것도 많고 고마운 게 더 많은데.

미안하다고 하면 받아 줄까.

아니야, 됐어. 끝난 건 끝난 거야.


다른 말 같은 의미로 반복하는 세 생각에 갇혀 이번주 업무를 마치지 못했다. 월급을 훔쳤다는 괜한 죄책감에 다음 주는 조금 더 나아진 무드로 출근하기를 바랄 뿐이다.


당장 이번 토요일부터 한량이다. 나의 주말은 자연스레 너였는데, 도로 내 것이 되었다.

어쩐지 낯선 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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