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노래

뭘 잘못한 걸까요

by Letter B




안녕하세요, 어쨌든, 노래 열 세번째 시간을 맞고 있는 안지민이라고 합니다.


겨울이 성큼 내려앉았습니다.

두 뺨으로 옷깃으로 차갑지만 기분 좋은 선선함이 스며들어요.

색들이 선명해지는 강렬한 햇살을 가만히 응시하며 익숙하고, 또 새로운 월동 준비를 시작합니다.


엉기고 성긴 나뭇가지들을 바라볼 때면 왜인지 애잔한 마음이 성기는데요,

언제가부터 아주 오래된 추억들을 더듬는 것처럼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계절을 맞이한다는 기쁨이란 건 그런건지도 모르겠어요.


요즘은 고민이 많아요. 아주 사소한 감정조차 조금 껄끄럽게 느껴집니다.

어제는 문득 산책을 하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상에서 잠시 기대는 그 사소한 평안마저 거추장스럽다는 그런 생각이요.

그러고는 이내 '참 치졸도 하다'하는 생각이 뒤따르더라고요.


삶은 전쟁이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 무엇을 위한 싸움을 하고 있는지 잠시 멈춰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속도만 주장해도 억지지만, 우리 모두가 같은 속력으로 달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오늘 맞이하는 열 세번 째 시간의 주제는 '뭘 잘못한 걸까요'로 정해봤습니다.



숨 - 시와, KIRARA(키라라)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곡은 시와- 키라라가 함께 작업한 숨이라는 곡입니다. 플레이 리스트를 뒤적이다 우연히 발견한 곡인데요. 평소에 많이 즐겨듣지 않는 곡인데 선곡할 곡을 찾다 발견하게 된 곡입니다.


글을 쓴다는 행위를 꾸준히 하지 못해서 '저에게 이 일이 맞는 걸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또 새로운 사고를 도출하기도 하는 시간들이 꽤 나답다라고 여길 때면 역시 잘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떠올리게 됩니다.


이 곡을 선곡하고는 꽤 그루브한 리듬감에 기계음을 섞어내고는 '숨'이라는 한 단어로 곡을 리드한다는 사실이 참 멋지다는 생각에 소개해들려고 들고왔는데, 듣다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한 스토리 텔링이 존재하지 않는데 곡의 기승전결이 무척 뚜렷해요. 이런 식으로도 하나의 클라이막

스에 가까운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숨이라는 호흡의 리듬을 기계로 표현해냄으로서 현대 사회에 고질적으로 겪고 있는 통증들에 대해서 재미있게 담아낸 것 같아요.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매번 부딪히면서도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어려운 의미를 두지 말자고 스스로에게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글을 쓰면서 들었습니다.


곡을 소개하려고 영상을 찾다가 시와 님의 숨이라는 또 다른 버젼의 곡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곡을 들으면서 우리가 마주하는 숨결에 대해 떠올려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함께 플레이 리스트에 넣고 번갈아 들어보시는 것도 새롭게 곡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숨, 소리를 내어보면 사이가 생각나
손과 손 귀와 입 사람 사람 서서히 스밀 수 있게
천천히 흐를 수 있게
너와 나 사이 부는 바람 숨, 숨





Astronaut - Dameien Rice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곡은 오랜만에 새로운 곡을 들고 찾아온 데미안 라이스의 Astronaut이라는 곡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두려운 것일지도 모르는데요, 저는 데미안 라이스를 볼 때면 천천히라는 고유의 뜻에 대해서 떠올려 보게 됩니다. 성장이라는 것이 꼭 눈에 띄게 두드러져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듯이, 모든 성장에 대해 관대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그러한 것을 증명하듯이 자신만의 속도로 움직이는 그를 마주할 때면 '그것도 꽤 괜찮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곡의 제목인 Astronaut의 의미를 좀 찾아보았는데요, '우주 비행사'라는 뜻이 있더라고요. 사실 곡을 듣기 전까지는 단어가 주는 의미에 꽤 한정적인 가시 범위를 두었는데요, 곡을 들으면서 다시금 의미에 대해 떠올려보게 됩니다. 사람들이 정의내리는 것과 실질적으로 깨달은 것에 대해서도요.


그리고 또 잊고 있던 것이 있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자신에 대해서도요. 그러고 나니 좀 더 인상적이고, 멋있는 의미가 탄생하게 된 것 같아요. 우리는 생각보다 괜찮은 인생을 살아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연극을 하듯 세 사람이 마주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요. 한정된 공간에서 시간이 축약된 감정을 조명과 구도, 표정만으로 표현해냅니다. 그래서인지 영상을 보고나면 음악이 주는 감정선을 너머 경탄하는 지점이 생기는데요, 이게 단순히 음악이 전하는 이야기를 넘어선다는 생각이 들어요. 놀라운 경험인 것 같습니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시더분한 시골 아저씨의 트렌디하고 위트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도 챙겨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추가로 곡을 찾게 되면 유튜브에 데미안 라이스가 부른 또 다른 버젼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저는 뭔가 추억 속의 데미안 라이스를 만나게 된 것 같아 반갑더라고요. 흑백으로 노래하는 버젼도 추가로 챙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름 - 이고도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곡입니다. 이고도님의 '이름'이라는 곡입니다.


일전에 소개를 해드렸는지 모르겠는데, 인디씬에서 좀 두드러지는 새로운 아티스트를 꼽으라면 저는 이고도라는 가수를 좀 소개하고 싶습니다. 일단 가사가 진솔하다는 면에서 좀 언급하고 싶은데요, 그 가사가 진부하기 보다 우리가 차마 입으로 내뱉지 못하는 숨겨진 이면에 대해서 정서적으로 친근하게 접근한다는 점에서 추천을 하고 싶은데요, 표현하는 방식에 '이래야 한다'는 공식은 없지만 무언가를 표현하게 된다면 '이렇게 표현을 해보고 싶다'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고도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전반적으로 가사는 트렌디함에도 꽤 올드한 리듬을 구성하고 있어서 어쩐지 이질감 같은 것이 생겼거든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는 곡 자체에서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이고도라는 가수가 보이지 않게끔 디렉팅이 되어있어요. 아무래도 시대의 흐름이 주도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그러한 것들을 감안하면서도 꼭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들고와봤습니다.



모두가 재는 눈금대로
나도 진심을 앉혔는데요
마음도 어느 손등으로는
설익기도 하나 봅니다
나는 그 이름을 가만히
안아봅니다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제 주변인들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관계라는 것이 항상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대등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닌데도, 결국 사람인지라 기대하고 마는데요. 희안하게도 결국 사람인지라 대등한 진심을 구하게 되더라고요. '너만은'이라는 단어가 있잖아요. 저는 이 단어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요. 때로는 구원의 단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서로를 옭아메는 족쇄가 아닐까하고 생각하고 마는 것이죠. 그럼에도 결국 모두 같은 마음이 아닐까하고 추측해봅니다.


노래를 가만히 듣다나면 꽤나 깊은 상념에 젖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턴 부끄럽지만 이러한 시간을 갖을 수 있는 것도 무척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감상해보시길 꼭 추천드립니다.




뭘 잘못한 걸까요 - 장기하



네 번째로 소개해드릴 곡은 장기하의 뭘 잘못한 걸까요란 곡입니다. 지난 번에도 장기하의 곡을 한 번 소개해드린 것 같은데요. 뭔가 사라졌던 이야기를 발견한 것처럼 익숙한 장기하를 만난 것 같아서 또 들고와 봤습니다. 포스팅을 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종종 있는데요, 우리는 변하는 것들에 열광하면서도 종종 변하지 않는 것을 갈망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장기하의 노래를 즐겨듣긴 했지만, 장기하가 건재하다는 사실이 포스팅을 할만큼 반가운 일인지 저도 포스팅을 하면서 매번 깨닫거든요.


열 세번 째 포스팅을 시작하면서 주제를 어떤 것으로 정할까 아무 생각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선곡 리스트를 보다가 문득 노래 제목처럼 '도대체 뭘 잘못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기하하면 저희가 떠올리는 것이 특유의 풍자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번 앨범을 굳이 비유를 하자면 막걸리를 먹을 때만 들을 수 있는 것이 장기하의 음악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칼질을 하면서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 특유의 타령이 먹힌다는 겁니다. 레스토랑에서.


이렇듯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된 것이 새로운 풍자가 아닐까 싶은데요. 여전히 가사에는 그 만의 위트있는 감성이 살아있어서 듣는 이로 하여금 반가운 마음을 품게 합니다. 곡을 듣다나면 무척이나 세심한 성장을 이루어냈다는 표현이 떠오르게 되는데요, 저는 곡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신만의 색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 앨범을 들으면 '성장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와 같은 것들 말이죠.


나른한 오후의 하찮은 고민들이 꽤 값어치가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도대체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요.




가능성 (feat. 김사월) - 브콜콜리너마저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곡은 브로콜리 너마저의 가능성이라는 곡입니다.


매번 4곡으로 끝내기 어려워서 이번에 굳이 한 곡을 더 찾아서 선곡에 넣어보았습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저는 마무리 곡을 '입가심'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요. 아주 근사한 진수 성찬의 마무리와 같은 것 말이죠. 한국 사람은 결국 김치잖아요. 레스토랑에서 김치를 찾는 것은 좀 무리가 있지만, 선곡하고 나니 이 곡 자체가 근사한 곡들을 뒤로하고 깔끔한 입가심을 선사해줄 수 있는 곡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런 곡들을 만날 때면 역시 여전히 아날로그의 힘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맙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이런 표현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공존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굳이 편을 가르고, 옳고 그름을 재는 것이 별로 와닿지는 않더라고요. 또 굳이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편도 아니고요. 그럼에도 이런 곡들을 만나게 되면 간혹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는 '힘'이라는 것에 대해 떠올려보게 됩니다.



그럴 수도 있었지 뭐든 할 수 있었고
뭐든 될 수 있었던 그런 날이 있었지
좁아지는 길, 손에는 몇 장 남지 않은 카드
웃으며 일어나는 사람들, 점점 줄어가는 의자
텅 빈 운동장 더 좁아지는 길



저는 이 곡을 들으면서 아주 오래된 지난 날이 떠오르더라고요. 방황하고 고민하면서도 끝내 놓지못하고 꾸역 꾸역 앞으로 나아서던 조금은 부끄럽던 시절 말입니다. 그리고 조금 이해하지 못할 부분들을 이제야 겨우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노래를 듣는 내내 '아차'하면서 서글픈 감정이 들더라고요. 아마도 제목에서 주는 희망이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품어야 할 또 다른 절망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는데요.


툭툭 내뱉듯이 적힌 가사가 홀로 내버려진 지난 날의 청춘을 떠올리게 합니다. 노래를 듣다보면 지긋한 현실을 서정적으로 풀어내다보니 수긍하기도 부정하기도 어려운 난해한 감정에 휘말리게 되는데요, 결국 이러한 감정을 되풀이 하면서 덜어내기도 더하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되면 어쩌다 발견한 명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입가심이라면 이런 곡이 었으면 하는 것이 있어요.

모두가 그렇듯 여전히 '나만 꿈 속이 아닐까'라는 환상은 벗어나고 싶은가 봅니다.

그런데 저는 꿈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결국은 인생에서 그 어떤 순간도 우리가 일구어낸 현실이라는 생각을 버리기 힘들거든요.


노래가 주는 절망이 누군가에겐 어둠 속 불을 밝히는 희망처럼 다가서길 떠올리며 포스팅을 마쳐보려 합니다.






어느 덧 13번 째 시간을 마쳐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좀 역설하고 싶어요.

간혹 삶의 크기는 지식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거든요.

우리가 마주해오고 익혀온 모든 것들이 지식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듯이 말입니다.


답을 갈구하는 시간은 잘못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뒤쳐질까 하는 두려움이 가진 욕망이 일구어내는 그림자는 어떻게 포용해야할지 자꾸만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모두 포용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을 익히 앎에도 말이죠.


이해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마르지 않는 샘물에 흙을 채우고 불을 지르고는, 화학 물질을 덮은 뒤 샘에 대해 질문한다면

우리는 모두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아요.


'도대체 뭘 잘못한 걸까요'


이러한 물음에도 제대로 된 답이 있길 희망하면서 글을 마쳐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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