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노래

von voyage!

by Letter B





안녕하세요, 어쨌든 노래 열한 번째 시간입니다.



'딱 10회만 진행해보자'



처음 시작을 할 때에는 10이라는 뭔가 한 단막을 뜻하는 이 숫자의 존재만으로도 끈기가 부족해 '과연 연재를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어쩌다 보니 11번 째 시간을 맞이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참 별것 아닌 의미없는 시간들임에도 막상 11번째 시간을 지나고 있는 지금,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 없이 즐겁게 진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꽤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보상 없이 끈기를 유지한다는 일이 꽤 힘든 일인데, 브런치 같은 경우는 플랫폼의 힘 덕분인지 무언가 제대로 써야 한다는 압박과 함께 은근한 성취감이 따라오는 것 같아요. 늘 끄적이는 글인데도 무언가 제대로 된 성과물이 생기는 것처럼 뿌듯함이 저도 모르게 생기곤 합니다. 특별히 다른 글들에 비해 아주 많은 정성을 들이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뭐 꼭 그렇게 됩니다.


혹여 글을 쓰기 시작하시는 분들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도전할까, 말까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저는 우선 시작해보시라고 일단 권유를 드리고 싶습니다. 글에 책임감이 1 정도 더 생긴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지거든요. 공짜로 얻는 기분입니다.


또 생각보다 무척 뿌듯해요.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얼마 전 포스팅을 할 때 더위가 가시고 강렬한 뙤약볕의 냄새를 맡으며 가을의 시작을 떠올렸거든요. 그런데 어느덧 생명의 온기를 찾을 수 없는 겨울이 내려앉아 버렸어요.

새삼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11회를 맞이하면서 제가 지금 좀 그렇거든요. 계속 가야 할까, 말까. 그러한 심경을 담아 주제로 정해보았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von voyage!'입니다.





귀차니즘 – 박경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곡은 박경귀차니즘이란 곡입니다.


가수 박경하면 사실 얼굴도 이름도 생소하거든요. 저는 예능에서 자주 보았음에도 박경이라는 이름을 보고 신인 가수라고 떠올렸어요. 그래서 단순히 '참 생소한 제목이다'라고 여겨 플레이리스트에 첨부했거든요. 그런데 노래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재빨리 이름을 검색해보니 예능 프로그램 '문제적 남자'에서 자주 보던 멘사 아이돌, 그 박경이더라고요. 신선했습니다.


일단 음악이 무척 경쾌한 리듬인데 세련되었어요. 힙합 음악인데 재즈 리듬이 가미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무척 경쾌하고 흥겨워요. 보통 떠올리는 재즈 힙합과는 좀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보기 전까지 아이돌의 음악이라는 생각을 못한 것 같습니다. 가사도 그냥 유명하지 않은 신인 뮤지션의 일기와 같은 느낌이고요. 그래서 '어 이 친구가 가수 박경 맞아?' 하면서 다시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안 할래
태생이 난 게으른가 봐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나른하고 나른하고 나른하고
그냥 디비 잘래
손가락 까딱까딱 거리는 것도 귀찮아
um ya I'm a 귀차니스트




뭔가 음악이라는 분야 자체가 언젠가부터 진솔한 무언가를 기대하기 힘들어졌고, 또 설사 진솔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더라 하더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한정되어 있다 보니 가사를 들으면서 무척 즐겁게 즐겼던 것 같아요. 많은 공감도 가고, 또 웃기지만 이런 재미있는 가사 속에서 아주 많은 위로를 받게 되더라고요.


그저 한 남자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것 뿐인데 투덜거리는 말처럼 들리다 보니 쉽게 가사에 이입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 투덜거림이 단순히 자신의 문제점들을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닌, 독백하듯 솔직하게 전언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늘 안 좋게 생각하던 버릇들이 이 노래를 듣는 순간만큼은 나 조차도 듣기 싫은 회의가 아닌, '맞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잖아!'라면서 흥얼거리게 되더라고요.


특히 퇴근길이나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 이 노래를 들으며 걷다 보면 스트레스가 절로 풀려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듣게 되는 곡입니다. 지치고 힘든 날이 지속되다 보면 누군가는 자기 자신에게 가혹해지기도 하는데요,

가끔은 그냥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귀차니스트'가 될 수 있기를 이 곡을 빌어 전해봅니다.


사실 지금도 손가락 까딱하기조차 귀찮거든요. 흠.





The winner takes it all – Carla Bruni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곡은 칼라 브루니의 'The winner takes it all'입니다.


이 곡은 원래 ABBA의 곡이죠, 뮤지컬로도 유명한 음악이라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한 번쯤은 귓등으로라도 스쳐 곡을 들어보셨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꽤 익숙하고 유명한 곡을 좀 공유를 하고자 들고 와 봤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곡을 들을 때 미국의 댄싱 파티가 떠올랐어요. 이 곡의 전조 부분이 무척이나 부풀어 오르는 감정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고 여겨져, 가사를 감안하더라도 전반적으로 사랑에 부푼 소녀들의 가슴 벅찬 도발로 늘 마무리가 되더라고요. '승리자만이 모든 것을 쟁취할 거예요'라고 외치는 부분이 마치 소녀들이 무도회장에서 도전장을 내밀듯 처음 가사를 접하신 분들은 곡을 듣고 '참 당돌하다'여기셨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 곡을 프랑스의 여가수 '칼라 브루니'가 편곡해서 다시 불렀습니다.

부드럽고 성숙한 보컬이 가미되다 보니 기존의 곡에 비해 차분하게 조언하는 느낌이 강해졌어요. 같은 가사로 곡이 연주됨에도 불구하고 청자와 화자의 상대적 나이가 달라지는 것만으로 전반적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달라지게 되는 거죠.


'인생의 모든 것은 결국 승자가 쟁취하게 될 것입니다.'


원곡이 승자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했더라면, 번안된 곡은 승리에만 집착하기보다 지금 현실에 충실하라는 이야기로 여겨지네요. 아마 어느 정도 나이를 먹게 되면 결국 승자라는 범위가 포괄적이게 되고, 사실 모두가 승자 혹은 패자의 입장을 취한 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승자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모습에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날들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인생에서 '승자'라는 표현 자체를 쓴다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순간들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러한 부분을 곡의 흐름과 보컬의 색으로 재해석해서 가사가 구현하는 범위를 상대적으로 잘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승리에만 집착하기보다 지금 현실에 충실하라는 이야기로 여겨지네요.



I don't want to talk About things we've gone through
Though it's hurting me Now it's history
I've played all my cards And that's what you've done too
Nothing more to say. No more ace to play.
The winner takes it all

The judges will decide
The likes of me abide Spectators of the show Always staying lowThe game is on again, A lover or a friend, A big thing or a small
The winner takes it all




평소 칼라 브루니의 곡을 즐겨 들으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저는 처음에 이 곡을 발견했을 때 그녀가 굳이 이 곡을 번안해서 불렀다는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우겠죠?


이 곡을 가만히 듣다 보면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저는 나이를 먹으면서는 저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나는 올바로, 똑바로 잘 가고 있었던가. 무언가 'The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가사가 칭찬 혹은 동기 부여를 주기보다 인생의 후회 혹은 오점으로 남은 부분들에 대해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게끔 오히려 채찍질이 되어주더라고요.


과거에는 이 곡을 들으면서 달콤한 칵테일이 떠올랐다면, 지금은 쌉싸롬한 위스키 한 잔과 함께 음악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더라고요.


참고로 저는 비겁하지 않은 사람이 winner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불안을 지나 – 후추스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곡은 인디밴드 후추스의 '우린 불안을 지나'입니다.


이 곡은 우연히 플레이리스트에서 발견한 추천곡인데요, 처음 보는 낯선 이름에도 불구하고 제목 덕분에 들어보게 된 곡입니다. 불안한 순간들은 많지만, 불안을 지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은 사실 인생을 지나오면서 그렇게 많이 없거든요. 그래서인지 '불안을 지나'라는 문구 하나만으로도 저는 어쩐지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아마 이 곡을 우연히 만난 순간에 저도 약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 불안을 어떻게 현명하게 지나갈 수 있을까.', '이 불안들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 거야'라고 말이죠.

인생에서 그런 순간들을 지나고 있을 때 아무도 그런 순간들을 공감하지 못하는 시간들도 있거든요. 가끔은.

그럴 때 이 곡을 만나서 그런지, 저는 좀 한동안 애착을 갖고 들었던 것 같아요.




난 너의 작은 불안을 알아요
난 너의 작은 불안을 알아요
난 너의 모든 불안을 거두어
내 손에 모아 멀리 날려 버릴게요
내 오랜 불행은 나의 친구요
내 오랜 불행은 날 잘 알아요
난 나의 불행이 스쳐지나면
작은 행복이 소중할 수 있는 거예요



사실 그냥 듣기에는 조금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저는 이 곡을 들으면서 '가끔은 나 자신에게 이러한 위로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원래대로는 이러한 곡들을 들을 때면 민망함에 멈칫하곤 했는데 이 곡만큼은 그냥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여기면서 꿋꿋이 맞이하고 싶더라고요. 가끔은 이런 달콤함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며 말이죠.


지금 불안을 지나고 있는 모든 분들이 이 곡을 통해 잠시나마 달콤한 위안을 받길 희망합니다.




voyager - birdy




네,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곡은 birdy의 voyager입니다.


이 곡을 왜 마지막으로 정했냐고 하면 역시 제목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오늘의 주제가 von voyager! 이잖아요. 사실 이 곡을 소개해드릴지 좀 많이 고민하고 쓰기 시작해요. 보통은 곡을 추천할 때 제가 잘 알거나, 많이 듣거나, 그래도 좀 가수 혹은 곡의 지식이 있는 곡들을 선택하는데 이 곡은 정말 가수 자체가 저에게 좀 생소한 가수거든요. 그래서 쓰기 위해 노래를 몇 번이나 다시 들어보고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되었어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인데요, 처음 들으시는 분들은 아마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레이첼 야마가타가 떠오를 것 같아요. 곡을 들으면서 영국이라는 지역을 많이 떠올리지 못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I won't wait for you, I'm already gone
Like moonlight leaves with the dawn
I won't wait for you, the night's too long
I'm a voyager, and I voyage on



곡 전개가 부드럽고 회의적이다 보니까, 곡의 분위기를 따라 지나간 또 현재 맞이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분노하고 화가 난다기보다 어쩐지 지나간 일들 혹은 지나갈 일들이라는 관조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더라고요. 현재 내가 맞이하고 있는 상황과 기분이 혹여 그렇지 못하다 할지라도 말이죠.


노래가 사랑을 읊조리고 있는데 저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사랑이라는 카테고리보다 삶, 그리고 관계에 대해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뭔가 푸르고 파라던 시절들이 그리 푸르고 파라지 않더라도, 함께 새기던 시간들이 꼭 같은 색이 아니더라도, 항상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붉게 물든 노을이 변하지 않고 그리 서 있더라도 그 어떤 것도 아쉬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고 첫걸음을 떼는 거죠.


어쩌면 늘 그리워했던 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듣다 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친숙하기도 한데 그래서 또 어딘가 위화감을 자아내는 거 같아요. 그런데 이게 또 이 곡을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얼른 산책이 하고 싶어 졌습니다.

항해의 시간인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11번째 시간을 마치게 되었어요. 글을 쓰다 보면 어쩐지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제가 느낀 이야기들을 찾아 이리저리 고군분투를 하며 적게 되는데 이런 시간들을 맞이할 때면 괜히 이중적인 느낌이 듭니다. 마치 전쟁통 속에서도 저 혼자 글을 쓰겠노라, 바깥의 이야기는 무시한 채 상념에 젖어 있는 가난하고 옹졸한 한량 행세를 하는 것처럼 작은 멋 부리는 것도 어쩐지 까다롭게 변하는 것 같아요.


유독 그렇습니다.


인생이란 것에 저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정답이 정해진 인생이 있다면 참 좋겠지만, 역시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울고 웃으며 또 살아가며 재밌게 새로운 것들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처음 혼란스럽다고 여겼던 시기를 떠올리면, 어쩐지 세상으로 발 한 발짝도 못 뗄 것처럼 두렵고 떨렸는데 그럼에도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갔거든요. 이게 맞을까? 란 고민도 누가 떠민것도 아닌데 사치인 것처럼, 그렇게 맞아버렸어요.


늘 그 부분이 후회스러웠는데, 이제와 저는 아주 가뿐하게 발걸음을 옮기게 된 것 같아요.

오랜 기간이 지나는 동안 별로 욕심을 내지 않은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개인마다 자유로움의 값어치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저의 첫걸음은 늘 호각음과 함께 시작되었는데,

앞으로는 아주 즐겁게 von voyage! 를 외치며 걸음을 옮겨볼까 합니다.


오늘 선곡한 곡들이 어디선가 첫걸음을 시작할 때 작은 불안을 덜어줄 수 있었으면 하고 소망해봅니다!




von voyage





keyword
이전 10화어쨌든,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