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을 에는 차가운 공기가 그리워 늦은 밤 덜컥 문을 나선 적이 있다.
아아 -
검고 무거운 형질은 떨어져 나갈 줄을 모른다.
숨이 가쁘다.
한 숨 크게 들이켜 폐 속 깊이 차가운 공기를 욱여 넣고 싶다.
나는 아집과 결핍으로 가득한 겨울을 맞이한다.
신촌은 낭만을 잃은지 오래다.
무푼으로 교통 소음 가득한 거리에서 오지은의 오늘 하늘에 별이 참 많다를 듣는 이는 더이상 찾기 어렵다.
저기 아까 숨죽인 생각들이 뱅글뱅글 돈다.
검은 점퍼의 행인이다.
철지난 유행가를 떠올렸다.
한 소절도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거리에서 사람들은 왜 그리도 뱅글뱅글 도는 걸까.
하루 종일 이어지는 비난 속 맑간 얼굴들을 들여다 본다.
21세기 소년들의 입은 20세기 언어로 분주하다.
나는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20년 전 습관을 교육받는다.
세련이다.
그것이라고 했다.
탐한 것은 그것 뿐이라고 했다.
거리 위로 세련된 청년들이 활보한다.
미디어를 횡보하는 서정성이 시린 거리 위로 가 닿지 않는데
아무튼 나는 연일 데이터를 활보해야 했다.
아무 곳이나 주저앉고 싶다.
히터가 따뜻하게 틀어진 곳이라면 어디라도 그대로 잠들고 싶다.
아아 -
검고 무거운 형질은 떨어져 나갈 줄을 모른다.
이런 청춘이란 이런 청춘대로 참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