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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들쥐 04화

신문사에서

by Letter B





부러 벽면 사방의 한 면은 햇살이 잘 드는 전면이 창으로 된 곳을 골랐다.

크기는 20평 남짓, 너무 넓지 않은 것이 좋았다.

갖고 있던 책과 시간이 지나며 사 모은 자료들을 종합하여 책상 곳곳 곁가지로 두었다.

사람들은 이 곳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지 않는다.

외벽으로 마땅히 걸린 간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어떻게 방문하셨나요?


그녀의 자리는 창가 외벽 귀퉁이로 두었다.

책상 주변으로는 손이 잘 가지 않는 책가지가 외벽 높이 쌓여있었다.

너저분하게 늘어진 책들은 제 몫으로 그녀의 손을 타지 못했다.

그럼에도 햇살이 잘 드는 창가 구석진 자리는 인이 박힌 듯 기억이 난다.

검은색 코트로 수수하게 차려입은 그녀의 손에는 도통 보기드문 갈색 봉투가 들려 있었다.


보통 새벽 1시부터야 인쇄되는 인쇄물은 제 자리 앞에서 받아 볼 수 있었다.

잉크 한 점 묻어나지 않았다.

때때로 취향을 고려한 듯한 커피도 함께 올려져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적어낸 글을 꼭 빼닮았다.

커피가 미적지근해질 때면 사방에서 오늘 자 인쇄된 이야기 뿐이었다.


-저 건물 궁금하지 않아?


흡사 책방과도 같았다. 공간이 작은 탓에 책상을 낮게 둔 까닭이다.

이름이 없는 탓에 찾는 이는 많지 않았지만 우연히 들른 객들이 황급히 발길을 돌리는 일도 없었다.

사무실에 남아있는 것은 주로 그녀였다.

내어준 자리에서 밀려드는 햇살을 피해 온종일 타자를 두드리는 일에 열중한다.

질문이 이어지기까지 여간해서는 객들을 내몰지 않기에 그 날 들른 허름한 청년들이 누구인가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는 이는 없다. 그것이 화근이었을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후미진 창가 자리가 그토록 단정해질 수 있을까.


그것이 그녀에 대한 우리들의 전부였다.

시간이 지나자 자리는 다시금 너저분해졌다.


-입에 오를만한 건 아니었지?

-그 왜 이런데 어울리지 않아도 저런 화병 하나 쯤은 볕 잘드는 쪽에 두어도 되겠다 싶은.

-같은 기사가 하루에도 수십 개 이상 넘쳐납니다.

-그런다고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진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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