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안 하실 거예요?
제가 왜 사과를 해야 하죠?
이보세요, 사과도 하지 마세요.
오후의 거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나는 맞은편에서 고개를 까닥하고는 얼굴을 지푸리는 그녀를 안다.
처음 보는 그녀에게 나는 가벼이 목례를 건넨다.
그녀는 당연한 것을 맞이하듯 코웃음을 튕긴다.
그것은 오후의 거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제는 거리에 더 남아있지 않을 전보가 풀을 먹고는 보도블록 위에서 반짝인다.
나에게 인사한 그녀는 누구인가.
그보다 그 자연스러운 반응은 뭐지.
이제와 자연스럽다는 건 무엇인가.
나는 예측 가능한 반응 중 가장 사회성이 두드러지는 것을 고르고도 마음이 편치 않다.
도대체 그녀는 누구지?
또다. 또 애써 고치려던 버릇들이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온다.
그것은 일종의 신호였다.
불그스름 잠들어가는 석양이 발 끝에 채이고 나는 말간 것이 서러워 털썩 주저앉는다.
애써 벤 습관들이 훌훌이 흩어져가도 서운하지 않았다.
웃다 울어버린 별 것 아닌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우리는 신기루에 좇긴 것이 아닐까.
검고 푸른 밤이 깊다.
나는 그녀에게 언젠가 또 인사를 건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