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며 배운 것들
호주 여행기를 마치며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글로 남기려던 계획이 있던 건 아니었기에, 기억에 의존해 쓴 기록들이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공감해 주시고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호주 여행기를 마무리하며,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소소한 정보들과 인상 깊었던 것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이미 호주에 다녀오신 분들께는 익숙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아직 가보지 않았거나 곧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께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넓은 영토와 풍부한 자원
시드니 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호주 영토를 완전히 벗어나는 데는 비행경로와 속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2~3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김포에서 제주까지 1시간도 채 안 걸리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호주의 영토가 어느 정도로 넓은 지를 실감하게 했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자원이 풍부한 나라 중 하나로, 다양한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광산이 채산성 문제로 운영을 중단하거나 개발을 미루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높은 인건비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블루마운틴에서도 폐쇄된 탄광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넓은 땅과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을 가진 호주, 그리고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호주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인상 깊었고, 부러웠다. 상대적으로 밀집된 인구밀도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떠올리며 안쓰럽고도 대견한 복잡한 감정이 들었던 기억이다.
시드니항의 크루즈 ‘QUEEN ANNE호’
시드니항(Sydney Harbour)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항(Rio de Janeiro Harbour), 홍콩의 빅토리아항(Victoria Harbour)과 나란히 세계 3대 미항(美港)으로 꼽힌다. 리우데자네이루 항은 아직 가보진 못했지만, 예전에 보았던 홍콩의 빅토리아 항과 더불어 이번에 시드니항을 직접 보고 나니 그 명성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항구와 도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뛰어난 경관을 보여주었다.
내가 방문한 시기에 시드니항에 주말을 끼고 대형 크루즈선 ‘QUEEN ANNE호’가 정박하고 있었다.
나는 ‘QUEEN ANNE호’의 크기에 압도되어 시골에서 막 상경한 옛날 촌사람 마냥 입을 떡 벌리고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도시 중심에 가까운 항구까지 이렇게 거대한 선박이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도 매우 놀라웠다. 지는 해를 배경으로 펼쳐진 항구와 도시, 크루주의 조화는 눈과 마음 모두를 사로잡는 풍경이었다. 시드니항이 세계 3대 미항임에 이견 없는 동감을 할 수 있었다. QUEEN ANNE호를 직접보니 기회가 된다면 크루즈 여행을 빠른 시일 내에 하고 싶다는 큰 소망도 품어 보았다.
공공기관의 작은 간판
호주에서 또 특이했던 것 중 하나는 병원이나 경찰서의 ‘간판 크기’였다. 너무 작아서 유심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작은 간판만 붙어 있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는 ‘과시하지 않음’의 호주 문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공공기관이 과도하게 크고 화려한 간판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거만하다’ 거나 ‘공공 세금 낭비’로 비칠 수 있어 간판은 최소한의 기능적 역할만 충실히 수행하는 선에서 작고 단순하게 유지하는 편이라고 한다. 특히 경찰서는 크고 위압적인 간판보다는 친근하고 접근 가능한 분위기를 주려는 배려가 있어 권위적으로 보이는 외관은 피하려 한다고 했다. 실제로 경찰서, 병원은 그냥 작은 글씨로 “Police”나 “Medical Centre” 정도만 적혀 있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지역의 구청이나 시청 등의 관공서 건물을 과하게 크고 화려하게 지어지는 경우도 있어 종종 지적받기도 하는 요즘 우리나라의 추세에 내실과 실리위주의 호주의 모습이 반영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호주의 앵무새 '코카투'(유황앵무)
마음먹고 동물원이나 에버**드쯤은 가야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앵무새를, 호주 도심 한복판에서 우리나라의 비둘기처럼 흔하게 마주칠 줄은 정말 몰랐다. 호주 하면 캥거루와 코알라만 떠올랐는데, 앵무새는 이번 여행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호주의 또 다른 상징이었다.
도심 어디를 가든 앵무새 떼가 한가득이었고, 그중에서도 '코카투(Cockatoo)'는 특히 눈에 띄었다.
‘코카투’는 매우 똑똑해서 무거운 쓰레기통 뚜껑을 능숙하게 열고 이를 파헤치는 말썽꾸러기라고 한다.
이 같은 행동으로 현지에서는 '쓰레기 앵무'라고도 불린다.
한 번은 공원 나무 위에 하얀 꽃이 가득 핀 줄 알고 감탄하며 다가갔는데, 가까이 가보니 그 모든 게 앵무새였다. 그 크기나 숫자에 놀라고, 지저귀는 소음에도 다시 한번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호주는 정말 새들도 자유롭고 당당한 나라구나 싶었다.
호주의 커피부심
호주는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한 나라이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스타*스가 철수한 두 나라 중 하나가 호주이며, 다른 하나는 베트남이라고 한다. 상징적으로 남아있는 몇 곳을 제외하고 거의 스타벅스를 볼 수 없었다. 그곳마저 사람이 없어 곧 문을 닫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는 단순한 브랜드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현지 커피 문화에 대한 뿌리 깊은 자긍심과 독자적인 취향이 작용한 결과였다. 스타*스 어느 지점을 가도 자리가 없이 붐비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었다.
호주에서는 도시 곳곳에 작은 로컬 카페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어디를 가든 바리스타들이 자신만의 커피 맛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카페마다 커피가 특색 있고 맛있어 커피 좋아하는 나는 무척이나 행복했다.
호주의 지폐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호주의 지폐를 처음 보았다.
지폐를 본 첫인상은 마치 공작새의 깃털처럼 정교하고 화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니 지폐가 이렇게 예쁘고 화려할 일 인거야?’싶을 정도로 질감과 색감, 디자인이 특이했다.
호주는 세계 최초로 지폐의 소재로 플라스틱(폴리머)를 도입한 나라이다.
1988년부터 위조 방지와 내구성 강화를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물에 젖지 않고, 찢기 어렵고, 오래 써도 깨끗한 상태 유지가 가능하다.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생분해되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의 우려를 안고 있는 플라스틱이라는 점은 환경오염의 잠재적 원인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호주에서 개발된 와이파이(Wi-Fi)
지금 우리가 매일처럼 사용하고 있는 와이파이는 호주 정부 산하 과학연구기관에서 개발한 기술이 와이파이의 핵심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이 기술은 고속 무선 통신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 알고리즘이었고, 이후 전 세계 와이파이 기술의 기반이 되었다. 덕분에 오늘도 이렇게 자유롭게 연결된 세계를 누릴 수 있으니, 정말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구 대비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호주
호주는 인구 대비 노벨상 수상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2024년 기준 16명 이상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고 한다.
그중 기억에 남는 노벨상수상자는 하워드 플로리 경 (Howard Florey)이다.
그는 '페니실린의 대량 생산'에 기여해 제2차 세계대전 중 수많은 생명을 살렸고,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위염과 위궤양의 주요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밝혀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배리 마셜 & 로빈 워런 (Barry Marshall & Robin Warren)도 호주 출신이라고 한다.
이 글을 끝으로 이제 마음속에서도 호주를 조용히 떠나보내려 합니다.
다음 주부터는 지난 5월 초에 오랜만에 다녀온 '미국과 캐나다, 뉴욕과 보스턴, 그리고 토론토'의 여정을 이어서 연재해 보려 합니다. 이번에도 글을 염두에 두고 다녀온 여행은 아니기에 기억을 더듬어 쓰게 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여행이 추억이고, 음식이고, 음악이며 또 다른 방식의 쉼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써보려 합니다.
그저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