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기적의 다른 이름이라면

언제나 조용히 다녀가는 요정들

by 지언 방혜린

아이야

올해도 며칠 안 남았구나.

엄마는 올해 여러 도전을 많이 했어. 너도 알지?

평생 해보지 않았던 낯설고 새로운 일들.

글을 써서 책이 되었고,

그림책 만들기도 해 봤어.

우쿨렐레, 기타 연주회뿐 아니라 크고 거창하진 않았어도 연주회 기획도 해보았단다.

그리고 엄마의 첫 책 '엄마의 유산'이 낭독극으로 기획이 되었어.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편지를 낭독할 엄마이자 연기자로서 무대에도 서게 되었어.

매일 자고 나면 기적 같은 일이 엄마도 모르게 생겨나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야.

왜 그런 동화 있었지? 너희들 어릴 때 우리 셋이 재미있게 보던...

맘씨 좋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하시던 구두 수선 가게인가??

밤사이 요정들이 내려와 부지런히 구두를 만들고 수선을 하고 사라지면 아침에 발견하고 놀라는...

엄마가 요즘 딱 그런 기분이란다.


엄마가 매일 하는 새벽 독서 토론 시간에

'기적은 내 머릿속에 결코 없기 때문에 기적이다.

적은 간절한 가능성에서 나온다' 라고 했어.

정말 그런 것 같아.

기적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몰래 누군가가 포기하지 않고 손을 움직인 시간의 결과라는 걸.

밤사이 내려와 구두를 만들던 요정들처럼 말없이 티 나지 않게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낸 마음들이 모여

아침이 되면 “어, 이게 뭐지?” 하고 놀라게 만드는 것.


이 기적이 우연이 아니라

이게 바로 기회가 아닐까?

그동안 신들이 네게 무수히 많은 기회들은 주었는데도, 너는 그 기회를 단 한 번도 받아들이지 않고,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일들을 미루어 왔었는지를 기억해 보라. 하지만 이제는 네가 속해 있는 우주가 어떤 것이고, 그 우주의 어떤 지배자가 너를 이 땅에서 네게 주어진 시간은 엄격하게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네가 그 시간을 활용해서 네 정신을 뒤덮고 있는 안개를 걷어내어 청명하게 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지나가 버리고 네 자신도 죽어 없어져서, 다시는 그런 기회가 네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 마르쿠스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中 에서 -

그래서 엄마는 이 모든 일을 “잘해야 한다”기보다는 놓치지 않고 살아내야 한다고 느꼈어.

기회는 늘 거창한 얼굴로 오지 않더라.

조금 두렵고, 낯설고, 새롭고, 괜히 나서면 부끄러울 것 같은 모습으로 아주 조용히 다가와.

엄마는 이제야 그 조용한 기회 앞에

도망치지 않고 서보는 연습을 하고 있어.

잘해서가 아니라, 더는 미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야.


아이야,

엄마가 바라는 건 네 앞에 찾아온 기회가

너를 부르는 소리라면 그 소리를 무시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두려워도 괜찮아.

요정들이 밤새 구두를 만들었듯 네 안에서도 이미 무언가가

조용히 자라고 있을 테니까.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엄마는 이 말을 꼭 남기고 싶었어.

기적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자기 삶의 문을 아주 조금이라도 열어두는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들어온다는 걸.

그리고 엄마는, 그 문을 열어두는 연습을

앞으로도 계속해 보려고 해.


아이야,

너의 내일에도 눈치채지 못한 요정들이

매일 밤 다녀가기를, 엄마는 진심으로 바란다.


초대합니다.

자녀에게 엄마로서 기성세대로써 마땅한 정신을 편지로 써 내려갈 부모들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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