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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보다 내가 더...

예민함도 강점이다 에필로그

by 지언 방혜린

24년 8월 브런치스토리 작가 승인메일을 받았습니다.

운이 좋게 처음 도전에서 말이지요.

원래도 글을 쓰는 건 좋아했지만 일기 쓰기와 다이어리의 기록 정도였어요.

막상 작가로 글을 쓸 수 있게 되니 좋은데 멍하고 행복한데 겁도 나고

제일 걱정되는 건 나를 세상에 내놓는다는 두려움과

솔직한 글을 쓰고 싶은데 어디까지가 솔직선인지에 대한 마음의 갈피가 잡히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딱 일주일 고민하고 처음 글을 써서 첫 브런치북을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브런치북이 뭔지도 잘 몰라서 무엇을 쓸 것인지 기획도 없이 시작한

첫 글의 제목 ‘예민함도 강점이다’가 book의 제목이 되어버렸으니

정말 브린이(브런치북어린이) 중 상 브린이였지요.


짧은 글 솜씨로 표현력도 부족하고 서툴고 어색하고 모든 게 어설픕니다.

그럼에도 나아갑니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야 어디엔가 다다를 수 있으니......

저는 달리는 기차에서 내리지는 않겠습니다.

종착역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내가 정확히 알 수 있는 건 나아가지 않으면 계속 이 자리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계속 썼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의 첫 브런치북의 마지막 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고현정은 왜?


89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당선되어 큰 키에 맑은 피부 긴 생머리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더 시원스러운 성격은 당시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캐릭터였지요.

50살이 훌쩍 넘은 지금도 미모는 여전히 아름답더라고요.

많 이 부 럽 습 니 다.

고현정을 일약 스타의 최고 방점을 찍게 한 드라마 SBS의 모래시계는 당시 50.8%의 평균시청률을 기록하며 일명 ‘귀가시계’라는 별명도 붙여졌습니다.

극 중 고현정의 이름 ‘윤혜린’또한 당시 흔하지 않은 세련된

이름으로 세간의 화제가 되었지요.

덕분에 내 이름 '방혜린'도 어디 가나 덩달아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특이한 성 때문에 놀림을 받을까 싶어 고심에 고심을 하여지어 준 이름 '혜린'이는

반에 두세 명씩 있는 흔한 이름이 아니었기에 학창 시절 내내 동명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모래시계방영 이후 전국에 수많은 꼬꼬마 아가씨들이 혜린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지요.

그렇게 드라마 모래시계와 더불어 혜린이 열풍이 불었습니다.

모래시계는 95년 처음 방영이 되었으니

‘고현정 보다 내가 더 먼저 혜린’이었던 건 분명합니다.

95학번이었던 나는 당시 전국의 자칭 재희(이정재), 우석이(박상원), 그리고 수많은 히트대사를 남겨 아직까지고 회자되는 태수(최민수)들에게 고백을 받는 웃지 못할 사건이 기억납니다.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라는 말을 흉내 내며 고백한 사람도 있어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을 갔었던 기억도 있어요. 너무 무서웠거든요.


날마다 집으로 들 수도 없는 무거운 꽃배달이 와서 엄마가 평생 받을 꽃다발을 다 받는 것 같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영어회화 학원에서 출석을 부르면 다들 한 번씩 쳐다보니 모래시계 “혜린”이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아니 고현정의 힘이었을까요?


여하튼 나는 비교되는 게 너무 싫어 그때부터 어디 가서 내 이름 석자 방 혜 린을 내놓는 걸 쑥스러워했습니다. 최근까지도 내 브런치북 필명은 이름의 이니셜 ’hRIN’이었어요.

그런 내가 글을 쓰면서 조금씩 달라졌어요.

모든 선택에 생각이 많아 최고의 선택보다는 최악을 피하는 선택을 했던 나였습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게 뚜렷해지고 하고 싶은 것도 명확해졌습니다.

비로소 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생긴 게 못나고 행동이 서툴러도 그 자체로서의 나를 인정하고 앞으로 성장할 나의 가능성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 이름 방혜린도 조금씩 내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나의 필명을 ‘hRIN’에서

‘방혜린’으로 수정한 이유입니다.

이 브런치북을 마치며 내 이름을 다시 찾은 느낌이에요.

앞으로 방혜린으로 써 나갈 새로운 브런치북들도 많은 관심 가져주길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그동안 써 내려간 글들을 묶어 투고를 하였는데 하나님이 보우하사 출간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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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작가 방혜린으로 처음 나오는 종이책이라 자다가도 이불 킥할 정도로 행복한데

한편으로는 자면서 내 책들이 나를 마구 짓누르는 꿈을 꿀 정도로 부담도 됩니다.

브런치가 키운 브린이 작가님들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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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도 또 행복하세요~~~


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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