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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 Aug 08. 2020

도무지 잊혀지지 않을 때

모두들 그런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잊는 거라고.
그래서 더 멋진 사람을 만나면
 그 전 사람은 생각도 나지 않을 거라고.

물론 그런 경우도 있다.
 내가 그만큼 좋아하지 않았거나,
아쉬움이 남지 않았거나,
헤어짐의 이유가 너무 실망스럽고 충격적이라 그리워할 가치도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 때
우리는 우리의 냉철한 이성을 따르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너무나도 좋아했는데
내 실수로 헤어진 것만 같고,
그땐 그게 큰 문제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꽤 흐른 지금의 나는
그런문제쯤은 품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마구 들고,
다른 많은 이성을 만나보아도
설렘이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자꾸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고
그 사람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이 들 때,
심지어는 머리는 그 사람이 그닥 좋은 사람은 아니었는데...싶으면서도
 가슴이 그에게만 반응할때도 있다.

그사람은 나를 잊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더이상 나에게 미안해하지도 않으며
아예 나란 존재를 잊어버린 것만 같은데
나만 이러고 있는게 너무 울화통이 터지고
늘 그날의 잔상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다른 글들처럼 어떠한 해결책을 내주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당신들의 그러한 마음이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볼땐
사랑은 사랑으로 온전히 잊혀지지 않는다.

 그건 전에 말했듯 많이 사랑하지 않았을때 다음에 더 큰 사랑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본인 기준에서 가장 큰 사랑을 쏟아버린 사람은 다음에 더 큰 사랑이 꼭 찾아 온단 보장이 없다.

오히려 더 계산적이고 덜 상처받는 사랑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더 그 사람을 향한 애달픔이 커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알 것이다.
머리로는 이미 우리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단 걸 알고 있다.

이미 우리의 관계는 깨졌고 남이 되었다.

다만 나는 당신의 그 마음을 억지로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혹사 시키지말고
인정해주라고 말해주고 싶다.

더 빛나는 존재를 만난다고 그의 존재가 없던게 되는것도, 싹 다 잊게 되는 것도 아니다.
잊으려고 몸부림 치지 말고 그저 제 삼자의 입장으로 지켜보라.
그리고 인정해주라.
‘맞아 너무나 사랑했고 이렇게 애달픈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렇다고 또 ‘우린 다시 만날 운명이야’ 라며 혼자 우격다짐으로 헛된 망상도 하지말아라.
그런마음이 짙어지면 스토킹이 될 수도 있으며,
그건 인정이 아니라 다른 비뚤어진 혹사이고 억압이다.

당신만은 당신 마음을 알아줘야 한다.
그리고 돌파구를 찾으려 애쓰지도 말라.
물론 생각할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한다던지 취미 생활을 하는 노력은 꼭 해라.

내말은 ‘ 빨리 잊어야해!! 나만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란 것이다.

인생이 하나의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우리가 겪은 그 사건은 굉장히 의미 있는 사건이며,
그게 시작하는 기 이든 승이든 전이든 마치는 새드앤딩의 결이든  
아름다운 하나밖에 없을 이야기다.

당신밖에 가질 수 없는 그러한 특별한 이야기를 써왔으니 당당하게 생각하고 소중히 여기자.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모두들 자신만의 소설에서 주인공이 되어
그 모든 과정이 빛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정말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일들이 종종 우리에게 일어난다.

 한가지 좋은 점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성숙해지고 단단해진다는 사실이다.

저번 만남에서 뼈저리게 느꼈던 과오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한번 더 인내한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으며
 더 적은 후회를 남긴다.
그리고 점점 더 상대도 성숙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도 아름답고 예의있는 이별을 위해 애쓰기에
미워하는 감정조차 들기 어렵다.

 어릴땐 일년, 이년, 삼년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당연한 일일 줄 알았다.
사계절을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어른이 되고서야 알았다.
주변에 오년, 칠년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이 존경스러워지기까지 했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가 고민스럽기도 했다.
아니면 가볍게 만나 가볍게 헤어지는 이 세대의 문제라고 넘겨버리고 싶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무뎌진 다는 것 같다.
성숙해진다고 하지만
어쩌면 가장 슬프고 무서운 일일지 모른다.
무뎌진다는 것은
더이상 작은 자극에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며, 새로운 것이 줄어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이제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터득해
마음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 방법을 택하며
용기와 솔직함이 줄어드는 것일지 모른다.

 한동안 나는 확언과 긍정적 마음을 가지기 위해 매번 다이어리에
'나는 잘 되고 있다.'
 '우리의 관계는 점점 더 깊어진다.'
'나는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간다.'
 '직장생활이 익숙해지고 인정받는다'
와 같은 말들을 적어놓고 반복했었다.

잠깐이라도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오면
절대로 그래서 안된다는 듯
긍정적인 확언들을 읖조렸다.

그러나 '그래야만 해' 라는 압박이 나를 눌러왔고
차라리 하루하루 나의 감정과 마음을 솔직히 바라보고 인정해주는 것이
더 나다운 삶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만남의 결실이 꼭 결혼이나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의 기억 속 한자리에
나란 사람이 아름답게 기억되고
내가 준 사랑을 어느 날 어느 순간 예쁘게 추억한다면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시간임을 ..

 사랑은 결론보다 과정이 의미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며 서로를 바라보고 사랑을 시작하지만
사랑은 결국 나 자신을 바라보며 재조명하게 한다.
그리고 내가 인정하기 싫은 나 자신의 어떤 부분이 극대화되어 보일 때
우리는 사랑이란 조명을 꺼버린다.

그러나 조명을 끈다고 해서, 보이지 않는다 해서 있던 게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홀연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시 그가 어느 순간 조명을 키는 그 순간에 조금은 먼지 덮힌 실체들이 다시 뿌옇게 보이기 시작한다.


필자도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힘들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존재의 대체는 없더라도 기억력의 감퇴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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