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탁, 파 송송 넣고, 매운 고추가루도 팍팍넣고... 집사람도 아이들도 없는 황금같은(?) 시간을 틈타 맛보는 라면 맛이라니! 혼자만의 만찬을 만끽합니다. 필요한 건 살짝 신맛이 나는 김치 하나면 됩니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나만의 식탁이 차려집니다. 역시 이보다 좋을 수는 없습니다. 이보다 더 행복한 식탁은 없습니다.
"라면, 올킬!"
쌀은 떨어져도 라면 박스만 비어 있지 않으면 걱정이 없었다. 연탄불이나 석유곤로에다 라면을 끓여 본 사람은 안다. 연탄이나 석유의 매캐한 냄새와 뜨거운 열기 속에서 라면이 담긴 양은 냄비를 어떻게 들어올려야 하는지를. 양은 냄비의 손잡이에 숟가락을 끼우고 냄비를 나르다가 그만 부엌 바닥에 폭삭 냄비를 엎어버렸을 때의 심정도 안다. (출처: [라면], 안도현)
곤로!
정말이지, 어린 시절 '석유곤로'에 라면을 끓이기도 했고, 숟가락으로 냄비를 들고 옮기다 폭삭 방바닥에 쏟아 붓기도 했습니다. 안도현님의 글을 읽으며 잊었던 옛 추억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갑자기 그 때의 심정으로 돌아가니 라면이 더욱 먹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요즘은 가끔씩 아이들에게 라면을 먹이려고 하면 뭔가 '불량'하고 '저렴'한 음식을 먹고 있고, 건강을 해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듭니다. 다 같은 음식인데 뭐 하며 생각을 하지만 워낙에 제 머리속에 '건강 관련 정보'가 많아서 쉽지 않습니다. 먹는 것 하나하나 지나치게 신경 쓰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스쳐 갑니다. 잘 살고 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