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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비바티 Apr 11. 2021

평생 '외국인'일 수밖에 없을까


누가 봐도 외국인으로 생긴 우리 남편은 중동 출신. 하지만.

한국에 온지는 벌써 8년이 넘었고,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보다도 한국을 좋아한다. 

그런데 사실 TV에 국뽕으로 종종 나오는 '한국이 너무 좋아요~', '김치 최고~'하는 외국인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서, 당연히 우리 남편도 한국 생활에 불만은 있다. 


긴 시간을 한국에서 살면서 그가 질리도록 많이 듣는 말 중의 몇 가지는

'어머 한국말 잘하시네요!' = 아직까지 한국말 하는 외국인이 신기한건 어쩔 수 없어서 당연히 이해는 한다.

'매운 거 먹을 수 있어요?' = 오히려 난 매운거 잘 못먹고 남편은 엄청 좋아한다. 사람마다 다른건데 너무 매번 모든 사람이 신기해한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의 우리 가족 포함. 


그래도 이런 부분은 별로 신경쓰이는 건 아닌데, 

너무 외모(=인종)만으로 '외국인', '한국말 못하는 사람'으로 인지하고 남편을 대하는 것은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 



그가 말 한마디 안하던 이유.

우리 남편은 나랑 어디 갔을 때 나 대신 점원들에게 말을 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한국말 잘 하면서 왜 자꾸 나를 시키는 것인지 한동안 불만이어서 남편에게 불평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남편에게서 돌아온 답변을 듣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자기가 내 옆에 있는데 내가 말을 걸면, 사람들이 나는 안쳐다보고 계속 자기만 보고 얘기해."


그 이야기를 듣고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동안 그런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나의 둔감함에 미안하고, 내 나라 사람들이 남편을 '당연히 한국말 못 알아들을 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무시하고 옆에 입 다물고 있던 나를 보고 이야기를 해왔다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종종 한국 국적 취득(=귀화)를 권유하는 나에게 남편이 하는 말은 

"귀화하고 평생을 한국에서 살아도 사람들은 나를 '외국인'이라고 부를 걸." 이다. 



나보다 한국인 같은데.

나에게는 누구보다도 가깝고 소중한 가족이고,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살아온 사람인데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외국인'으로 인지되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우리는 언제쯤 인종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일이 적어질 수 있을까. ('없어질 수 있을까'는 사실 실현 불가능한 말이라, 그런 일이 '적어'지기만 해도 정말 큰 성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외국인'들에게 많이 익숙해진 서울에서도, 남편이 집 근처 주택가를 혼자 걷고 있으면 '여기에 웬 외국인이..?'하는 눈으로 경계심 섞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그게 훨씬 심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이 '외국인'이 한국인인 나보다 한국 문화를 더 좋아하고 한국에서 살고 싶어하며 나의 한국어 문법도 종종 지적한다는 것을 그런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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