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궐 Oct 25. 2023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며 공부하는 게 필요하다.

10_나도 재수 성공할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 진수야. 왔니? 여기 앉즈렴."


정해진 상담 시간이 되자 플래너를 들고 담임실로 담임 선생님을 찾아갔다.

담임 선생님은 우리들이 기숙학교에 입학할 때 작성했던 상담기록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우선반에 있었던 학생들로부터 우리 반 담임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반 선생님들보다 더 친절하고 이 학원에서 오래 있어 학원 생활에 대해서 너무도 잘 파악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제대로 담임 선생님을 겪어보지 않아 이 말을 반만 믿는다.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지나가다가 인사하고, 간단한 안부만 물었던 사이인데 어떻게 나를 알까?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었다.


"학원에 들어오기 전에 밤낮 패턴이 바뀐 채 지내서인지 오전에 계속 자는 게 보이더라. 그나마 이제 간신히 정신 차리고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집중은 여전히 힘든 것처럼 보이더라. 어떠니?"

"그, 그걸 어떻게?"


순간 담임 선생님이 귀신처럼 보였다.

분명 몇 번 보지 못했던 것 같았는데 정확히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강의실에서 내가 종종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이 누구인지, 수업 태도는 어떤 지 다 알고 있어 등에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었다.

2월 달에 학원에 입학해서 조용히 다니고 있고, 강의실 자리도 중간쯤에 앉아 존재감이 없었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이 없는 오전 시간의 수업 패턴과 쉬는 시간의 내 행동을 읽고 이야기하니 우리들을 안 보는 듯하면서 다 보고 있다는 말이 너무도 실감되었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땐 잘하고 있어. 지금은 혼자 다니고 있지만, 나중에는 반 친구들과 조금씩 어울릴 거고 점점 친해질 거야.

담임 시간에 말했지만 친구는 작게 사귀고 거리를 두었으면 좋겠다. 기숙학원에 있는 게 재미있으면 친구들이 너무 많고 어울리는 게 익숙하다고 생각한다. 힘들겠지만 혼자 다녀야 공부 시간이 충분하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맞아요. 공부가 힘들겠지만, 어차피 하는 거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나도 너희들과 똑같은 시기를 겪었지. 분명 그 나이에는 한창 놀고 싶긴 하지만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재수를 선택한 만큼 열심히 하길 바란다. 그럼 입시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 볼까?"


그 말에 작년에 지원했던 대학교들과 전형들을 이야기하는데, 그동안 학원들을 돌아다니며 이야기 들었던 대답과 비슷할 거라 생각하고 기대하지 않았다.

교과 성적과 수능 성적표는 미리 제출하여 담임 선생님이 파악하고 있었다.


"교과 전형으로 목표했던 I대를 지원하기에는 애매모호한 성적이네. 외고라면 생기부가 튼튼했을 거니 학종 전형으로 넣었던 것은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 생기부는 특별히 보지 않아도 외고 특유의 생기부일거고.

수능 최저 점수를 맞춘다는 보장이 있다면 올해에도 수시 6장은 학종으로 넣을 거니?"

"네. 아마도요."

"그럼 논술 전형을 지금부터 준비해 보는 게 어떠니?"

"논술 전형이요?"

"수시에는 교과, 학종, 논술. 세 가지 전형이 있어. 교과는 내신 성적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안정적으로 넣기 괜찮고, 학종은 내신 성적과 생기부를 살피는데 대학교에서 학교 이름을 블라인드로 해 놓고 입학사정관들이 본다 해도 어느 학교에서 지원했는지 딱 보여. 게다가 중요한 건 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더 이상 내신 성적이나 생기부 내용을 바꿀 수 없기에 작년과 동일한 상황으로 현역들과 싸워야 해."

"네. 맞아요."

"그럼 현역들과 싸울 또 다른 무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나는 그것이 논술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현역들 중 논술을 준비하는 애들이 몇 명이나 될까? 너도 겪어봤겠지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봐야 하고, 내신과 생기부, 수능 챙기느라 논술을 준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학원에서 수능 공부하는 게 벅차겠지만 수시 6장을 무조건 학종으로 채우기보다는 논술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


논술 전형은 현역 때도 아예 생각치 못했던 선택지였다.

그래서 자세히 논술 전형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교과와 학종처럼 수능 최저 점수가 있어. 물론, 수능 최저 점수나 내신 반영 없이 논술 성적으로만 지원 가능한 학교도 있지만 최상위 대학교 이거나 경기 쪽 대학교로 극과 극이고. 수능 최저 점수가 높을수록 상위권 대학교에 논술 응시가 가능하고 합격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논술 전형은 뽑은 인원수가 적고 추가 합격이 돌아도 1, 2명이기에 지금부터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그 뒤로 이 기숙학원에서 논술 전형으로 합격한 인원들을 들었는데 각 반에서 5분의 1 정도 인원이 합격했다.

솔직히 가능성은 희박하긴 하지만 일단 논술 수업을 들어보고 결정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그다음에는 담임 선생님이 꼼꼼히 내 플래너를 살펴보고 입을 열었다.


"좀 널널한 편인데? 그리고 미리 계획해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그냥 공부한 것을 적은 티가 난다.

처음 플래너를 쓰는 것이면 계획 세우는 게 어려울 테니, 하루부터 차근차근 계획 세우는 기간을 늘리고 주말에는 부족한 수학과 인강 위주로 짜 보면 좋을 것 같다."


다시 등 뒤에 소름이 끼쳤다.

정확하다. 지금까지 어떻게 공부할지 몰라 플래너 기입을 그날그날 공부한 것을 기입하며 대충 했다.


"개인적으로 플래너를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 압박감을 준다고 생각해라.

계획을 세워놓고 지키지 않으면 그날 자기 전에 찝찝하지 않니? 압박감을 받으면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상황에 따라 계속 미뤄질 거다.

그리고 네가 공부 시간을 계획하는데 플래너는 많은 도움이 된다."


기숙학원에 들어온 이유도 나 자신을 통제하기 못하기 때문이었고, 전자기기를 멀리하기 위함이었다.

담임 선생님의 말에 플래너는 나를 통제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다음 상담은 3월 모의고사를 본 후 공부 방향과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그때, 플래너도 다시 점검하고. 혹시 상담하면서 궁금한 것이 있니?"

"매년 학생들이 공부를 하러 기숙학원에 오는데, 정말 여기서 성공한 사람이 얼마나 되나요?"

"성공이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서 명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단 학생마다 시작 점수가 다르다는 건 인지하고 있을 거다. 정말 열심히 공부한 애들은 7 계단, 8 계단의 대학교를 건너뛰곤 하지만 그대로이거나 혹은 흔치 않지만 성적이 떨어지는 애들도 있지.

작년 기준으로 우리 반과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의 반이 YF반인데, 상위권 대학교로 진학을 절반 정도 한 걸로 기억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니?"


현재 내가 속한 반은 GA반으로 문과 남학생 4개 반 중에서 2번 째로 성적이 높은 반이다.

결국은 본인이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 달라 아직 확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기숙학원은 독학 재수 학원이나 통학 학원과 달리 통제가 굉장히 세다. 외부와의 단절을 비롯해서 친구 관계, 혼자서 생활을 한다는 것에 대한 힘듦이 있더라도 타인을 신경 쓰기보다,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며 공부하는 게 필요하다."

"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이 마무리하고, 다시 자습실로 돌아가며 담임 선생님의 말을 꼽씹으며 기숙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해 보기로 각오를 다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