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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Oct 25. 2023

공부가 인생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9_여전히 학원 생활은 힘들다.


기숙학원에 입학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힘들다.

마음 같아서는 늦잠 자고 싶지만, 정해진 시간까지 기숙사에서 나가지 않으면 기숙학원에서는 벌점을 부여한다.

일정 이상 벌점을 받으면 학원에서 정한 자유시간에 강제 자습을 해야 하니 최대한 벌점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침 6시 30분에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일어난 나는 단체복인 트레이닝복을 입은 뒤, 샤워하고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챙겨 먹는다.

그리고 자습실에 가서 공부하다가 아침 인원 점검 시간 및 수업 시간 직전에 강의실로 이동한다.


오늘 1교시는 수학 수업이다.

지난주부터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듣는데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되지 않는다.

전체적인 전체적인 수업의 난이도는 고등학교 2학년 수준인데, 9평 이후 대충 했더니 기본 개념들을 많이 까먹었다. 아는 건 체크하고 넘어가고, 모르는 건 필기해 놓고 자습 시간에 보려고 한다.


더불어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의 수학 개념 수업도 신청해 어떻게든 쫓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교시는 국어 수업이다.

다행히도 국어는 문제를 푸는 감만 찾으면 괜찮다는 판단이 섰다.

지금 해야 하는 건 부족한 문학 지식을 채우고, 빠르고 정확하게 비문학 지문을 잃고 답을 찾아내는 실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덕분에 수업 시간에 집중하여 필기하며 공부에 집중한다.


3, 4교시는 수학 개념 수업이다.

내가 어떤 문제를 A라는 방법으로 푸는 것 밖에 알지 못했는데, 이 수업에서는 B와 C라는 방법을 알려주며 더욱 쉽고 빠르게 푸는 방법을 알려주니 신세계다.


만약 학교에서 이렇게 수업해 줬다면 조금은 수월하게 공부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이 수업만큼은 정신줄 놓지 않고 집중해서 들으며 필기한다.


"잘 먹겠습니다."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으며 손에 든 영단어장을 보기 바쁘다.

일주일 동안 학원 생활을 해보니 해야 할 공부가 너무 많다.


영어는 영단어만 제대로 해 놓아도 독해가 가능하며 감으로 찍는 것이 수월하다.

그렇기에 이렇게 짬짬이 나는 시간을 활용하여 단어를 외우기로 결심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오후에는 수업이 없어 계속 자습 시간이다. 오전 수업 시간에 배운 공부들을 복습하니 시간이 빠듯했다.

이렇게 계속 공부하다 보니 인강으로 개인 공부할 시간이 없을 것만 같다.

이렇게 공부를 계속하는 게 맞을지 저녁 식사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생각해 본다.


"여기서 뭐 하냐?"

"차민진?"

"고민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다?"


GE반 학생으로, 내 룸메이트다.

처음에는 서로 존댓말을 하다가 다음 날 저녁에 안부와 함께 신상을 파악하니 동갑이라는 것을 알고 무난히 지내는 편이다.

우리들은 혼자 다니기로 하여 그동안 이야기를 별로 한 적이 없지만, 민진이가 이렇게 다가와서 걱정해 주는 기색이 보이니 살짝 고민을 털어놓았다.


"수업 참여하고, 복습하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라 자습 시간이 안 나오는데? 그냥 선택을 뺄까? 말까? 고민 중인데 수업도 나쁘지 않아서 고민 중이야."

"정정 기한이 오늘 퇴실하기 전이잖아. 빨리 결정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선택을 빼고 자습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모르겠다."

"그렇게 하면 지금은 좋아도, 지금 시기의 수업은 다 빠져서 나중에 못 따라갈걸."

"와. 진짜 어렵다!!"


이야기를 해 보니 민진이도 고민이 많다.

기숙학원에 오기 전에 어느 정도 개념을 잡아놓았다고 생각해 놓았는데, 정작 학원에 와서 수업을 들어보니 부족한 점이 너무도 많다.


학원에서는 필수 수업은 무조건 참여하되 선택 수업은 대학교처럼 오리엔테이션 및 수업에 참여해 보고 맞지 않으면 변경할 수 있다. 그렇지만 중간에 수시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일주일의 정정기한 안에 바꿔야 한다.


민진이와 이야기를 해도 해결 방안이 떠오르지 않아, 일단 오늘 자습 시간에 다시 고민해 보기로 하고 곧 담임 시간이라 강의실로 간다.


시간이 되자 주변의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있고, 앞문을 통해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오늘 하루도 잘 지냈나요? 혹시 어디 아픈 학생은 없나요?"

"......."

"여러분도 알고 있겠지만, 선택 수업 정정기간이 오늘까지입니다. 지금 몇몇 학생은 '학원 수업을 듣고 복습과 예습을 하니까 하루가 끝나네? 선택 수업은 신청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라는 생각을 할 겁니다.

많은 학생들이 고민하는 게 수업과 자습의 밸런스입니다. 시간은 나중에 어떻게라도 낼 수 있지만, 한 번 지나간 수업은 나중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공부 방향을 잡지 못할 때 수업은 나침반 역할을 하며, 이 학원에 온 것이 자습이 아닌 수업을 들으러 온 것을 잊지 마세요."


이 말에 몇몇 애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하는데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인강은 집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었고, 작년에 인강만 보다가 망한 애들이 꽤 있었다. 즉, 작년과 똑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려고 했던 것에 소름이 끼쳤다.


담임 선생님 말대로 인강은 주말을 비롯해서 시간을 내서 볼 수 있지만 수업은 단 한 번뿐이기에 나는 힘들더라도 수업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내일부터는 학원 생활에 대한 상담을 진행합니다. 그동안 학원 생활하면서 궁금했던 점, 불편했던 점들을 생각한 뒤 이야기하면 되고,  목표 대학 및 입시에 대해서도 간략히 이야기합니다. 더불어 플래너 체크도 할 것이니 꼭 플래너를 챙겨서 옵니다.

상담 신청 방법은 화이트보드에 붙여 있는 상담 시간표에 본인 이름을 기입하면 됩니다. 이번 상담은 전원 필수로 이름을 적지 않으면 이름 적은 학생들부터 먼저 상담하고 진행하겠습니다."


이어진 담임 선생님의 말에 절반의 학생들이 고개를 돌려 강의실 뒤쪽의 화이트보드를 살폈다.

강의실 뒤쪽 벽에는 벽의 3분의 2 크기의 화이트보드에 붙여져 있는데, 그곳에는 매주 식단표를 비롯해서 학원 공지사항 및 설문조사 등이 깔끔하게 붙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의 학원 적응이 거의 끝나가는 것이 보이네요. 아직 몇몇은 집에 갈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이 보여 많은 갈등을 하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제가 여러분보다 조금 더 산 사람으로서 조언을 하면 사람은 시기마다 해야 할 것들이 있더군요. 10대에는 공부, 20대에는 취업, 30대에는 결혼 혹은 승진, 40대에는 돈을 엄청 버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도 공부를 해 봤지만 20대 초반을 넘어가면 공부를 하려고 해도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거나 사회적 시선 때문에 공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작년에 못했던 공부를 올해 더 하는 것이기에 어려울 수 있겠지만, 부모님 만큼은 여러분들을 절대적으로 믿고 계실 겁니다.

제가 진짜 열심히 공부했다면 대기업에 취업했거나 사업해서 떵떵거리는 부자가 되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운 것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나중에 이런 생각하지 않게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하길 바랍니다."


푸념 같은 말에 곳곳에서 킥킥거리며 웃음소리가 나왔지만,  학생들의 눈빛만큼은 진지하게 바뀌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올해 공부가 인생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은 힘들지만 필수 수업과 필요한 선택 수업들을 모두 듣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강의실 뒤편의 화이트보드에 붙어 있는 상담 시간표를 보니 이미 다른 학생들이 꽤 적고 갔다. 가장 빠른 시간이 4일 후 저녁 자습 시간이라, 이 시간에 내 이름을 기입하고 자습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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