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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수꾼 Sep 07. 2020

부동산 버블 붕괴? 존버하지 않으면 노후 붕괴!

[마음의 주체] 기준금리 인상 = 부동산 붕괴. 버텨라, 기회는 또 온다

(40대 후반 남성의 시선으로 썼습니다.)



“넵.” “네넵.” “네네넵.”


짧게 입을 여닫는 후배들, 교감은 없다. 눈은 테이블의 한 지점에 고정돼있고, 생각은 딴 데 가 있는 듯하다. 오전 9시부터 모니터와 휴대전화를 번갈아 가며 차트의 빨간색과 파란색을 넘나들고, 4시부턴 휴게실에 모여 누가 뭘 해서 얼마를 벌었다더라, 회사는 신용대출을 받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등 뜬구름 속 판타지에 푹 빠져있었다. 그나마 일을 좀 한다는 멀쩡해 보이는 녀석들은 다른 선배들의 말에는 거의 대답도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인사 평가자의 지시만 따른다. 동료평가? 무용지물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더 좁아진 승진 길목에 낙엽 하나도 조심해야 한다. 오히려 승진이 곧 정년 연장인 자가 ‘을’이다.     


얼마 전부터 후배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임원들이 합석하는 회식자리에만 참석하던 녀석들이 먼저 저녁 모임을 갖자는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한 번은 이런저런 알랑방귀를 동원한 구애에 흔쾌히 수락했다. 마침 가족들도 다른 일정이 있었다. 세 명의 후배가 약속 장소에 미리 와 있었다.     


A : “차장님, 정말 존경합니다. 저희도 얘기 다 들었거든요.”

나 : “얘기? 무슨 얘기? 나 이번에 승진한대?”

B : “에이~ 차장님 은고(은둔 고수)라는 이야기 쫙 퍼져 있어요. 이번에 주식도 수익률 대박이시고, 얼마 전에 사서 이사 가신 'IN 서울 아파트'도 엄청 올랐다면서요. 사실 파리 목숨 회사원에게 승진도 중요하지만, 똘똘한 1채로 노후 보장 확실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요. 아, 물론 당연히 승진도 되실 겁니다. 하하하하하하.”     


흥분한 A, B와는 달리 C는 알랑방귀에 약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입가에 어색한 미소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나 : “이 친구들이 무슨 소리를 어떻게 들었길래 이러나.”

B : “차장님, 실례를 무릎 쓰고 부탁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주식 잔고 한 번만 보여주십시오.”

A : “맞아요. 진짜 궁금합니다. 어떤 종목을 어느 타이밍에 사셨는지 좀 보여주세요.”

나 : “허허, 이 친구들이, 차차 보자고. 자, 한 잔씩 받고.”     


요 몇 달 간은 나와 같은 40대 후반에겐 기회의 시기였다. 일단 투자하면 실패는 거의 없었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투자 즉시 1억 원이 오르는 곳도 있는 등 수억 원씩 자산을 늘어나게 했다. 인생 선배들이 평생에 걸쳐 느끼던 부동산 불패의 환경을 이제라도 체험한 것이다. 착실하게 살았기 때문에 얻은 것이라기보다는 운이 좋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19 확산이 만든 풍선효과였다. 젊은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도 많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나 : “친구들, 지금 자네들 나이엔 부자가 되려고 투자부터 하는 게 아니라, 부자가 될 준비를 해야 할 시기야. 어차피 돈도 없잖아. 그만큼 돈이 있다면 이런 회사에 다니질 않을 테니 말이야.”

A : “그러니 주식으로 시드 머니를 좀 만들어보려고요. 월급으론 이젠 아예 불가능해서요. 그러니 주식 창 좀 보여주세요.”

나 : “다 보여줄 테니까 잠깐만. 자네들이 이론은 나보다 더 빠삭하지 않아? 자네들이 휴게실에서 얘기하는 걸 들은 적 있는데, 10년 주기니, 12년 주기니 이런 것들도 알고 말이야. 자네들은 다음 기회를 준비해야 해. 그래야 때가 왔을 때 그간 쌓아 놓은 것에 더해 끌어 모을 수 있는 최대한의 자산과 공부해온 것들을 쏟아부을 수 있다고.”     


30대는 기회인 줄 알면서도 돈이 없어 일확천금을 노리다가 헛스윙을 날리고, 50대는 노후 때문에 투자를 위한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라떼를 끓이며 영웅담을 늘어뜨리고 있는데 조용히 듣던 C가 입을 뗐다.     


C : “그런데요, 부동산 거품이 꺼지지 않을까요? 유튜브 보면 버블 붕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 거 같더라고요.”     


가장 두려운 일이다. 주식으로 억 단위까지 벌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100% 수익률이라도 1억 원을 주식에 투자해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부동산은 한 번 오르면 그냥 억 단위다. 한 달 새 수억 원이 오른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부동산을 소유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데 붕괴한다? 마이너스 인생 직행열차를 타는 셈이다. 그 어떤 롤러코스터에 비견할 수 없는 공포 그 자체!!


나 : “지금의 부동산 가격에 거품은 거의 없어.”     


확신에 선 발언에 후배들의 눈이 커졌다.      


나 : “충분히 이자를 낼 수 있을 정도로만 대출을 받을 수 있거든. 거품은 본인의 근로소득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할 때, 다시 말해 빌린 돈으로 이자를 충당할 때 거품이 생기는 거야. 요즘 같이 대출 규제가 엄격한 때에는 거품은 거의 생기지 않지. 뭐, 걔 중에서도 사채까지 쓰며 부동산을 사면, 그 개인에 한해 거품인 거고. 물론, 원금까지 갚긴 쉽지 않아. 이런 면에서는 대출규제가 오히려 부동산을 투자용으로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겠네.”

A : “그럼 '영끌(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으기)' 해서 아파트 사도 이자만 낼 수 있으면 문제없는 거예요?”

나 : “대신 삶이 피폐해지잖아. 여행도 못 가고,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다 ‘그림의 떡’이 되는 거지. 아, 만약에 추가로 대출받아서, 여행도 가고, 사고 싶은 거 다 사면 그땐 '영끌'해서 산 부동산이 거품이 될 순 있겠네. 뭐라 그러더라? 골로?”

B : “욜로, 욜로요.”

C : “오피스텔은 어때요?”     


C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나 : “사람마다 다른데, 나라면 오피스텔은 권하지 않아. 주택으로 잡히는 데다가 공용면적이 포함돼 세금 구간이 불리하거든. 괜히 취득세, 재산세만 많이 내고 말이야. 매매 시세 차익을 얻으려면 60㎡ 미만 소형 아파트에 투자하거나, 임대 소득을 원한다면 아예 40㎡ 미만 빌라가 나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또 보자’는 말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귀갓길에 젊은 친구들에게 떠벌린 말들이 후회로 다가왔다. 특히 부동산 거품에 대한 확신은 자만이었다. 진짜 일부 유투버의 말처럼, 부동산 전문가라는 그들의 진단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 집은 연금도 없는 회사원에게는 연금과도 같은 존재다. ‘역모기지론’에라도 기댈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팔고 현금을 확보하는 게 낫지 않을까? 무릎에 샀다면 어깨에 파는 것이 투자의 정석이라고들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현금을 들고 있기엔 여생이 너무 길다. 길게는 50년, 과학자들과 의사들이 죽지 못하도록 계속 살려낼 것이다. 더구나 아이들 시집 장가를 위해서도 돈은 더 많이 필요하다.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현금화한다고 해서 뚜렷하게 투자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리츠 펀드 정도? 이렇게 주저하는 사이 폭락하면 내 노후도 붕괴한다.

 

버블 붕괴는 없다고 확신한다. 버블이라면 부동산 소유자가 그에 대한 이자를 또 다른 대출로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붕괴가 없을 거라고까지 확신할 순 없다. 기준금리를 0.3%만 올려도 붕괴는 시작될 수 있다. '영끌'까지 한 소유자들의 경우 이자 충당 능력을 상실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매월 월급으로는 이자를 충당할 수 없어 여기저기 대출을 추가로 받을 것이고, 그러면 그들에겐 부동산이 버블이 되고, 결국 붕괴한다. 이런 개인들이 많아진다면 연쇄 붕괴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이런 측면에서 부동산 규제를 위해 신용대출을 막고자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마이너스 인생들이 터져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다. 즉,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치 프레임을 입혀 또 다른 정책과 함께 등장할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 결정. 단, 취약계층엔 국가가 이자지원"

   

최근의 분위기라면 아예 없을 정책도 아니다. 막을 수 없다면 피해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만족해야 한다. 절대 팔지 않는다. 어차피 붕괴하면 다 같이 무너지고, 집이라도 남아있으면 또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다.     


팔까 말까,

부동산 거품, 버블 붕괴 오나 안 오나,     


버블 붕괴는 없다. 왜냐하면 버블이 아니니까.

그냥 붕괴는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결국은 모두 대출이니까.


행여 붕괴가 와도, 내가 산 가격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팔 순 없다.

요즘 애들 말로 ‘존버(존나 버티기)’만이 살 길이다. 노후를 위한 차선책이자, 이것이 곧 최선이다.     


내 부동산 가격은 내가 정한다.

이전 04화 어느 날 보니 '투기꾼' 주부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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