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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수꾼 Sep 27. 2020

빌라까지 폭등, '전세(임대주택) 보증보험'이 주범!?

[마음의 시선]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스스로 더 머리를 조아리는 사회?

배달 업계 내 불문율이 있다. 음식값이 저렴할수록 배달료를 더 많이 지불토록 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배달을 시키려는 사람은 20,000원짜리 음식의 경우 음식값의 10%를 ‘배달료’ 명목으로 부담해야 하고, 30,000원 상당의 음식은 5%, 50,000원 상당의 음식은 2%를 각각 ‘배달료’로 지불해야 한다.



치킨은 2만 원이고, 족발은 3만 원, 스테이크는 5만 원인 경우를 생각해보자. 어떤 메뉴를 시키든 배부를 만큼 양은 푸짐하다. 이 경우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만족도)를 따지면 당연 ‘치킨’ 일 수 있다. 더 적은 가격으로 똑같이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만은 않다. 음식값에 비해 많은 배달료를 지불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적 만족도)를 따진 것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족발/보쌈이나 스테이크를 시키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단순히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행동으로 옮기기도 한다. 기존에 치킨을 먹던 사람이 족발/보쌈이나 스테이크로 야식메뉴를 바꾸는 것이다. 치킨의 판매량이 줄어들자 치킨가게 측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킨에 금가루를 뿌리고 새로운 메뉴를 추가한 뒤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자 족발 가게 측도 속상하다. 냉동 포장된 걸 튀기기만 해서 판매하는 치킨과 8시간에 걸친 조리과정을 거쳐 판매하는 족발이 같은 취급을 받자 본인들의 노동력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받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에 족보(족발/보쌈) 세트를 만든다. 스테이크 가게 측은? 수비드 24시간이다. 당연히 가격을 올린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며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게 된다. 배달료 불문율이 자아낸 결과다. 아, 가격을 저렴하게 해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도 있을 수 있다. 10,000원짜리 치킨을 만들어 배달료(20%)까지 12,000원에 판매하는 것이다. 이 경우, 사람들이 배달을 시킬지 모르겠다. 배달료는 오롯이 손실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손수 배달을 자처하지 않을까? 배달을 시키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논외의 상황이므로 따질 필요는 없다.          




배달업계 불문율? 지어낸 얘기다. 다만 주택 시장에 이와 유사한, 예시와 비슷한 일이 나타나고 있다. 추가적인 주택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가격 폭등의 대상으로 꼽히지 않았던 빌라, 다가구주택과 같은 서민 주택에서 이러한 조짐이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다른 요인 때문일지라도, 2년 후부터는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될 수 있는 요인이 있다. ‘임대주택 보증 보험’이다.      


정부가 임차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등판시킨 '임대 주택 보증 보험'은 '보험계약자(임대인)가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임차인)에게 발생한 손해를, (보험사가) 보험증권에 기재된 내용과 보험약관에 따라 (임차인에게) 보상하는 보험상품'이다. 보험료는 보증금의 크기와 더불어 주택 가격 대비 부채 비율로 결정된다. 부채 비율이 높은 경우 더 많은 보험금을 내야 한다. 부채에는 임대보증금도 포함된다. 주택 가격 대비 보증금이 클수록 더 많은 보험료를 내는 구조인 것이다. 보험금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각 75%와 25% 부담한다.     



‘임대주택 보증 보험’이 주택 가격 상승의 폭탄이 될 수 있는 이유, 바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마음이다. 이들은 당연히 더 적은 보험료를 내길 원한다. 그럼 주택 가격을 보증금보다 훨씬 높게 책정하려 상호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여럿 나타나면 시장은 이를 반영하기 시작한다. 시장은 경제주체가 지닌 마음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주택 가격은 '팔고 싶은 마음(매도인)'과 '사고 싶은 마음(매수인)' 간 욕구 충족의 균형점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임대주택 보증 보험'은 주택 가격 형성 요인으로 임대인과 더불어 임차인의 욕구도 강하게 밀어 넣었다. 정부가 스스로 주택 가격을 형성하는 마음을 추가한 것이다. 바로 '임차해 살고 싶은 마음‘이다.     


이 마음이 왜 주택 가격을 올리느냐고?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임차인 개개인이 살고 싶어 하는, 임차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정 조건 이상의 주택이 아니면 거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역세권이어야 하거나, 버스정류장이라도 가까워야 하거나, 방이 2개여야 하거나, 북향은 아니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다짜고짜 주택 수를 늘리는 정책도 정답이라고 할 순 없다.) 주택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임차인이 욕구를 총족하는 방법은 중 하나는 임대인의 욕구 충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임차인에겐 임대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임차인은 보험금을 낮추는, 주택 가격을 올리는 것에 협조한다. 이러한 노력이 또한 본인의 부담금을 줄이기 때문에 임차인 에게도 유인 요인이 있다.     


특히 주택 시세 대비 보증금 비율이 높은 빌라나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등 서민이 주로 주거하는 주택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아파트의 경우 주택 시세 대비 보증금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보험금 절감을 위한 유인 요인이 크지 않은 반면, 빌라의 경우 주택 가격의 급상승이 없었던 까닭에 주택 시세 대비 보증금 비율이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빌라의 경우 거래도 많지 않아, 주택 시세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공시지가를 기준(주택 시세 = 국토부 개별 공시 가격 * 150%)으로 하게 되는데, 이는 전세보증금을 하회하는 경우도 있다. 즉, 빌라에 살면 아파트에 사는 것보다 보험금을 더 많이 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가성비의 관점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가심비의 관점에서는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다. 절댓값은 더 적어도, 서민의 입장에서는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빌라 등 소형 주택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다.


문제는 음식이라면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스테이크를 선택할 수 있지만, 수억 원에 달하는 주택의 경우 아예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보험금을 낼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보증금 자체를 조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결국 마음이 부서지는 것은 빌라나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같은 소규모 주택에 사는 임차인인 것이다.     


임차인도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보증금은 어차피 다시 돌려받지만, 보험금은 그대로 소멸한다. 이들의 노력이 투입될 부분이 보험금인 까닭이다. 그리고 주택 가격의 상승을 위해 노력하게 되는 이유다.


심지어 임차인 입장에서는 2년마다 내야 할 돈이 순증 했다. ‘임대 주택 보증 보험’이 없었을 때는 계약 연장 시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어, 부동산 중개료 등 추가 비용이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매 갱신 시마다 수십만 원가량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집을 구할 때마다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하나 더 늘어 냉각 효과를 양산할 수 있다.     


사실, ‘임대 주택 보증 보험’에 들어도 이것이 실효가 있을   미지수다. SGI서울보증보험이 2020.07.29. 에 개정한 ‘임대주택보증보험약관’은 07페이지에서 ‘2. 피보험자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에 ‘주택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피보험자(임차인)가 임대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배중률로 해석해보면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보험사고’가 아니므로 보험사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보상하지 않을 수 있다. ‘정당한 이유’는 누가 주장하고 어떻게 판단하는가? 우선 임대인이 주장할 것이다. 벽지의 미세한 뜯김에도, 욕실 타일 줄눈 사이사이 간헐적으로 발생한 곰팡이에도 원상복구를 요구할 것이다. 이것이 원상복구 대상인지 아닌지, 또 원상복구가 됐는지 미비한 지 즉, 판단은 결국 법원이 한다. 심하면 대법원의 판단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 기간만 해도 2년 이상이다. 법원에 가기에 앞서 부동산에 들렀다가 행정관청에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하면 3년도 부족할지 모른다. 이제는 임차인이 자신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억울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한 채 피해를 감수하게 될 수 있다.     


시장이 이러한 경험들을 축적하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알아서 복종하게 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임차인의 마음 또한 주택 가격 상승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임차인을 위한 보증금 지원액을 늘리는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당장의 민심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이것이 연쇄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임을 알면서도. (정부 내 관계자 중에도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겠는가.)      


주택 가격 상승을 이끄는 마음을 추가한 결과는 결국 서민의 고통이다.


‘이미 가진 마음’은 더욱 놓지 않으려 할 것이고, ‘아직 가지지 못한 마음’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미 가진 마음’에게 스스로 머리를 조아리고 충성하는 비민주적인 경제 상황이 벌써부터 두렵다.          


이유를 분명히 알고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     


현재의 ‘임대주택 보증 보험’이 낳을 앞으로의 서민의 주택난은,

‘소리 없는 절규’로 부동산 시장의 비정상화, ‘패닉-UP’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


임차인의 마음이 더 잘게 부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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