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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수꾼 Sep 13. 2020

"임차인, 서민이 귀찮은" 정부의 마음, 부동산 정책

[마음의 시선] '임대차 3 법'을 바라보는 마음

패러디입니다. 수정한 부분은 표시했습니다. 끼워 맞추려다 보니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한글 창제'라는 엄청난 일에 빗대다 보니, 선을 넘는 아전인수가 있습니다. 양해 구합니다.


원본 영상을 미리 보시길 권장합니다. : 뿌리 깊은 나무 19화 초반 부분

https://allvod.sbs.co.kr/allvod/vodEndPage.do?mdaId=22000079367     

이미지는 구글 '임차인 대항력' 검색 결과에서 캡처한 것입니다.




 한 남자가 데이트 때마다 여자를 집에 바래다줬다.
어느 날부터 그것이 귀찮아 칼을 하나 사서 쥐어줬다.
이젠 스스로 지키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어찌 사랑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정기준 :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한 것이 아닌가. 이도.     


세종(정책결정자) :

               정기준이냐.     


정기준 :

            오랜만이구나, 이도.     


세종 :

            니가 정기준이었단 말이냐. 바보 선생의 혈육 같은 이가 원룸촌에 월세살이로 있었단 말이지.     


정기준 :

            그 심정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느냐.     


세종 :

            내 법안들을 보았느냐.     


정기준 :

            그래 봤다. 그 무엇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법안들이더구나. 해서 나 정기준. 목숨을 걸고 그 법안들을 막으려 한다.     


세종 :

            그래? 좋구나,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나와 얘기를 해보자꾸나.     


(앉아서 토론 시작)     


정기준 :

            대체 왜, 법안들을 만들려는 황당한 생각을 한 것이냐.     


세종 :

            너의 우상이신 바보 선생과도 통하는 이유다.     


정기준 :

               바보 선생과 주상의 법안들이 통한다?     


세종 :

            너희들이 그토록 원하는 '투기 억제제'만이 바보의 이상은 아니었다. 바보 선생은 서민의 주거안정을 얘 기했다.


정기준 :

            물론이다.     


세종 :

              바보 선생께서 이르기를 요순시대에는 민원 창구가 없었으나 사서, 상공, 백공, 천인에 이르기까지 사는 문제로 고민하지 않은 자가 없었다. 헌데 민원 창구라는 신고 채널이 생기면서부터 오히려 처리 시간이 더욱더 길어지고 임차인들은 생업에 치여 그 시간을 버틸 수 없으니, 지금이 어찌 요순시대에 비해 태평성대라 하겠는가,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정기준 :

            해서?     


세종 :

            해서 나는 나의 법안들추상적인 주거안정이 아닌 실질적으로 임차인에게 힘을 주려 한다.     


정기준 :

            (힘 있는 임차인?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대항한다?)     


세종 :

            민원 창구를 통한 신고가 아니라 법률적 근거를 들어 직접 대항하게 하려 한다. 이것이 어찌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이상에 위배된다는 것이냐.     


정기준 :

            바보의 사상에서 법안들대항력을 떠올렸다니, 참으로 엉뚱하지만 참으로 대견하구나. 허나 말이다. 내가 새로운 법안들에 반대하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니다.     


세종 :

            무엇이냐.     


정기준 :

            무엇일 것 같으냐.     


세종 :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냐.     


정기준 :

               바보 선생께서는 토지공개념까지 밀어붙이려 하셨던 분이다. 그 적통인 내가 임대인의 재산권 따위로 반대할 것 같은가. 임대인의 재산권국가적 대의에 따라 필요하다면 제한할 수 있는 한낱 개인의 권리일 뿐이다.     


세종 :

            그렇다면 실제론 주택을 소유한 임차인을 전면에 내세우듯이, 임대인들이 갖고 있는 계급의식의 혼란 때문이냐. 그것은 결국 너희 임대인들의 기득권 문제가 아니더냐.     


정기준 :

            기득권이 아니다. 기득권이 아니라 질서다. 기득권이 아니라 조화다. 기득권이 아니라 균형이다. 기득권이라 쉽게 말하지 마라.     


세종 :

            어째서이냐.     


정기준 :

               우리나라 집주인여느 집주인과는 다르다. 아니, 이 지구 상에 있어왔던 어떤 집주인과도 다른 집단이다. 이도, 건물주는 어찌 건물주인가. 건물주인 이유는 무엇인가. 건물주의 손자이기에, 건물주의 아들이기에 건물주이다. 다른 나라의 건물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건물주인 이유는 아비가 건물주이기에, 할아비가 건물주이기에, 그저 건물주로 태어난 자들이었어. 헌데 말이다. 우리나라 집주인은 아비가 집주인이어야만 집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야. 직장에 다니며 절약해 저축하고, 임차인으로 살다가, 청약이라는 제도 또는 매매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될 수 있는 것이 집주인이야. 집주인집주인으로 태어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집주인은 신분의 이름이 아니야. 집주인은 자질과 수양과 능력의 이름이야. 그리 쉽게 기득권이라 매도하지 마라.     


세종 :

            그래, 인정한다. 또한 지금 정권특정인이 세운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정당이 특정인을 옹립하여 세운 정권인 것도 내 인정한다. 하지만 너희 임대인도 결국 부패하게 될 것이다. 임대인은 그들의 능력만큼 욕망을 갖게 될 것이고 또한 기득권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기득권을 세습하려 할 것이다. 왜? 사람이니까. 이해한다. 내기를 해도 좋다. 임대인은 훗날 다른 나라들의 그들처럼 너희들의 아니라고 주장하는 계급의식을 부활시키고 고인 물처럼 냄새를 피우며 썩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임대인이 그리 되지 않도록 그 욕망을 누가 견제할 수 있겠느냐. 정권은 투표 결과에 의해 견제당해야 하는 존재이기에 한계가 있다. 하여 나는 임차인으로 하여금 그 역할을 하게 하려 한다. 임차인이 힘을 가지고 권력을 나누게 되는 새로운 균형, 새로운 질서, 새로운 조화다. 해서 나의 법안들이 그런 새로운 세상의 작은 시작이 될 것이다.     


정기준 :

               임대인의 욕망이라. 허면 임차인의 욕망은?     


세종 :

               임차인의 욕망? 임차인의 욕망이라고 했느냐.     


정기준 :

            그래, 임차인의 욕망. 그 거대하고 무서운 군중의 욕망. 그걸 어찌할 것인가? 누구라도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되면 만나게 된다. 거대한 임차인, 바다와도 같은 거대한 임차인 말이다. 더 정확히, 거대한 임차인의 욕망이지.     


세종 :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을 만나기 때문이다. 나도 만났느니라. 서민이다.) 그래, 나도 만났다.     


정기준 :

              임차인의 들끓는 거대한 욕망, 그걸 만나면 공포에 질리게 된다. 왜? 그 욕망들이 모두 이루어질 수 없으니까. 왜? 그 욕망들이 모두 한꺼번에 풀어지면 세상은 지옥이 될 테니까. 그것을 제대로 만난 것은 진시황, 그는 강력한 법률로 천하를 다스리려 했다. 하지만 그걸로 되지 않아, 해서 공자와 맹자가 필요한 것이고, 또 주자가 나온 것이다. 그 무섭고도 거대한 임차인의 욕망을 다스리기 위해 서역 대진국(로마)이 기리사독교(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것도, 삼한과 고려가 불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을 것도 모두 그 욕망 때문이었다. 불교도 유학도 서역의 기리사독교도 모두 이름만 달리했을 뿐, 욕망 통제 체계의 다름 아닌가. 헌데 너의 법안들은 그 욕망 통제 체계를 무너뜨리려 한다. 지옥문을 열려고 하는 것이다.     


세종 :

            그것을 어찌 지옥이라고만 하느냐. 임차인법안의 내용을 배워 법적 권리를 알고 대항 근거를 알게 되면 임차인의 도리를 알고 서민의 주거안정 이상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헌데 그것이 어찌 지옥이냐.     


정기준 :

              임차인법안의 내용을 알게 되면 이를 내세워 임대인에게 대항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 즐거움을 알게 되면 결국 그들은 지혜를 갖는다. 누구라도 지혜를 갖게 되면 쓰고 싶어 진다. 무엇을 위해 쓰겠는가. 욕망이다.     


세종 :

            그것이 왜 지옥이냐 말이다.     


정기준 :

            모르겠는가. 그들의 욕망은 결국 소유하려는 욕구를 향하게 돼있어. 권리 행사에 관여하려 들 테고 나아가서 그들의 임대인을 스스로 선택하게 될 것이다.     


세종 :

            그들이 그들의 임대인을 선택한다. 그것이 네가 말하는 지옥이냐.     


정기준 :

            이도. 동서고금에 그런 무책임한 제도가 어찌 있을 수 있단 말이냐. 정치는 책임이다. 유사 이레 정치의 본질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어. 정치는 오직 책임이야. 헌데 그들이 그들의 임대인선택한다? 허면 그 임대인주택 시설 관리 및 임대차 계약 관리를 잘못한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 건가. 그 임대인을 선택한 임차인들을 모두 쫓아내야 하나.     


세종 :

            대체 너는 임차인에 대한 신뢰가 어찌 이리도 없단 말이냐. 도대체 어찌 이리된 것이냐 정기준.     


정기준 :

            내가 임차인으로 살았으니까. 저들에겐 희망이 없다. 역사를 발전시키는 건 저 무지몽매하고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군중이 아니라, 책임을 질 수 있는 정책과 행정 시스템이다.     


세종 :

            네가 정말 그리 생각한다면 정말 측은한 일이로구나.     


정기준 :

            측은이라? 나는 당신이 더 측은하다. 왜? 당신의 진심을 아니까. 주상의 진심을 말해볼까? 임차인과 권력을 나누려 한다, 그리 말했느냐. 아니다. 주상의 속마음은 책임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권력을 나누려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나누려는 것이 아닌가. 이도. 법안들을 몰라서 이유도 모르고 억울하게 내쫓기는 임차인을 없게 하겠다. 너의 그 법안들을 모두가 알게 된다면 말이다. 정확히 이유를 알고 억울하다는 말도 못 하고 쫓겨나게 될 것이다, 임차인은. 억울한 일이 생기면 힘이 닿든 닿지 않든 그 한 명 한 명을 찾아가 구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정책결정자가 해야 할 일이다. 법안을 만들어 법안 내용을 배우게 하고 내용을 아니(知) 이제부터 스스로 구원하라, 이것이 정책결정자의 태도인가? 임차인, 서민은 오직 보살피고 끌어안아야 하는 것이다. 진짜 주상의 본심을 하나 더 이야기해주랴. 너는 이제 서민들이 귀찮은 것이다, 아니냐. 서민들이 귀찮아져서 법안들을 만들려 했던 것이 아니냐.      


세종 :

            (너희들은 세 살배기 어린애처럼 세상을 향해 떼를 쓰고 있을 뿐이야.)      


소이 :

            (전하)     


정기준 :

              서민들을 사랑하는 애민군주라 한다지. 사랑? 너는 서민들을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다. 한 사내가 여인을 사랑하여 여인을 만나고, 집에 바래다준다. 넌 그것이 귀찮아 칼을 하나 사서 쥐어주면, 이젠 스스로 지켜라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찌 사랑이라 할 수 있는 것이냐.     


소이 :

              (사랑이옵니다. 사랑이라고 하시옵소서.)     


세종 :

            난 임차인을, 서민들을 사랑한다!     


정기준 :

            아니, 귀찮아하는 것이야. 자, 법안들을 만들어 대항력을 갖춰 놨으니, 다 스스로 해결하라. 이러고도 불행하다면 그건 다 네놈들 책임이야. 이것이 네 본심이야.     


세종 :

            이놈이 감히.          


#책 '스스로 마음을 지키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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