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있으면 면접에서 불합격?
'소신러'와 '불만러' 구분하기
얼마전 팀원 중 한 명이 퇴사했다.
회사는 해당 직원의 '퇴사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곧장 인사팀에 '충원 요청' 공문을 보냈고,
그로부터 이틀 뒤 홈페이지에 채용 공고가 올라왔으며,
단 일주일 만에 신규 입사자가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사실 개인 역량과 스케줄로 진행되는 '상담'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그렇게까지 다급하게 충원을 서두를 일은
아니었다. 병원으로 치면 소속 의사 수십 명 중 한 명이 없다고 해서, 환자가 진료를 못 받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사가 만사(人事萬事)'인지라 오히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최대한 신중하게 채용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컸더랬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랐던 채용 기간보다 나를 더 놀라게 만든 것은 상사의 면접 후기였다.
"총 두 사람을 최종 면접했는데, 한 사람이 소신도 뚜렷하고 면접을 너~무 잘봤어요.
저 뿐 아니라 다른 면접관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어요"
"아, 그래요?? 그러면 그 분이 최종 확정된거네요?"
"아니오.
아쉽게도 그 분은 조직의 평화를 위해서 떨어뜨렸습니다. 아무래도 컨트롤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요"
경악스럽게도 사실이었다.
최종 불합격한 당사자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꿈에나 알까?
본인이 면접을 정~말 잘 봤고, 그래서 면접관의 마음에 쏘옥 들었음에도 '소신이 뚜렷해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기가 막혔다.
'뚜렷한 소신'은 개인으로서는 장점이지만 부하직원 내지는 팀원으로서는 단점이 되는 셈이었다.
내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지점은 '소신이 뚜렷한 사람'을 '잠재적 문제아'로 인식하는 태도였다.
본인만의 신념과 철학이 뚜렷하다는 것은 맡은 일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여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할 자질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쩌다 그런 사람들이 조직의 평화를 깨뜨릴지도 모르는 존재로 전락하게 된 것일까?
소신이 뚜렷하면 인성이 나쁘기라도 한 걸까??
그만큼 우리 사회의 일부-사실은 꽤 많이- 기성 세대들은 아직도 '목소리를 내는 구성원'에 대해서
알러지 반응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주관이 확실하면 사사건건 의견이 많아질테고, 말이 많아지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논리인 것이다.
이는 명백히 '소신러'와 '불만러'를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신러'는 기본적으로 '개선'에 초점을 두고 소통을 하는 사람이다.
본인이 하는 일에 책임감과 열정이 높기 때문에 'better way'를 찾기 위해 늘 고심한다.
그래서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진행하려고 애쓸 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기존의 시스템이나 관행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잡음은 불가피하지만
결과적으로 조직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반면 똑같이 말이 많아도 '불만러'는 '불평'에 초점을 두는 사람이다.
치명적인 '부정적인 사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기 때문에 매사
'왜 나한테 이런걸 시키지?', '이걸 내가 왜 해야하지?',
'굳이 이렇게 할 이유가 있나?', '이걸 해서 나한테 득이 되나?'
와 같은 태도를 취하며 팀 분위기 저해는 물론 아주 조금씩 조직의 발전을 좀 먹는다.
이런 경우는 안타깝게도 치료 가능한 백신이 아직 없다.
두 유형의 공통점 아닌 공통점은 '목소리를 낸다'는 데에 있다.
아무래도 전자보다는 후자의 파급력이 더 크다보니 -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마련이므로-
'소신러'까지 같은 급으로 매도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도전', '창의', '혁신'
말은 참 좋고, '기업 인재상'에 보란듯이 게시한 곳도 정말 많지만
정작 그런 인재를 받아들일 기성 세대의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것 또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검증할 길이 없는 'latte is horse'를 남발하며
소싯적 본인들은 조직의 평화를 위해 기꺼이 '소신'을 희생했음을 피력하지만
정작 딱히 내세울만한 '소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문하고 싶다.
그저, 당신들의 시대는 그것도 한참이나 지났고,
지금 이순간도 숨가쁘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단언컨대,
조련이 잘 된 말처럼 그저 '말 잘듣는' 사람만을 뽑으려고 한다면,
조직의 평화는 지킬지 몰라도 조직의 발전은 결코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여하튼 훌륭한 소신에도 최종 불합격한 '그 사람'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