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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레이 Apr 16. 2021

공기업 '안정성'의 이면

집중해야 할 것은 '어디'가 아닌 '무엇'

취준생이 선택할 수 있는 기업은 외형상 공기업과 사기업으로 나뉜다. 두 곳의 표면적인 가치는  '안정성 vs 성장성'으로 대표되며 결코 동시에 취해질 수 없는 개념으로 통한다. 즉 워라밸을 추구하면서 비전을 바라거나, 반대로 성장을 바라면서  정시 퇴근을 욕심내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취준생의 갈등은 여기서 시작된다.

변화가 너무 없는 것도 또 지나치게 일만 하는 것도 왠지 모르게 별로인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이렇게 조언한다.


"안정적인 조직에서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경쟁적인 조직에서 안일하게 일할 수도 있다.

다만 안정적인 조직의 견고함은 일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간의 큰 차등을 두지 않는 데에 있는 반면 경쟁 조직에서는 그에 따른 차별이 참혹할 만큼 클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유형의 조직을 직접 경험하며 느낀 가장 큰 차이였다.




취업 컨설팅업으로 전직 후에는 주로 정부 산하 기관  대학과 같은 공공조직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 과정에서 과거에 경험했던 사기업과는 조직 문화에 있어 큰 차이가 있음을 실감했다.


그 이유를 한 가지로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호봉제와 정년보장'이라는 외부에 내놓라 하는 가치였다.


두 가지 요소는 '안정성'이라는 불가침 요새를 구축하는 공신들로 장기 경기불황과 코로나 19 사태 등으로 전례 없는 취업난을 겪고 있는 현재의 취준생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1순위 직업가치가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비경쟁적'인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서 취준생은 일생에 가장 높은 수준의 경쟁을 해야 한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 한국 조폐공사의 대졸 신입 경쟁률은 1000:1에 육박했다)


아무튼 미리 말하지만 지금부터 쓰고자 하는 바는 어디까지나 내가 경험한 몇 의 공공 조직에 국한한 이야기로 결코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하겠다.




비경쟁 문화의 캐치프레이즈는 '뭐든 적당히'였다. 남들보다 일을 더하거나 잘한다고 해서 이득이 될 것도, 덜하거나 못한다고 해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다 보니 오히려 '일 잘하면 손해'라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웃는 자는 자신의 책임과 의무에만 한없이 관대한 일부 성원들로 내가 접했던  가지 사례들만 봐도  민낯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

점심시간을 3시간이나 쓴 말단 50대 직원에게 팀장이 다른 직원을 통해 전화를 걸게 한다. 해당 직원은 약속이 있어 나온 자신을 왜 찾느냐며 외려 큰소리를 친다. 정년까지 몇 년 안 남은 해당 직원에게 조직은 꼬박꼬박 월급을 챙겨주는 캐시카우일 뿐이다.


#2.

자신의 일을 동료나 부하직원에게 밥 먹듯이 전가시키는 과장이 있다. 자신 때문에 다른 동료들이 매번 야근을 일삼지만 정작 본인은 비품 구매와 같은 단순 업무만을 고집하며 꼬박꼬박 정시 퇴근을 한다.

그 사람은 곧 있을 인사에서 차장 진급을 '기대'하고 있다.  


#3.

계약직 직원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인격적인 모독과 반복되는 업무 전가에 퇴사를 결심한 사람들이 작심하고 피해사실을 수차례 공론화했지만 그 사람은 여전히 평온하게 근무 중에 있다.


놀라운 점은 이들 모두 연차에 따라 자동 승진과 연봉 인상을 받고, 정년퇴직 이후에는 두둑한  연금으로 여생까지  보장받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무책임함에 조직은 불이익을 주기는커녕 불편한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문제를 삼아봐야 호봉제와 정년보장이라는 보호막 아래에서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그래서 눈을 감고, 귀를 닫는 것으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도록 방기 한다.


일하지 않는 자에게는 천국, 

일하는 자에게는 지옥인 것이다.




같은 곳에 근무해도 다른 룰을 적용받는 나는 그 안에서는 완벽한 타자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안정적으로 보이기만 했던 그들의 실상을 알고는 안타까움이 커지기 시작했다.  겉모습만 멀쩡할 뿐 고인물이 썩어가듯 아주 느리고 천천히 병들어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를 자각한 성원들조차 다른 방도를 찾을 수 없다는 현실에 무기력해지는 광경을 본다. 그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평생 연금'을 포기하면서 변화를 추구하라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다수 직원들의 '버티는' 삶이 시작되고 그로 인해 각자의 삶은 물론 조직의 생기는 그 빛을 빠르게 잃어간다.


성과가 좋지 않거나 근무 태도가 불량한 직원은 으레 인사 고과에서 저평가를 받고, 그 결과로 이듬해 연봉 협상 수준과 진급 여부가 결정되는 사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근거로 '역시 경쟁적인 환경이 조직 성장에 반드시  필요하다'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경쟁도 비경쟁도 뭐든 지나친 것은  독이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쟁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영업직에 지독한 환멸을 느끼고 전업까지 했던 내가 아니던가!)


다만, 경쟁을 하되 타인을 짓밟고 일어서기 위함이 아닌  자신과 조직의 성장을 목적으로 하고, 경쟁하되  타인의 피땀을 이용해서 자신의 안위를 보전하기 위함이 아닌 자신 있게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데에 방점을 찍는다면, 성장과 안정을 볼모로 한 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 믿을 뿐이다.


그래서 기업 유형 선택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내가 진짜로 해주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안정성과 성장성이라는 가치를 단순히 기업의 외형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본인이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일'에서 그것들을 찾아보기를 바라. 그래야 안정성을 볼모로 함부로 일에 무책임해지는 일도, 경쟁을 볼모로 함부로 타인을 짓밟는 일도 막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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