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 내향적인데, 과거 여러 조직에서 어떻게 리더로서 활동했으며, 또 어떻게 친화력이 높다는 평을 들었으며, 또 어떻게 영업직에 짧지 않은 기간 종사할 수 있었을까??
나는 분명 낯을 가리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인데 말이다.
지난 수년간 정말 많은 학생들과 상담을 하며 특히 이 부분에 대해 속 시원한 해답을 할 수 없는 점이 늘 나를 괴롭혀왔다. 최선의 답은 고작해야 "아니야... 나도 했잖아" 정도였는데, 솔직히 한 단계 더 들어가서 '어떻게 그게 가능했지?'라고 자문해보면 단박에 정리가 되지 않는 때가 대부분이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도대체.. 왜 때문이지? 뭐지?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그러던 어느 날 즐겨보는 예능인 '유 퀴즈'에서배우조승우가 출연해서 직업을 선택한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는 것을 보았다.
학창 시절에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도 못 할 정도로 내성적인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누나가 하는 공연을 보고 형언할 수 없는 벅찬 기분을 느꼈고... 그리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완벽하게 똑같은 워딩은 아니지만 요약하자면 이랬다.
저렇게 내성적인 사람이 어떻게 그 많은 관객 앞에서 메서드 연기를 펼치고 노래를 할 수가 있는 거지?라고 또다시 도돌이표 같은 의문을 품는 순간 '아하!!' 하는 깨달음이 떠올랐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성격은 무관할 수 있구나!!'
그랬다. 그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가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었던 것이다.
성격은 그야말로 featuring에 불과했다.
돌이켜보니 내 경우도 이 결론에 꼭 맞아떨어졌다.
부끄럼이 많았지만 그보다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압도적으로 컸기 때문에 누가 봐도 외향적이고,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후로 학생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을 때면 이렇게 되묻게 되었다.
"그 일에 얼마나 진심이야?"
"그 일이 얼마나 하고 싶어?"
결국 이 질문에서 대부분은 스스로 진심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내향적인 성격은 하나의 자기 제한 구실에 불과했음을 자각하게 된다. 반대로 '정말 하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는 친구들은 오랜 편견에서 벗어나 비로소 더 큰 자기 확신을 가지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이를 증명하는 사례를 상담 혹은 취업 프로그램 운영 현장에서 자주 목격한다. 가장 최근에는 내가 멘토로 있는 공모전 팀의 구성원 8명 중에 시종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에 임하며 팀장 역할까지 자처하여 팀을 위한 희생을 기꺼이 감수했던 학생이 개인 상담을 통해 내향적인 기질을 타고 난 친구임을 알게 됐는가 하면, 오히려 팀 활동에 두문불출하며 비협조적인 태도로 임했던 친구는 반대로 외향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상담 전까지는 두 사람의 기질을 정반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결국 팀장까지 자처했던 내형적인 성향의 학생은 공모전에서 성과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누구보다 높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