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그레이 Mar 16. 2022

자존감 안 높아집니다

자신감으로 극복하세요

자존감은 절대 우위, 자신감은 비교우위라고 한다. 


자존감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불성립한다.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재능이 있거나 없거나, 좋은 대학에 다니거나 아니거나, 외모가 출중하거나 혹은 그 반대이거나, 유명하거나 그렇지 않거나와 무관하게 그런 마음에는 조금의 변동도 없어야 한다.


'나'라는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세상의 중심에는 내가 있다. 

내가 선택하지 않는 나를 둘러싼 요소들로 인해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이 없다. 

때문에 주어진 것들에 특별히 불만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나름의 만족을 추구한다.  


한 때 부모의 자존감의 크기가 곧 자녀의 그것과 직결된다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떠돌았다. 

즉, 부모의 자존감이 높을수록 자녀의 자존감도 높고, 반대로 낮을수록 자녀의 자존감도 낮다는 것이다.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나 또한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혀오던 낮은 자존감의 원인을 애꿎은 부모로 돌리곤 했는데,  이유인즉슨 부모의 학력과 경제력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을 리가 없다는 편협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훗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의하면 그러한 이야기에는 심리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었다.   






반면 자신감은 어떤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믿는 마음 즉, 확신의 정도를 뜻하는데 대개 

동일 영역에서의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 선수로 따지면 세계 랭킹이, 학생으로 치면 학교 석차가 자신감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혹은 특정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취경험이 있을 경우에도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자신감은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하기 때문에 - 근자감은 오히려 자존감과 가깝다- 어떤 분야에 꾸준하게 쏟은 시간과 노력의 양에 비례하기 쉽고 그래서 어떤 면에서 굉장히 정직한 감정이다.   


"자존감이 낮아서 걱정이에요.." 


라는 속내를 가끔 털어놓을 때가 있는데, 


"네가????" 


라는 반문을 어김없이 받게 되는 이유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존감과 자신감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매사 언행에 거침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자존감이 낮을 리가 없다는, 앞서 나의 낮은 자존감에 대한 원망 대상을 애꿎은 부모로 엮었던 것과 같은 엉터리 논리가 관여돼 있다.  






매사 거침이 없던 이유는 나의 언행에 대한 확신 덕분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부터 줄곧 그렇게 해왔더니 오히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명백한 경험 근거가 있어서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자신감 있는 태도가 쌓여 자존감 향상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간절함도 있었다. 

내 행복과 존재 가치에 대한 판단 기준을 타인과의 비교에 두지 않음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었다. 


그런데 어떤 분야에서 '잘한다'라는 인정을 받을 때면 짜릿한 순간은 잠깐일 뿐,  자존감이 덩다라 올라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감이 커질수록 '더 잘하지 못하면 나는 아무 의미가 없어'라는 강박만 증폭시켰다. 


'자존감 높이는 법'과 관련한 도서, 영상을 눈이 시큰해질 정도로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소위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방법은 도무지 나의 자존감 향상과 실제적으로 연결시키기 어려웠다.  

그것들 대부분은  해법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언급했는데,  '이럴 때는 이렇게 생각하고, 저럴 때는 저렇게 생각하라'는 방식은 흡사 다리가 부러져 걷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나는 걸을 수 있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어보라는 말처럼 공허하게 들릴 뿐이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거다. 

자존감 쉽게 안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에는 못 먹고 못 살아서, 사랑받지 못해서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고 치부했지만, 

모든 면에서 월등히 개선된 지금도 나의 자존감 수위가 제 자리인 것을 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자기 분야의 전문성으로 자신감을 높이다 보면 적어도 타인의 시선에서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처럼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찾은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렇게만 돼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다. 설령 나의 마음은 어지러울지언정

 

그럼에도 난 여전히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기를 갈망하는 자가당착에 빠져있다. 

다만, 애초에 노력으로 안 되는 것을 얻기 위해 내 몸에 맞지 않는 억지스러운 무언가를 하는 대신,

내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할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기로 결정했다. 


그러다 보면, 자존감에 대한 고민 자체가 사라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조금은 가져본다. 






 






 



 


이전 08화 대(大)퇴사의 시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