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이다. 코로나 19로 삶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이 가을과 추운 겨울을 얼른 보내고 싶다. 제대로 살 수 있는, 벚꽃 피는 봄이 벌써 기다려진다.
벚꽃은 개나리, 진달래에 이어 봄을 알리는 꽃이다. 봄이면 어디를 가든지 벚꽃이 흔하지만 그래도 벚꽃 하면 단연 진해군항제 벚꽃축제를 꼽는다. 해군의 도시 진해에서 충무공의 숭고한 구국의 얼을 추모하고 향토문화예술을 진흥하는 취지를 살려 1953년부터 열기 시작해 2019년 57회째를 맞았다. 진해 벚꽃축제는 매년 4월 1일부터 열흘간 열린다. 내게 경남 창원은 이십 년 가까이 산 제2의 고향이다. 그때는 주말이나 낮 시간보다 퇴근 후 양곡동 넘어 장복산 벚꽃을 즐겼다. 벚꽃 사이사이 조명 불빛은 눈이 부실만큼 아름답다. 서울 벚꽃은 보통 진해군항제가 시작되고 나서 며칠 뒤 활짝 핀다.
2017년 4월 첫 주말 오랜만에 아내와 친구 한 사람과 세 사람이 운동을 겸해 자전거로 여의도 윤중로 벚꽃구경을 갔다. 올림픽도로 아래 한강변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렸다. 4월 초인데도 기온이 섭씨 2도에 머물러 꽤 춥다. 바람까지 세차다. 반포대교 남단을 지날 즈음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마스크를 올리려다 중심을 잃어 몸을 실은 자전거가 오른쪽 발목을 덮쳤다.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이도 없는 멀쩡한 길에서 혼자 그랬으니 누구를 원망하랴! 겨우 몸을 일으켰으나 걸을 수가 없다. 차라리 걷기보다는 자전거를 타는 편이 더 나았다. 그런 상태로 두 사람을 따라가려니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니다. 앞서서 달리기만 하는 아내가 야속하기까지 하다.
불편한 상태로 자전거를 끌다가 타다가 힘들게 목적지인 여의도까지 갔다. 겨우 식당을 찾아 점심밥을 먹고 간단하게나마 벚꽃을 구경하면서 사진도 찍었다. 바로 옆에 전철 여의나루 역이 있는데도 고집스럽게 광진구 집에까지 타고 갔던 길로 다시 돌아왔다. 생각해 보니 이날도 나는 너무 어리석고 무모한 짓을 했다.
주말에 당한 일이라 집에서 이틀을 앓고 나서, 월요일 진단 결과 다리 골절로 8주간의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중상이다. 첫 1주는 병원에서 검사와 보철 수술 및 치료를 하고 그다음은 깁스 상태에서 목발에 의지해 직장과 병원을 오가려니 불편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직, 간접적으로 소방, 시설, 기계, 가스, 그 외 여러 안전과 관련이 있는 일을 한다. 일터에서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늘 사고 예방을 당부하던 나다. 안전을 강조하던 안전관리자가 순간적으로 안전을 소홀히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됐다. 이만큼의 사고는 처음 당했고,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 참 비싼 벚꽃구경 한번 했다. 그래도 더 큰 사고가 아닌 점을 불행 중 다행으로 생각한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생에 한 번이라도 당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사고이다. 단 한 번의 사고로 일생을 망치거나 끝내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자전거를 타려면 네 바퀴가 아닌 두 바퀴로 중심을 유지해야 한다. 달리지 않으면 설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