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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대 Oct 10. 2020

삶의 방식 바꾸고 간소화하기

주말을 맞아 모처럼 집안을 정리하기로 했다. 정리라기보다 큰 맘먹고 안 쓰는 물건을 찾아 내버리려 했다. 지질히 못살아본 탓인지 버리기에 인색하고 모으다 보니, 안 그래도 좁은 집 공간이 점점 줄어든다. 버릴 물건 종류가 참 많다. 자리를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옷이다. 다음은 책이고 신발이다. 책은 내 뜻대로 해도 될 것 같다. 나머지는 아내의 의견을 들어야 될 듯하다. 옷 종류도 많다. 여름옷, 겨울옷, 속옷, 양말 거기다가 자전거 복도 여러 벌이다. 그중 두꺼운 겨울옷 모두를 꺼내 이번 겨울에 입을 것을 챙기고 나머지는 처분하는 것이 순서이겠다.


얼마 전 아내에게 일 년 내내 안 입고, 안 신고, 안 쓰는 것은 버리자고 했다. 이제 우리 나이면 죽을 준비를 미리미리 해두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다. 아내는 버리고 나면 또 사야 되지 않느냐고 했다. 아직 망설여지는 모양이다. 값진 것은 아니더라도 막상 버릴 것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꽤나 큰 상자 두 개에 담아 내버렸다. 그 속에 자주 입지 않던 스웨터가 들어있었던 모양이다. 내 옷에 아내 옷이 섞여 있는 게 잘못이다. 이미 버렸으니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다음은 책장과 서랍 등 이곳저곳에 있는 책을 고른다. 과감하게 처분하려고 맘먹어도 그게 참 어렵다. 특히 부족하지만 내가 쓴 글이 실린 50여 권의 문예지는 버리고 싶지 않다. 여행 갔던 비디오테이프, 음악테이프, 외국어 공부하던 오디오 테이프 심지어 빈 오디오 테이프도 있다. 이참에 다 버리기로 했다. 버릴 책 두 상자를 낑낑대며 자동차에 싣고 출근길에 고물상에를 갔다. 무게를 달더니 폐지 가격이 내렸다면서 한 상자에 단돈 천 원씩으로 쳐 준다. 그럴 줄 알았으면 중고서점에 보낼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신발 차례다. 구두, 등산화, 운동화, 슬리퍼 등이 신발장과 발코니에 뿐 아니라 자동차 트렁크에도 있다. 나는 이상하리만치 신발 뒤축이 잘 닳는다. 등산화 윗부분은 멀쩡한데 뒤축이 닳아 삼만 원을 들여 수선해서 십오 년을 신었다. 다시 산 등산화 역시 뒤축이 문제다. 구두도, 운동화도 모두 그렇다. 다 내버리고 나면 돈깨나 써야 될 것 같다.


상당히 많은 양을 버린 것 같은데도 집안은 별로 넓어진 것 같지 않다. 다시 가까운 날을 잡아 살림살이를 포함해 더 많이 버려야겠다.




정리해야 하는 대상물이 옷이나 신발, 책만이 아니다. ‘천국으로의 이사를 도와드립니다.’라는 신문기사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유품 정리가 주업인 키퍼스 코리아 김석중 대표에게 “죽기 전에 유품 정리를 예약하고 싶다.”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한다. 김 대표가 주장하는 ‘유족을 위한 유품 정리 10 계명’이라는 게 있다. ‘베갯잇 속이나 장판 아래, 액자 뒤를 보라’로부터 시작되는 10 계명 일곱 번째에 ‘개인정보는 깨끗이 폐기해야’라는 계명이 있다. ‘임종 전 체크리스트’에 ‘스마트 폰이나 PC에서 쓰는 주요 ID와 비밀번호’라는 항목에도 눈이 머문다.


내 나이쯤 되면, 미리 정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집안에 가재도구나 옷, 신발, 그 외 눈에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다. 나에 관한 것이 웹(Web)상에 떠다닌다면 정리해야 할 대상물이다. 아는 이가 경기도 고양시에 살다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웃는 얼굴 사진이 SNS상에 불쑥불쑥 나타나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란다.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정리 대상물 중 유튜브 채널 ‘구독취소’이다. 나는 정당에 가입하거나 활동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언제부턴가 집과 직장에서 보는 신문의 정치기사에 눈이 쏠렸다. TV나 유튜브 정치 기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심지어 잠들기 전 머리맡에 스마트 폰을 켜 두고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잠들기도 한다. 때로는 정치현상이 내 생각과 다르다고 속상해하거나 화를 낼 때도 있다. 그런다고 내 뜻대로 되는 일도 아닌데 말이다. 정치할 것도 아니고 이해관계에 얽힌 일도 없다. 부질없는 일에 숱한 시간을 낭비하게 되고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음을 안다. 가장 먼저 정리할 대상으로 즐겨 시청하던 정치성 유튜브를 보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신문 정치기사에도 둔해지려고 맘먹었다.


스마트 폰, PC, USB 등에서도 정리해 둘 게 많다. 중요하지 않은 이메일이나 메시지 삭제, 별 볼일 없는 카카오 톡 방 ‘나가기’,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 북 공개범위의 ‘전체 공개’를 ‘나만 보기’로 바꾸기, 스마트 폰이나 PC, USB에 있는 사진 삭제, 정리 등 할 일이 끝도 없이 많아 당장 하루 이틀에 해치울 일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삶의 방식을 바꿔 이것저것 늘리지 말고, 줄이고, 버리고, 정리하여 간소하게 지내야겠다.




일본인 이노우에 가즈꼬가 쓴 책이 화제다. 『50부터는 물건은 뺄셈 마음은 덧셈』의 다음과 같은 내용에 공감한다.

  “지금까지의 인생이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면, 50부터는 물질을 가지려 하기보다 나를 아끼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느끼며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쌓아두지 않고 버리는 것부터 시작하자. 쌓아두고 버리지 못하는 물건은 쓰레기일 뿐이다. 쌓아 두면 나의 관심과 노력을 잡아먹는다.”

  “현대인은 몽골인들 보다 1,000배나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산다.”

  “체력이 나빠져 유동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에게 화려한 프랑스 요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무리 값비싼 옷이 많아도 외출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물건, 관계, 집착은 버리고 시간과 감정을 오직 나를 위해서만 쓰며 살아야 한다. 50부터는 물질을 가지려 하기보다 나를 아끼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느끼며, 예술적 깊이를 더해가기 위해 노력하는 쪽이 더 풍요로운 삶을 가꾸는 비결이다.”라고 썼다.  


  “가족을 위해 살지도 말고,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하지 않는다. 오롯이 나만을 위해 시간을 쓰고 내 마음이 행복해지는 일만 해야 한다.”는 말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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