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일을 할 때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머리를 자르는 동안에도 그렇고, 다른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손님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멋지게 만들어주는 일.
그 다음은, 이 공간에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리고 그 안의 작은 부분으로 대화가 있다.
대화는 중요하다.
대화는 손님이 나와 샵에 대해 갖는 인상을 결정한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나는 그 사람을 추측한다.
걸음걸이, 옷차림, 헤어스타일.
커피 향이 묻어 있기도 하고, 퇴근 후의 무거운 공기가 따라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겉모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몇 마디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하루를 짐작할 수 있다.
그 단서가 오늘의 커트 방향을 정해준다.
그리고 나는 집중한다.
가위를 움직이고, 빗을 넘기며, 작은 리듬을 만들어간다.
집중이 깊어지면 말이 사라진다.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그것이 대화의 자리를 대신한다.
나는 억지로 말을 늘어놓지 않는다.
쓸데없는 말로 분위기를 덮으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손님이 편안히 앉아 있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커트로, 내가 가진 진심을 대신 전하길 바란다.
그 진심이 전해졌다면, 손님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다시 앉아준다면, 그건 아마 나를 믿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때 우리는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대화는 그렇게 천천히 쌓인다.
나는 내 방식대로 일한다.
그리고 나의 슬로건처럼,
integrity in every detail.
말이 없을 때도, 나는 나대로의 언어로 말한다.
가위의 리듬, 머리카락이 바닥에 닿는 소리,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