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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블리 Oct 01. 2022

우리 마을 인싸 첫째

이웃이 있다는 것




우다다다다다닥     



마을 입구에서 우리 집 앞까지 아이가 뛰어오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걷는 것보다 뛰는 게 더 좋은 나이. 6살 첫째는 이 집에 가장 최적화되어있는 아이다. 문만 열면 뛰어놀 곳이 천지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한 번 나갔다 하면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파트에 살 땐 하루에도 열두 번 뛰지 말라는 소리를 했다. 아이가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로 쿵 뛰어내리면 내 심장도 쿵 내려앉는듯했다. 아래층 가족에게 늘 죄인 같은 기분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뛰고 싶은 아이와 뛰지 말라고 소리치는 우리 부부 모두 스트레스를 받긴 매한가지였다. 아이는 이제 원 없이 뛴다. 우리도 뛰지 말라는 말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의 질은 한결 더 좋아졌다.     








우리 마을이 막 조성되었을 때 이곳의 아이들은 비슷한 또래였다. 지금 우리 첫째 나이 정도 되었다고 한다. 그땐 아이들이 밖에서 온종일 뛰어놀았다.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뛰노는 소리에 마을은 늘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훌쩍 자라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이 집에 이사와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첫째와 함께 놀 또래가 마을에 없다는 것. 그래도 첫째는 혼자 나가 참 즐겁게 잘 논다. 종종 언니 오빠들이 밖에 나와 놀 때면 쫓아다니며 낑겨서 논다. 물론 수준이 맞이 않아 잘 놀아주지 않지만 개의치 않고 논다.           



“서하가 좀 시끄럽죠?”

“전혀요. 서하가 뛰어다니는 소리를 들으면 마을이 살아있는 느낌이에요”          



종종 마당에 나와 아이들과 놀다 보면 마침 마당에 나와있던 이웃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몇 달 전 기러기 아빠가 된 옆집 아저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밖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생각난 듯 말했다. 살아있는 느낌이라는 말이 참 좋았다. 아이들이 뛰고 웃고 울고... 그런 소리들이 일상을 풍요롭게 만든다. 나도 훗날 이 왈가닥 꼬마의 우당탕탕 소리들을 추억하며 이 살아있는 느낌을 그리워할 날이 오겠지.        


  






“엄마, 옆집 OO네 오빠가 아팠대. OO언니 집에는 장난감이 나보다 훨씬 많아.”

“맨 앞에 있는 집 거기는 앵무새도 키우더라?!”

“엄마, 나 OO오빠 집에서 앵두 땄어.”     



아직 어린 둘째를 케어하다 보니 첫째는 혼자 노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시골에 이사와 아이와 자주 마을 산책도 하고 마당에서 같이 뛰어놀아야겠다 생각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나는 집 안에서 둘째를 챙기느라 바빴고 첫째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와 가방을 휙 나에게 던지고는 늘 밖으로 나갔다. 나와는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극강의 E형 첫째는 어딜 가나 적응도 잘하고 친화력도 갑이다. 서슴없이 옆집에 들어가고 누가 현관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안녕하세요오오” 우렁차게 인사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부부보다 우리 마을 사람들을 더 많이 안다. 심지어 그 집 반려동물까지 이미 파악 완료. 호기심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첫째에게 이곳은 파라다이스다.         


 

“서하 저희 집에 있어요. 좀 있다 갈게요.”

마을 입구에 있는 OO이네 집에서 전화가 왔다. 안 그래도 얘가 어딜 가서 안 들어오나 싶었는데 언제 저 집에 들어간 걸까.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 아이는 언니가 나누어준 장난감을 품에 안고 싱글벙글 웃으며 해가 다 떨어진 후에야 집에 돌아왔다.      



“아까 마당에서 같이 앵두 땄어요. 맛있게 드세요”

첫째가 앵두를 잔뜩 따서 통에 담아 가지고 들어오길래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찰나 카톡이 왔다. 마을 두 번째 집 마당 앵두나무에서 첫째가 그 집 오빠와 열심히 앵두를 따고 있는 사진과 함께.        



"서하야, 아저씨 집에 놀러 와."

하원길에 만난 옆집 아저씨의 이 한마디에 첫째는 자연스럽게 그 집으로 들어간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당황스러울 정도. 저녁시간이 다 되어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집 어디에 뭐가 있는지 집에 와서 조잘조잘 알려주는 첫째. 우리의 저녁 식탁은 첫째의 안물안궁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남의 집에 서슴없이 들어가는 아이와 기꺼이 받아주는 다정한 이웃. 내가 생각한 것보다 시골살이는 더욱 정답다. 훗날 아이에게 지금 이 시간들이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내가 아이에게 주지 못한 것들을 이웃을 통해 얻는다. 천방지축 6살 꼬마를 애정의 마음으로 품어주는 마을 사람들. 이토록 따뜻한 이웃이 있기에 우리의 시골살이는 더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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