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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블리 Oct 05. 2022

따스함의 이유

집은 가족을 닮는다




“안녕하세요”     



이사하던 날, 정신없이 이삿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마당에 들어서며 인사를 건넸다. 

“오늘 이사 오셨나 봐요. 저희는 옆집이에요. 반갑습니다. 환영해요”

이사를 오며 이토록 누군가의 환대를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아파트에 살며 두 번의 이사를 했지만 한 번도 이웃과 인사를 나눈 적은 없었다. 이사 소리에 꽤나 시끄러웠을 텐데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고 직접 와서 인사까지 전하는 옆집 부부가 너무나 고마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당에 또 누군가가 들어섰다. 내가 이곳에 이사 오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던 나의 블로그 이웃이다. 이분의 블로그 글을 읽고 나는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우리는 블로그 이웃에서 진짜 이웃이 되었다.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는 건 이날 처음이었다.

“어서 오세요. 너무 반가워요. 이사하느라 힘들 텐데 이것 좀 드세요”

한 손에는 치킨 한 손에는 음료수를 가득 들고 온 그녀는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나는 이토록 격한 환영에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 나와 남편은 마주 앉아 치킨을 먹으며 벅찬 행복을 마음껏 누렸다.

“여기 살면 치킨도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치킨집이 있네. 좋다 좋아. 여보, 나 여기 너무 좋아”          








이사 날 인사를 건넨 옆집에는 둘째와 동갑인 아기가 있다. 그래서 나는 옆집 엄마와 오며 가며 자연스레 이런저런 이야기를 종종 나누곤 한다. 가까이에 내 아이와 같은 또래를 키우는 이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기분이다. 비슷한 고민을 서로 나누며 주고받을 이야깃거리가 있어 외롭지 않다. 

우리의 이야기 끝은 늘 ‘언제 커피 한잔 해요’로 끝이 났다. 주변에 카페가 그렇게 많은데 막상 함께 카페에 가게 되진 않았다.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느긋하게 카페에서 수다를 떨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 



어느 날, 아침에 커피를 내리며 문득 옆집 엄마를 초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보다 많은 양의 커피를 내리고, 옆집 엄마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카톡을 보냈다.

‘오늘 저희 집에서 커피 한 잔 하실래요?’

한동안 답이 없더니 전화가 왔다.

“제가 카톡을 너무 늦게 확인했네요. 죄송해요. 지금 바로 갈게요”      



옆집 엄마와 이야기하다 보면 동네의 이런저런 소식을 접하게 된다. 어떻게 그렇게 다 아는지 신기할 정도다. 덕분에 낯선 동네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이날도 내가 알지 못하는 여러 이야기들을 전해주었다. 특히 우리 집주인 부부의 에피소드가 흥미로웠다.     



“우리가 여기 처음 이사 왔을 때 이 집 아빠가 참 신경을 많이 써줬어요. 오며 가며 인사도 잘 건네주시고, 우리가 여기 적응하는 데 많이 도움됐죠. 그런데 지내다 보면서 알았어요. 그분이 그렇게 사람들한테 먼저 다가가고 외향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우리한테 정말 애를 쓰신걸 나중에 알고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그래서 저희도 그런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새로 이웃이 오면 먼저 인사하고 자주 말 걸어주고 그러기로요.”     



우리가 이사오던 날 옆집 부부가 수줍게 마당에 들어서던 모습이 떠올랐다. 다정한 이웃이 되겠노라 다짐했던 옆집 부부는 우리에게 충분히 그런 모습으로 곁에 있어주었다. 따뜻한 마음은 이렇게 선순환되는 것. 우리도 언제 어디서든 지금 받았던 이 마음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줘야지.     



옆집 엄마는 집을 둘러보며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마당에 심어져 있는 저 측백나무요, 원래는 저게 없었어요. 앞이 훤하게 트여있는 게 마음에 걸렸던지 어느 날 나무를 사 와서 심더라고요. 저 나무들을 심던 날 부부가 마당에 한참 앉아있었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부부가 끙끙거리며 나무를 심는 모습. 나무를 다 심고는 만족하며 숨을 고르는 모습. 마당에 한참을 앉아 심은 나무들을 바라보며 흡족해하는 얼굴... 하나하나 내 손으로 만들어가는 집. 이 집 곳곳에는 집주인의 애정이 묻어있다. 그것은 애써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다. 내가 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였다.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들을 옆집에 챙겨주었다. 실하게 잘 자란 채소를 보며 감탄한 옆집 엄마는 우리 집 텃밭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전에는 텃밭이 관리가 안되고 뭘 심어도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 집에서 정말 잘 지내시는 것 같아요. 여기가 정말 서하네한테 딱 맞는 집이네요”



우리는 이곳에 또 다른 사랑을 심는다. 집은 가족의 모습을 닮아 간다. 우리 가족의 다정하고 따스한 마음이 이곳에 켜켜이 쌓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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