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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감사하다

부처님이 된 것 같은 이 편안함은 뭘까.

by 리본위너

"여기에 아는 사람 많으세요?"


그 새로운 장소에 내가 도착했을 때, 자신도 이곳이 낯설다고 하면서도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그녀에게 물었다.


"연락 안 하다가 여기에 와서 연락을 해 본 친구가 있어요. 세상 사는 게 다 그렇죠. 자기가 있는 공간과 상황에 따라 인연이라면 누군가와 다시 붙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고."


나보다 십오 년 정도 나이가 많아 보이는 그녀는 늘 혼자였고, 무언가에 집착하는 것 같지도 않은 초월함 같은 게 보였다. 그런 아우라가 나쁘지 않았다.


최근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꽤 들리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그때, 그 시절, 그 상황에 맞게 연이 오고 가는

시절 인연.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많은 이들에게 쓰이다 보니

내가 이러이러해서 연락이 힘들었고,

이러이러해서 앞으로는 덜 연락할 것 같고,

이러이러해서 이런 사정이 있어서 이러한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지냈던 그 상황이 서로에겐 시절 인연이었나 보다.라고

생각해 줄 것 같다.


반대로 누군가가 내게 연락이 뜸해진다 해도

서로 상황에 맞던 그때만큼은 좋은 시절 인연이었음을 기억하며 잘 담아둘 수 있을 것 같다.




'시절 인연'에

감사해하고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그때 그 시절엔 가장 최선을 다하고

진심을 다했기 때문에 미련이 남지 않아서이다.

매 순간 최선과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었다면

아쉬움이 없는 건 '시절 인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의미하게 쪼여 드는 인간관계,

괜히 의식되는 누구,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되는 사람,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맞는지 아닌지 신경 쓰여

집중력에 영향을 주는 그들.



연결이 되었지만 연결되지 않은 연.

진심은 다했지만 연결되지 않은 연.

마음에서 편하게 보내주자.

'시절 인연'이라는 이름을 빌려서.


한 발짝 물러나면.

정말 중요한 사람이 다시 보일 것이고,

시절 인연을 넘어설 인연이라면,

또 다른 시절에 연결될 날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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