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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Oct 19. 2021

미쿡교사, 기회가 왔다

첫 도전, 첫 전화 인터뷰


내 앞에 기회가 왔다! 콩당거리는 가슴을 진정하고 교장과 대화할 내용을 찬찬히 준비했다. 생각을 가다듬었다. 나의 강점을 최대한 어필하자! 나를 피력할 요점과 교직에 대한 질문 사항을 간단히 종이에 적었다. 전화번호를 누르는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전화벨이 울렸다. 비서를 통해 교장선생님과 연결됐다.


교장선생님에게 내 소개를 했다. 나의 경력, 학위, 교육철학 등을 간결하게 설명했다. 교장의 학교 소개를 듣고 대화가 이어졌다. 4학년 영어와 역사 교사직에 대한 나의 의향을 물었다. 나는 교사자격증이 없는데, 정교사직에 지원할 수 있는지 물었다. 차터스쿨의 경우, 학교장의 추천 하에 관련 학위만으로도 1년은 자격증 없이 가르칠 수 있으며, 단 1년 안에 교사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고 했다. 내 경우, 자신이 추천을 할 테니 일단 지원할 것을 권고했다.


교장선생님은 보조교사로 지원한 나에게 4학년 영어와 역사 정교사직을 권유한 것이다. "나를 무척 잘 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망설였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실은 보조교사나 튜터 정도는 충분히 부담 없이 가르칠 수 있다. 그런데, 정교사로 차터스쿨에서 원어민 아이들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고 게다가 역사까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내가 원어민 학생들에게 영어와 역사를 가르칠 수 있을까?’  그런데, 엄청난 기회인 건 분명했다.


이것은 기회다. 기회가 왔을 때, 잡자!


“교장 선생님,  제 전공은 응용언어학으로 영어교육과 관련되기에 영어를 가르치는 데는 문제가 없겠는데요. 역사는 제 전공은 아닙니다. 이미 짜여진 역사 커리큘럼이 있다면 고려해 보겠습니다. 좀 보내주시겠습니까?”


내가 조건부 제안을 한 셈이다. 대화는 계속되었다. 나의 한국에서의 교직경력, 내 전공에 대해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교장선생님:


“선생님은 하버드에서 학위를 받으셨는데, 열심히 공부해서 가르치면 되지요. 선생님 이력서를 보니 충분히 해내실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I am very interested in you. 선생님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나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했다. 교장선생님과 나는 다음 주 수요일로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전화 대화가 첫 번째 인터뷰였다. 나는 이 인터뷰를 통과해서 1차 심층 인터뷰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교사 선발은 학교 단위로 이루어진다. 교사자격증을 비롯한 교사로서의 자질을 갖춘 후보자가 교직을 지원하면 각 학교에서 교장과 인사담당자가 선발한다. 한국은 공립학교의 경우 각 시도교육청에서 선발해 각 학교로 발령을 내준다. 이 시스템 하고는 많이 다르다. 교사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요건이다. 교사로 취업하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려있다. 보통 교사직에 지원하면, 1차 서류 심사를 통해 후보자를 선별하고 2차 전화면접, 3차, 4차 심층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자가 결정된다. 마지막 단계에서 수업시연을 하기도 한다. 여러 관문을 통과하는 지난하고 힘겨운 과정이다.


이 차터스쿨의 경우도 수십 명의 지원자 중 서류심사로 20명 정도를 걸러냈다.  다시 전화면접으로 13명을 심층면접 대상자로 선발했다고 들었다. 일단, 서류심사와 전화면접을 통과해, 1차 심층면접의 기회가 내게 온 것이다. 이렇게 교직에 발을 딛기 위한 도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후, 1차 심층면접과 2차 심층 면접을 거쳤다. 이 면접의 경험은 미국의 교육과 교사의 역할, 학교 문화 등을 이해하는 큰 자산이 되었다. 면접을 통해 미국의 학교가 원하는 교사상, 기대하는 교사의 역할을 알게 되었고 역으로 그들의 기준에 부합해 선발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미국 교직으로 가는 관문, 인터뷰


드디어 4학년 영어/역사 교사직 인터뷰 날이다. 다행히 많이 떨리지는 않았다. 적당히 긴장되는 정도였다. ‘되면 되고 안 되면 말자. 설마 나를 뽑겠어.’ 이런 심정이었다. 미국 학교 교사 인터뷰는 어떤 것인지를 경험하는 차원에서 한번 해보자! 밑져야 본전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한결 마음이 편했다. 준비에는 만전을 기했다. 예상 질문 30개를 뽑아서, 미리 연습해 갔다. 수십 번 읽어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예상 질문 안에서 나오면 다행이고 아니면 임기응변으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오전 10시 30분 인터뷰다. 학교에 도착했다. 10시 10분. 5분 정도 차에서 인터뷰 준비 내용 다시 보았다. 차에서 내려 학교로 갔다. 비서가 교장실로 안내해 주었다. 복도에서 기다리면서 학교 연혁에 대한 게시물 읽어보았다.


10시 30분이 조금 못 되어 교장선생님이 등장했다. 50대 후반의 백인 남성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아주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시설이 산뜻하게 잘 갖추어진 학생이 700명 정도 규모의 학교다.


10시 40분에 인터뷰가 시작되어 1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교장선생님과 영어 선생님, 두 명의 면접관과 인터뷰를 했다. 내 소개, 왜 교사가 되었는지, 한국에서의 교직 경험, 초등학교 담임교사 시절 나의 학급운영 방식, 수업방식, 영어교사로서의 수업 방법, 수업 모델 등에 대한 무수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들의 질문은 매우 구체적이었고, 내가 설명하는 도중 구체적인 예를 들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예시를 들어 설명하면, 두 면접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의사를 표했다.


여러 질문 중 내가 경험한 한국 교육과 미국 교육의 특성을 말하라는 질문도 있었다. 나는 특성 중 하나로 한국에서는 노력이 성공적인 학업성취의 주요인으로 보고 미국에서는  학생의 타고난 재능을 중요하게 보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각각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교장: 그럼, 선생님은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 학업성취에 더 중요하다는 걸 어떻게 설득하겠습니까?


나: 저는 제 개인적인 경험을 예로 들겠습니다. 저는 결코 특별하지 않은 두뇌에, 영어가 제2언어인 이주민이지만 열심히 노력해 하버드에 입학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 저는 형편이 안 좋은 가정에서 자랐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기에 장학금을 받아 대학도 가고 교사의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두 면접관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능력과 요구가 다른 학생들에 대한 수업계획,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경우 등에 대한 그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담지 못한 나의 경력이나 경험에 대해 물었다.


무엇에 대해 말할까? 3초정도 머뭇거렸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나는 과연 어떤 이야기로 대답했을까? 다음 편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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