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보 Oct 24. 2021

미래의 꿈을 심는 평양교원대

인터넷이 성공적으로 연결된 뒤, 우리의 평화자동차는 평양교원대학으로 출발했다. 평양교원대학교. 우리의 교육대학에 해당하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이다. 차로 이동하는 사이 세계 각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해외동포 평화운동가들로부터 여러 질문이 빗발쳤다. 북한의 초등교육을 이끌어가는 인재를 양성하는 평양교원대학. 어떤 학생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선발되는지, 교사가 되려면 북에서는 어떤 자질을 요구하는지, 교육과정은 어떻게 구성, 선정되는지, 교사 발령은 어떻게 내는지 등 평양교원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필자가 교사이기에 북한의 교육기관, 학교, 교사와 학생에 대한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여러 해 교직에 있었고 보스턴에서도 6년째 ESL 교사로 이주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교육대학을 나왔기에 교육기관 중 평양교원대학를 제일 먼저 방문하고 싶었다. 평양 보통강 구역에 위치한 평양교원대. 아담한 현대식 건물이 나를 맞이한다. 푸른 잔디가 펼쳐진 교정에 들어섰다.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을 세계를 보라.”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문구이다.


평양교원대의 젊은 교원이 활짝 웃으며 반갑게 맞이한다. “리금주 선생님,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평양교원대 교원 ***입니다.” 같은 교원이라 더욱더 반갑다고 한다. 내가 미국 공립학교 중등교원임을 알고 있다. 30대의 평양교원대 여교수는 친절하게 학교의 강의실과 시설을 하나하나 안내해 주었다. 북에서는 교사와 교수를 모두 다 “교원”이라고 칭한다. 가르치는 직업에 대한 서열적 칭호를 지양하고 가르치는 일 그 자체에 대한 가치를 더 부여하기 위한 의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제일 먼저 학교 연혁을 소개하고 강의실 여러 곳을 차례로 안내해 주었다. 방학 중 정규수업은 없다고 한다. 강의실 여러 곳에 학생들이 모여 소조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일종의 그룹 스터디로 강의실별로 수업 실기와 관련 활동, 음악 교육 활동, 과학과 지리 교수학습 능력 신장을 위한 활동, 초등학교 방학 특별 수학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평양교원대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 기기로 교수-학습 능력을 연마하는 평양교원대 학생들


첫 번째 강의실의 문을 열었다. 뽀얗고 밝은 얼굴들이 반짝인다. 하얀 셔츠에 깜장 스커트를 단정하게 입은 여학생들이 십여 명이 앉아서 수업 실습 활동을 하고 있다. 찰랑찰랑 단발머리에 머리핀이 얌전하게 꽂혀있다. 살짝 미소를 머금은 얼굴들. 꽃이 여러 송이 피어 있는 듯, 어여쁘다. 20대 초반의 싱그러움 발하는 아름다움이 강의실을 가득 메운다. 어찌 보면 고등학생 같다. 앳된 얼굴들이 스크린을 바라보며, 발표하고 있는 학생에게 눈을 모은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몇 초 지나지 않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스크린에는 가상 학생들이 앉아 있다. 발표하는 학생은 가상 학생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한다. 지금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 기기로 교원대 학생들이 수업 실습을 하고 있는 거다. 수업의 생명은 뭐니 뭐니 해도 학습효과를 극대화하는 학생과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다. 늘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하며 교수학습능력과 기술을 연마할 수 없으니 이런 최첨단 시청각 기기를 사용해 가상현실 교실 상황을 연출한다.


이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아! 가상현실 수업 기기! 이런 첨단기기야말로 교사 양성 프로그램에서는 유용하기 이를 데 없다. 미국에서 학생으로 공부하면서도 교사로 가르치면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가상현실 수업 장면이 신기하기조차 했다. 외부 학술단체나 교육계와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을 텐데, 이런 인공지능을 이용한 가상현실 수업 기기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 기기는 여러 개가 더 있었다. 초등학교이니 교사가 무용도 가르친다. 무용을 지도할 때, 교사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는 가상 학생을 설정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교원대 학생이 먼저 시연을 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한번 해 보라고 권유했다. 원래 빼는 성격이 아니어서, 마치 내가 교원대 학생인 양 무용지도 시연을 했다. 나의 동작을 따라 하는 학생이 스크린에 보인다. 내가 제대로 가르치는지 어떤지 스스로 확인하며 지도할 수 있다. 나의 용감한 무용 시연에 교원대 학생의 박수가 쏟아진다. 우리는 “모두 교사다”라는 동료의식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나이를 넘어 남과 북을 넘어 우리는 이렇게 금세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된다. 정말 재미있는 수업 기기 시연이었다.


여러 강의실을 둘러보며 인공지능을 이용한 최첨단 교구와 시설에 매료되었다. 한 강의실에서는 첨단 시청각 기기와 모래를 사용한 지리 교수-학습 기기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교원대 학생들이 음악을 들으며 형형색색의 조명과 프로젝터의 변화에 따라 모래를 만지며 지도를 만들어 간다. 프로젝터에 지형이 표현된다.


한반도의 지형과 지도를 스크린과 음향효과를 들으며 모래로 완성한다. 다중감각 학습이론을 적용한 기기로 보인다. 초등학교 시기는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중감각을 이용해 학습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보고 듣고 손으로 만져서 배운 지식은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뇌 속의 기억장치에 아주 의미 있는 경험으로 기억되어 온전히 자신의 지식으로 자리 잡는다. 첨단 기기에 다중감각 인지학습이론을 접목한 교수학습 모형이다. 매우 흥미롭고 인상적이다.


한 강의실에서는 키보드를 연주하며 노래와 무용을 연습하고 있었다. 꾀꼬리가 노래하는 듯 아름다운 목소리의 합창이 강의실을 가득 메운다. 섬세한 손동작까지 곁들여져 연습인지 공연인지 그냥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다른 강의실에서는 첨단 기기를 활용해 생물 교수학습 지도 실연을 하고 있었다. 향학열에 불타는 교원대 학생들은 방학도 더위도 잊은 듯, 미래 교육을 책임질 교육자로서의 기량을 연마한다.




평양 교원대 학생들과 함께



다른 강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수학 수업이 한창이다. 초등학교 3, 4학년으로 보이는 눈망울이 똘망똘망한 아이들이 앉아서 주판을 이용해 계산한다. 21세기 수학 교실에 주산이라. 고전적 계산 도구인 주판을 이용해 무엇을 하는지 눈여겨보았다. 이번엔 주산을 사용하지 않고 노래와 율동을 하며 계산을 하는 듯하다. 수업을 이끄는 안내를 해주는 교원에게 물으니 어린이들이 머릿속에 주산을 그려 덧셈과 뺄셈 연산을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연산 방법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재미와 인지적 자극을 주기 위해 노래와 율동을 곁들인다. 현장에서 연주하는 피아노 음률에 맞춰 초등학생들이 노래도 하고 율동도 하고 수학 공부도 한다. 참 재미있는 교수학습 방법이다. 이 여름방학 수학 특별프로그램은 교원 대생들에게는 실습의 기회를. 초등학생들에게는 방학 중 수학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를. 일거양득 일석이조의 방학을 잘 활용하는 방안인 듯하다.


평양교원대에는 미래세대를 교육할 인재들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기에 교육에 대한 사명감과 헌신이 높은 학생들을 선발한다고 한다. 남측과 마찬가지로 북측에서도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높아서 인기 있는 직업이라고 한다. 선호하는 직업이니만큼 경쟁도 치열해 우수한 인재들이 교원대에 들어온다. 교원대 교수에 의하면 고등학교 졸업생 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선발된다. 창조적 사고력, 완강한 집중력, 비상한 직감력, 비범한 통찰력을 가진 인재를 육성한다. 학교 현황 안내판에서 본 내용이다. 인상이 깊어 따로 적어 놓았다.


교사 임지 배정시에는 본인의 희망을 고려해 당국에서 배정한다. 학교 입구에 도서벽지로 탄원(지원)해서 가는 교사를 우러르고 표창하는 내용의 사진과 선전물을 보았다. 생활 조건에 어려운 외지에서 교육에 대한 열정과 헌신으로 자원해 가는 교사는 남이나 북이나 다 존경의 대상이며 귀감이 된다. 교원대 교수에 의하면, 교육과정은 교원대의 교수진과 일선 학교의 교사가 함께 연구하고 협의하여 구성한다.


교원대의 여러 강의실을 둘러보며 학생들이 교사로서의 전문지식과 교수 기술을 연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첨단 교육 기재를 갖춘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미래교사로서의 꿈을 키우고 실력을 닦는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임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다름이 없는 듯하다. 남이나 북이나 미래세대를 교육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는 국가적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공히 세계가 인정하는 바다. 한국에서 양성된 많은 인재가 전 세계 곳곳에서 글로벌 리더로서, 소중한 전문인력으로서 제 몫을 하고 인류의 공영에 기여하며 한국의 국위를 휘날리고 있다. 이 대열에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도 함께 하게 된다면 우리 민족의 위상은 전 세계에 더 드높아지리라. 남과 북의 인재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협력하고 공조하며 함께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그날을 상상해 본다.





이전 14화 릉라인민유원지에서 만난 평양 시민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