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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Oct 24. 2021

평양의 도로와 자동차

차창 밖, 일요일 오전의 평양 시가 모습을 바라본다.  일요일 오전임에도 거리에 활기가 넘친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인다. 바쁘게 걷고 있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 전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다들 분주한 모습이다.



파란색 무궤도 전차가 지나간다. 버스처럼 생겼는데 이름이 말해주듯이 궤도 위가 아니라 바퀴로 도로 위를 달린다. 객차 안에 사람들이 빽빽하다. 좌석은 다 차 있고 많은 승객들이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 반대 차선에 만경대와 광양역을 오가는 빨간색 궤도 전차가 보인다.  이 전차도 거의 빽빽이 차 있다. 무궤도 전차와 궤도 전차 모두 지붕 위에  연결된 전선으로 전력을 공급받아 운행한다. 



                                           버드나무 늘어진 평양 거리의 무궤도 전차  


전차는 평양시민의 주요 대중교통수단인 듯하다. 그동안 거리에서 본 전차는 언제나 거의 만원이었던 것 같다. 이 역시 대북제재로 인한 영향으로 여겨진다. 대중교통 수단인 전차와  버스는 낡아 보였다. 한 평양시민의 말에 의하면 버스나 전차는 대부분 30-40년은 족히 된 차량들이다. 고장이 나면 고치고 또 고쳐 쓴다. 제재로 인해 한정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야 하는 주민들은 만원 버스, 만원 전차에 시달려야 한다. 버스나 전차를 타려면 수십 미터씩 줄을 길게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제한된 물자로 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는 북녘 동포들. 대북제재로 인한 고통은 결국 주민들의 몫이다.


북의 교원단체인  '조선교육문화 직업동맹(교직동)' 소속 선생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 “북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항상 전쟁의 위협에 있기 때문에 국가방위를 우선으로 하는 산업에 집중한다. 자동차의  경우에는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 전차, 버스가 개인 승용차보다 우선이다.” 실제로, 평양의 도로에서 개인 승용차보다는 버스, 전차, 택시를 훨씬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대중교통 수단도 충분하지 않아 주민들의 불편함이 커 보였다.



                                            다양한 차종을 볼 수 있는 평양의 거리


한국전쟁이 70년 지속되고 있는 상황, 남과 북이 대치하고 북이 미국과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은 남과 북의 일반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전쟁을 끝내 군비를 줄인다면, 그 혜택은 남과 북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북녘 동포의 삶은 분명 더 나아질 것이다. 평양시민들은  40년 된 낡은 전차를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이며 만원 버스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남녘 젊은이들에게는 반값 등록금이 가능할 것이며 소외계층에게 돌아갈 복지 혜택은 늘어날 것이다. 평양의 거리에서 마주한 동포들의 삶에서 이 70년 전쟁을 끝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를 보았다.



도로에는 다양한 차종이 달린다. 버스, 전차, 트럭, 미니밴, 택시 등 다른 나라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차종을 볼 수 있다. 또한,  외국에서 생산된 차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거리에서 나의 눈을 사로잡는 차는 단연코 북측 자동차인 평화자동차다. 방북 기간 동안 나에게 배정된 차도 평화자동차다. 평화자동차는 남북경협의 일환으로 북한 남포에 세워진 남북합영회사다. 북에서는 외국에서 들여온 부품으로 자동차를 조립 생산한다.  하루에 3-4대 정도를 생산한다고 한다. 거리를 다니며 가끔 <휘파람>, < 뻐꾸기>, <평양> 등과 같이 평화자동차에서 생산한 차를 보게 된다. 평화자동차를 선전하는 대형 간판도 평양의 주요 도로에서 볼 수 있다. 마침, 우리의 평화자동차는 평화자동차 선전 간판 앞을 지난다.


우리의 평화자동차는 차선별로 제한속도가 다른 도로에 진입한다. 우리는 최좌 측 차선인  70km 차선 위를 달린다.  평양의 도로 중, 특이했던 것이 차선별로 제한 속도가 다른 도로다. 평양의 도로 중 일부 구간이 그러하다. 예를 들어, 1차선은 시속 70 km, 2차선은 60 km, 3차선은 40 km이다.  전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를 다녔는데, 차선별로 제한 속도가 다른 도로는 평양이 처음이다. 각자 자기 목적에 맞게 다른 속도로 운전할 수 있으니 그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차선별로 제한속도가 다른 평양의 도로

                                          북한의 자동차 브랜드 '평화자동차' 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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