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루하 Dec 26. 2024

글쓰기의 첫 번째

[내 옆에 앉은 아이] 시놉시스

시놉시스를 만들 때는 제일 먼저 줄거리를 짧게로 써야 한다. [내 옆에 앉은  아이] 초안 시놉시스는 중간에 컴퓨터 메모리가 날아가는 바람에 지금은 없다. 그래서 아쉽지만, 이 책을 기준으로 시놉시스를 설명하고자 한다. 


처음 시놉시스를 만들 때 짧은 줄거리를 잡아주는 게 좋다. [내 옆에 앉은 아이]는 2천 자의 짧은 소설로 시작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글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초안


진영은 수희를 처음 만난 날의 첫인상을 잊을 수가 없다.

진영과 같은 반으로 배정된 수희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입학식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던 당시의 초등학교 1학년 수희는 무서워하지도 않고, 부모님과 함께 돌아가는 친구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수희는 비뚤배뚤한 짧은 머리를 하고 긴 팔, 긴바지를 입고 있었다. 1년 365일 수희의 옷은 그렇게 긴 팔, 긴바지였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생 현재까지 그들은 같은 학교에 다닌다. 산골이라 선택할 학교가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진영은 수희가 있는 학교를 굳이 같이 다녔다. 처음엔 같은 미술을 하는 라이벌로서 수희 곁에 있었고, 지금은 그 이상의 마음으로 옆에 있다. 그러나 표현할 수는 없다. 늘 수희는 진영에게 한걸음만큼의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수희는 웃는 법을 모르는 아이처럼 웃지 않았다. 수희가 웃는 모습을 처음 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해 보면 진영이 그녀에게 딸기 케이크를 가져다준 날이었던 것 같다.

"이거 생일 선물."

진영은 빵집에서 작은 조각 케이크를 샀다. 망가지지 않게 가져가기 위해 뛰지도 못했지만 뛰어가고 있었다.

수희네 집은 마을 끝에 있었고, 수희는 언제나 혼자 집을 지키고 있을 터였다.

"고마워."

진영은 수희가 딸기 케이크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싶었지만, 그건 쑥스러워 못했다.

"오늘 너 멋있더라?"

"어?"

진영은 수희를 쳐다봤다. 숟가락을 입에 물고 쪽 빠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너 축구하는 거 봤어. 골 넣었지? 멋있더라."

진영은 웃지 못했다. 이날 수희의 생일이었지만, 최악의 날이기도 했다.

"너 집에 안 갔어?"

"응. 학교 뒤에 있었어.

수희 말에 진영은 수희가 안쓰러웠다.

"멀리서 너 축구하는 것 구경했어. 너 완전 축구 만능 치트 키 같더라. 패스도 잘하고 슛도 잘하고 아무튼 멋있었어."

수희의 칭찬에 진영은 기분이 좋아졌다. 수희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학교에 알려졌지만, 마을 대부분의 사람은 알고 있었다. 그녀의 할머니가 죽고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교내에 분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범인으로 몰린 친구가 수희였다. 아무도 수희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옆 반에 남겨져 있던 수희와 도둑소동, 진영은 수희가 걱정되었다. 도둑은 다른 아이로 밝혀졌지만, 아무도 수희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고 다독이는 사람은 없었다.

"수희야?"

"응? 아까 너희 반에..."

"괜찮아. 말 안 해줘도 알아. 나도 알아."

진영은 오히려 담담한 수희의 모습에 더 마음이 아팠다.

"진영아!"

"응?"

수희가 갑자기 밝게 웃었다. 불안감이 밀려오는 것은 무슨 기분일까?

"나 학교 그만두기로 했어."

"왜?"

"나와 학교는 잘 안 받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만두려고."

수희는 케이크를 다 먹고 일어났다.

"잠시만 있어봐 봐."

방으로 들어간 수희가 작은 상자를 가져왔다. 

"선물."

수희가 가져온 것은 지우개 조각이었다. 거기엔 진영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었다.

"나네."

"응."

진영은 수희가 미술에 소질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네가 만든 거야?"

"응. 네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어."

"고마워. 잘 간직할게. 이 정도면..."

"아니. 나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

진영은 더 이상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수희가 반에서 왕따라는 것을 진영도 알고 있었다. 괴롭힘도 없는 왕따. 그때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방에 잠시만."

수희의 방안에 동안 진영은 들었다. 수희 아버지의 고함과 둔탁한 마찰음, 삼켜지는 신음. 진영은 눈을 질끈 감고 귀를 막았지만, 요동치는 심장 박동은 멈출 수가 없었다.

'그동안 수희가 긴팔 긴바지를 입은 이유는 이것이었구나!'

진영은 수희의 비밀을 알게 되어 가슴이 아파져 눈물을 흘렸다. 한참 후 흐르는 정적에 눈물을 닦아내고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수희의 아버지가 돌아갔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진영이 나왔다.

"괜찮아?"

"응."

따로 살고 있는 아버지는 화가 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수희를 찾아와 때렸다고 했다.

"화내지 마. 그래도 나 보러 와줬잖아."

진영은 수희를 안았다. 해줄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어서 진영은 마음이 더 아팠다.


나의 짧은 글에는 기승전결이 다 있지는 않다.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 많다. 이 글에서 나는 주인공의 이름두 아이의 공통 관심사, 그리고 수희를 구성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가져왔다. 일단 소설을 쓰기 위해서 주인공을 설정하면 글을 이어서 쓰는데, 크게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단 등장인물을 짤 때는 구체적으로 짜는 것이 좋다. 그래야지 사건을 만들기도 쉽고, 사건과의 연결고리에서 무엇을 담을 지 쓸 수 있다. 소설에 주인공은 이야기의 중심과도 같다. 나이, 생활 패턴, 중요한 사건, 버릇, 부모님에 대한 인적 사항, 지인 등 이야기를 이어감에 필요한 것들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글을 쓸 때 소스가 되어 줄 것이다.


주인공 설정

류수희 1979년 8월 20일생

어머니는 산후 후유증으로 사망

아버지는 재가 후 연락두절, 할머니 사망 이후 등장. 초가 말고

나머지 모두 가져가고, 수희가 그림에 소질 있는 것을 알고

술만 먹으면 찾아와 폭력을 행사함.

할머니는 중 2 때 노환으로 사망.

추상화와 조각에 소실이 있음. 기초는 진영의 어머니한테 배웠고, 

진영이 없을 때 수희에게 일주일 한번 재능기부하러 옴.

아기 젖동냥 어머니 –진영의 어머니 현경


이진영 1979. 08. 01 생

진영의 절친 박철수 진영에게 수희 소식을 전해줌.

아버지 이석민 44세

어머니 오현경 44세

3살 많은 형과 4살 많은 형이 있음.

수희의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음. 잘생겼고, 공부도 잘함.

싸움도 잘하는 게 문제.


원래 나의 주종목은 현대로맨스 웹소설이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웹소설을 떠날 생각이 아니었기에 주인공 설정함에 있어서 웹소설 성향이 강했다. 그랬기에 주인공 설정에도 웹소설 성격이 그대로 묻어난다. 나중에 작성한 시놉시스에 두 주인공에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도 이것을 예시로 보여주는 이유는 주인공을 설정할 때는 이처럼 나이, 성격뿐만 아니라 각 등장인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자세히 써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이런 것들의 설정은 다 쓰기도 하지만, 다 안 쓸 수도 있다. 단지 염두하면서 쓸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작가의 몫이다.


각화의 줄거리


다음에는 각 화에 어떤 내용을 뼈대로 쓸지 쓰는 것이다. 그것은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 [내 옆에 앉은 아이]인 경우 4화로 나누어져 있다.


01. 두 아이의 만남 _8

02. 서로를 위하는 마음 _56

03. 오직 한 사람을 위해 _113

04. 진영과 수희, 수희와 진영 _165


이것은 글을 다 쓴 이후 큰 사건을 중심으로 천체 페이지 수에 따라 바꾼 것이다. 기존에 시놉시스에는 총 20화로 소분화해서 나눴다. 각 화마나 꼭 써야 할 부분을 기록하여 뼈대를 만들었다. 빼대는 글의 구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글의 흐름에서 뼈대가 방해가 된다면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긴 글에 있어서 뼈대 수정은 심사숙고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글의 방향이 틀어지기 때문이다. 되도록이면 시놉시스를 자세히 자세히 적어 뼈대 수정은 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그 외 부수적인 내용을 수정하여 뼈대에 살 붙이기에서 변형을 유도하는 것을 추천한다. 



글이 시놉대로 흘러간다면 좋겠지만, 시놉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시놉시스는 쓰고자 하는 글의 초안인 만큼 자세히 구체적으로 적어서 소설이라는 긴 글을 쓸 때 바탕이 되어 며칠 혹은 몇 달을 쓰는 동안 글의 일관성을 만들어주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지금 말하는 시놉시스는 작가가 보기 위한 시놉시스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각자가 필요한 것을 토대로 만들면 된다. 출판사에 투고하는 시놉시스는 그 구성과 내용이 달러다. 투고용 시놉시스는 얼마나 내 글이 재밌는지,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 호감을 가지고 읽고 싶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말하는 시놉시스는 작가가 본인 극히 개인적인 시놉시스임을 알려둔다.



극히 주관적인 경험을 통해 얻은 결과임으로 참고용으로 보시길 바랍니다. 틀릴 수도 있습니다. 가장 정확한 정답은 글을 쓰는 작가님만의 스타일로 하는 것입니다. 시놉시스를 쓰고 글을 써도 되고, 나는 시놉시스 없어도 잘 쓸 수 있다고 하시면 안 쓰셔도 됩니다. 저는 시놉시스라는 이름보다는 각 글의 메모장, 기록이 이라고 부릅니다. 글을 쓰다 보면 시놉에는 없던 사건이나 줄거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것들을 별도로 기록하여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시놉시스의 줄거리를 짧게 분업하는 이유는 예전 웹소설 쓸 때 땅시 5천 자 1화의 구성이 버릇으로 남아있는 탓도 있습니다. 이것은 저의 버릇이니 참고만 하시길.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61649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