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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루하 Dec 19. 2024

긴 글 쓰기

소설 쓰는 법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긴 글을 어떻게 쓰세요?

나는 한 번도 내 글이 길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쓰다 보면 글자수가 느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을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내 글은 소설이기 이전에 긴 글이라고 느껴진다는 사실에 조금 당황한 적도 많았다. 글의 길이는 내가 쓰고 싶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에세이를 쓴다면 제목에 맞는 무언가를 느끼고, 생각하고, 조언하고 싶은 내용을 쓰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일화를 쓰게 될 것이고, 그 일화를 겪음으로 어떤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으로 인해 이런 결론이 나왔다는 글을 쓰게 된다. 그럼 그 글은 조금씩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만약 시를 쓰고자 한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 꼭 들어갈 단어를 추려가며 내용은 짧아진다. 그 차이인 것이다.


아주 쉽게 말하자면 일기를 쓴다고 가정하자. 오늘 사건 사고가 많았다.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데, 늦잠을 잤다. 그렇다면 늦잠을 잘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늦잠으로 지각한 회사에서 핀잔을 들었든 아님 다른 사건이 또 있었든 뭔가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그날 하루가 엉망이 되어 버린 혹은 특별한 날이 되어버린 이유를 하나씩 쓰다 보면 그날 일기는 아주 긴 내용이 될 거다. 그런데 오늘은 정상 출근해서 특별한 사고 없이 정시에 퇴근해 집에 왔다. 하루 중에 특별하게 기억 남는 게 없다면 일기 역시 단순해진다. 어쩌면 '평범한 하루였다'처럼 아주 짧게 끝날지도 모른다. 이것이 긴 글과 짧은 글의 차이인 것이다.


글감을 어디서 찾아요?

글의 글감은 나의 브런치북 글감 찾는 방법에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글감이 된다.

[브런치북] 글감 찾는 방법

특별한 것은 없다. 웹소설을 쓸 때는 어느 날 꾼 꿈이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인연이라면 반드시]라는 소설은 마지막 장면을 꿈속에서 보았다. 우연히 한 직장에서 일하게 된 두 사람, 한 사람은 대표였고, 다른 한 사람은 운전기사였다. 두 사람은 매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마음에 두게 된다. 비슷한 나이와 어딘지 낯설지 않은 익숙함 속에 사랑을 시작한 한 사람과 무조건 밀어내려는 한 사람의 투닥거림 속에 일화들, 그리고 서서히 풀리는 서로의 인연! 이것은 내가 꿈에서 본 것들이다. 이런 몇 가지 소재를 가지고 한 권의 단행본을 내었다.


[나쁜 연하]는 상상에서 비롯되었다. 순애보 사랑을 하는 4살 연하의 남자와 그 사람을 기억조차 못하는 4살 연상의 여자. 학창 시절의 잠깐의 듀엣 연습이 전부였던 그들이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다시 만났다.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이다음의 엮어지는 이야기는 오로지 나의 상상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나의 원작과 전혀 다른 전개로 출간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나의 상상 속에 한 장면으로 두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내 옆에 앉은 아이] 이 책 같은 경우 2000자 엽편 소설이 시작이었다. 원래는 다섯 개의 키워드 소설 짓기로 시작한 것으로 엽편 소설일 때는 두 아이의 관심사인 미술, 아버지의 폭력, 두 아이의 우정과 사랑이 짧게 담겼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거쳐 조금씩 길어진 소설에 시선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사람들이 분류하는 계층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학교 왕따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때마침 학교 폭력 문제가 뉴스에 자주 거론되기도 했다. 나는 이 뉴스와 오래전 2000자 엽편 소설을 합쳤다. 수희라는 인물을 제일 하위 계층으로 만들었고, 이 속에 학교 폭력 문제를 넣었다. 직접적으로 무엇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수희가 그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을 넣어 표현했다.


어떻게 소설을 써요?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허구를 쓴다고 많이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아니다. 현실에 없는 일을 쓰는 게 아니라 실제 있는 사건들에 살짝 허구를 가미했을 뿐이다. 모든 것이 허구로 이어져 있다기보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것들을 첨가해 하나의 글로 만드는 것이 바로 소설이다.

나의 책도 마찬가지다. 웹소설을 쓸 때는 직업이나 어떤 특정한 뭔가를 쓸 때 자료 조사를 했지만, 일반 소설로 넘어온 이후에는 더 많은 조사를 했다. [내 옆에 앉은 아이] 같은 경우 각종 뉴스와 법률문제에 대해 알아보았다.

가장 빈부의 격차와 교내 차별, 촌지가 심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학교 폭력 가해자 신고 시 언제 성인 폭력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가정폭력신고 절차에 관해

등등

내가 담고자 하는 글에 들어가는 내용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검색해서 사실에 의거해서 쓴다. 그렇게 소설은 허구이면서 사실에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소설이기에 가능한 아주 희박한 것도 담을 수 있다. 차인표 작가님이 쓴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소설 속에 일본군의 사과처럼 말이다. 물론 [내 옆에 앉은 아이]에서 진영이 1년 동안의 괴롭힘을 참아내고 그놈을 소년원이 아닌 구치소에 넣는 장면도 어쩌면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쓸 수 있다. 그리고 일기를 쓰듯 써내려 가면 된다. 단 나 혼자 보는 것이 아닌 남이 보는 일기를 쓴다고 한다면 어떨까? 분명 그 내용부터 다를 것이다. 그렇게 내 일상을 다른 사람한테 보인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쓰다 보면 어느새 생각도 글에 담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게 글을 쓰는 것에 두려움은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만약 지금 글을 쓰고 있고, 소설을 쓰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완결을 시켜라'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작가가 자기 글에 100% 만족하며 쓰는 사람은 아주 극히 일부다. 초반이 마음에 안 든다고 계속 고치다 보면 글은 원하는 바다가 아닌 산으로 갈 것이다. 그전에 온전히 바다에 도착할 때까지 일단 글의 완성을 목표로 적어나간다면 분명 완결은 꼭 할 수 있다. 완결 이후에 퇴고의 과정은 고난의 연속임으로 얼마든지 하면 된다. 처음은 완결 다음은 퇴고 그렇게 소설은 작품이 되어 가는 것이다.



참고. 나는 문예창작과도 국어국문학과도 나오지 않았다. 내 글의 모든 것은 나의 경험에서 나온 나의 주관적생각을 글로 적은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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