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1일 화요일
요즘은 창작을 하는 작가들 모임에 들어가면 그림 그리는 분들이 있다. 그때 제일 많이 들었던 부분이 머리카락이 어렵다는 말이었다. 왜 어렵지? 그림을 일도 몰랐던 나였는데도 왜 어려운지 알지 몰랐다. 그런데 막상 그려보니까 확실히 이유를 알겠다. 수십 가닥도 아니고, 수천수억 단위의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는 것이 결코 만만하게 생각할 게 아니었다.
선생님은 일단 전체를 실루엣처럼 잡아서 그려두고, 거기에 포인트 머리카락을 그린 다음 전반적인 것을 잡으면 된다고 하셨다. 역시나 선생님은 너무 잘 그렸다. 당연한 거지만, 그래도 부러웠다. 선생님은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짧은 글보다는 기장이 어느 정도 있는 게 좋다고 하셨다.
먼저 그리고 싶은 사진을 찾았다. 나는 기장이 긴 머리보다 짧은 머리를 더 선호한다는 걸 알았다.
그냥 보기엔 잘 그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자세히 보면 짧은 선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내가 보기에도 '이건 문제다'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생각했던 부분을 얘기해 주니까 순간 당황하기도 했지만, 지적하시는 느낌이 전혀 없어서 그런지 그냥 '네'하고 수긍했다. 버릇 같은 짧은 선 그리기는 생각보다 난제로 남았다.
나름 이걸 고치려고 찾은 게 고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은 머리를 찾고 있는 나를 보며 그만 웃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 과제는 좀 긴 거 그리자라고 생각하고 의식적으로 긴 머리카락만 찾았다. 핀터레스트뿐만 아니라 네이버 헤어 조회를 했다. 그냥 헤어를 조회하면 다양한 것이 나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하필 요즘 추세가 단발인 듯했다. 단발머리에서 다양한 스타일이 연출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찾는 재미와 알아가는 재미로 예시 이미지를 찾고, 그림을 그리고 다시 찾고, 그리고 반복했다. 어느새 머릿속에는 긴 머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잊은 지 오래였다. 마치 소설을 쓰면서 다양한 직업종을 읽어볼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헤어 스타일이 많구나는 것이 새로웠다. 다음에 글을 쓸 때는 이 머리도 묘사를 해볼까 하는 엉뚱한 생각에 헤어를 찾는 내내 즐거웠다.
나름 다양한 각도로 고래를 돌린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다. 각도에 따라 짧은 머리도 길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 그리고 보니까 대부분 단발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테이블을 정리했다. 실제 그리면 달라질지도 모를 거야... 생각하며... 나를 다독거렸다.
물론 헤어만 그리면 된다. 그런데도 얼굴 윤곽을 그린 이유는 헤어가 두상에 해당되기 때문이었다. 두상 따라 달라지는 모양새라 비록 원했던 긴 머리는 못 그렸지만, 대신 단발도 다양하게 바뀐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걸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