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그림 13 일차_초상화

2025년 07월 02일 수요일

by 그래

드디어 제발 오지 말라고 빌었던 초상화 그리기가 왔다. 그림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바로 초상화였다. 구도자체를 이해 못 하고 있으니 초상화는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선생님은 처음 배운 대로 하면 된다고 용기를 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나는 자신감이 없었다.


그림을 그리기 전 선생님은 말하셨다. 캠퍼스 전체를 사용하는 거라고 했다. 전체에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평소 종이에 한쪽 귀퉁이서 그리던 습관이 이 말은 쉽게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첫 그림은 캠퍼스에 중심도 아니고 반에서도 비켜난 위치에 그려졌다.


역시나 선생님은 캠퍼스를 모두 쓰는 방법에 관련해서 다시 설명해 주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알려주고 있었던 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 그리기도 그렇고, 구도를 잡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초상화를 그리면서 얼굴 구도를 다시금 연습하게 되었다. 전체 그림만큼 구도도 맞춰야 하니까 말이다.





두 번째 시도는 그나마 좀 크게 그렸다. 그런데, 두 사람이 모두 그리기엔 너무 크게 잡은 것이다. 전체 구조를 잡아야 하는데, 나는 한 사람만 전체적으로 잡았다. 그래서 나머지 한 명은 그릴 공간이 작으니까 결국 작아졌다.

실제 사진은 아직 그리지 못한 나머지 한 사람이 크다. 결론적으로 잘못된 그림이다.


사실 지우고 다시 그려도 된다. 그렇지만 나는 지우기보다는 다시 그리는 것을 선택했다. 이건 이대로 두고 그리기 전 어떤 점이 문제인지 찾아보는 용도로 두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초고는 지우면 안 된다. 1차 수정, 2차 수정 횟차가 늘어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파일로 저장해서 한다. 나의 이유는 간단다 하다. 초고가 글을 시작했을 때 원했던 바랐던 바람에 가깝기 때문이다. 제일 바람직한 전체적인 분위기이지만, 수정을 거듭하는 이유는 어색하고, 추가된 아이디어를 넣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글이 산으로 갈 수도 있다. 원래 쓰던 대로 쓰지 못하고 다른 길로 간다면 초고는 다시 원래의 글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그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세 번째 그림은 나름 만족하는 그림이 나왔다. 물론 닮지도 않았고, 겨우 느낌만 살렸을 뿐이다.

과제

물론 사진에는 똥손이다. 그래도 실제 그림이 더 잘 그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다. 여전히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함께 찍은 사진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 이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요? 우리 이만큼 떨어져 있었는데?"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다. 그나마 완성에 대한 뿌듯함을 주는 한 마디였다. 이제 겨우 연필그림에 적응이 되고 있는데, 점점 끝이 나고 있었다. 디지털 드로잉으로 그리는 느낌은 무엇일까? 어떤 느낌일까? 과연 이 연필그림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다양한 궁금증이 설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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