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드로잉 4일 차_라인 일러스트 1

2025년 07월 14일 월요일

by 그래

드디어 수요일이면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학원에 갔다. 날씨는 더웠는데, 기분은 좋았다. 게다가 조금 큰 크로스가방을 주문했는데, 그것도 왔다. 그런데 물통을 별도로 넣기 위해 주문한 가방은 아쉽지만, 내 물통은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좀 큰 가방이 생겼을 뿐이다. 학생들이 매면 참 예쁜 가방인데, 내가 메니까 그냥 아줌마 가방이 되었다. 뭐 모양이야 어떻든 가벼워서 좋았다. 게다가 휴대용 우산이 무겁다고 투덜 거렸더니, 남편이 가벼운 것으로 선물해주었다. 덕분에 몸이 한결 가벼웠다. 그 덕에 가방에는 책 한 권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책장을 가득 채운 책을 한 권씩 꺼내 뭘 읽을까 행복한 고민을 오랜만에 할 수 있었다. 기분 좋게 전철에서 독서에 빠져 있다가 그만 내릴 곳을 지나치고 말았다. 되돌아가는 전철을 기다리며 다시 꺼낸 책 때문에 한 차를 놓치고, 평소였으면 9시 50분이면 도착했을 학원에 10시 30분이 되어서야 겨우 도착했다. 서울 한 바퀴 돌다온 것 같았다.


숨고르기를 마치고 수업을 시작했다. 급하게 물 한모금을 들이키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그 사이 펜을 하나 꺼내와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무엇을 할지 훑어보며 포토샵을 열었다. 아직은 낯선 공간이라 그런지 그저 켜기만 할 뿐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기다렸다.


라인 일러스트는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법이었다. 라인을 긋고 그 안에 색을 넣는 방법으로 동화책을 그릴 예정인 나에게는 필수 수업이었다. 먼저 그리고 싶은 라인 일러스트 그림을 찾아야 했다. 처음 선택한 것은 저녁노을이 질 때처럼 텅 빈 지하철 내부로 비치는 장면이었다. 끄트머리에 앉은 여주가 잔뜩 늘어진 모습으로 잠든 모습이 있었다. 지친 듯하기도 하고, 피곤해 보이기도 하는 모습이 "딱, 나도 그리고 싶다."가 내가 선택한 이유였다. 하지만 간과한 사실, 이걸 보고 내가 그려야 한다는 거였다. 처음엔 몇 번은 시도했다. 그러나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너무 어려웠다. 사람 그리기가 가장 어려운 내게는 특히 어려웠다.


결국 예시 그림 중에 붕어빵 옷을 입은 짱구를 그리기로 했다. 그래도 만화고 쉬운 선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세상 쉬운 건 없다. 그냥 그렇게 생각만 했다.

짱구 라인.jpg


물론 나는 짱구를 그렸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짱아처럼 보였다. 몇 번 수정을 했지만, 역시나 짱아였다. 문득 글 쓰다가 캐릭터의 특징을 놓친 그런 느낌이었다. 이왕이면 짱구의 느낌을 더 살려보려 했다. 대고 그리는 것도 아니어서 아마도 내 그림 실력으로 더 나은 그림은 안 나올 듯하여 짱아로 만족하기로 했다.


반듯한 라인을 그리고 싶어서 몇 번이나 비뚤한 선을 그리고 있는데, 옆에 포폴반에서 그림을 그리는 지인이 단축키를 알려주었다. 그 모습을 보던 선생님이 처음엔 그냥 해보는 게 좋은데, 하시며 헛헛해하셨다. 그러나 이내 다음 시간에 지인이 알려준 몇 가지 단축키를 알려주시면서 내 그림은 이날 생각보다 빨리 완성되었다. 라인은 그림을 확대해 가능한 더 비슷하게 그리려 노력했다. 그림 실력이 영 형편없는 건 아닌지 완성하고 보니 얼추 비슷하게는 나왔다.


어쩌면 간단하고, 쉬운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4시간 동안 꼼짝없이 자리에 앉아 지우고 긋기를 한 거였지만 말이다. 30분의 시간 여유가 생겼다. 그 틈에 그림을 그렸다. 전부터 그리고 싶었던 비 오는 장면을 그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둥근달이 아닌 초승달을 어찌 그릴 지 고민하고 있으니 도형의 합치고, 지우는 것을 이용해 만들 수 있다며 선생님이 알려주셨다. 그리고 별도 일일이 그리는 것이 아닌 복사해서 붙여 넣는 식으로 여러 개의 레이어를 만들거나 같은 레이어에 만들 수 있다는 말에 오늘도 하나의 시화를 완성했다.


그동안 배운 브러시 외에 다른 브러시를 다양하게 씀으로써 연필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표현을 했다. 역시 디지털 세상은 좋다. 모르면 어려운 기계에 불과하지만, 알면 새로운 창작을 만들 기반이 되어주니까 말이다. 상상했던 있던 그림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기법은 얻을 수 있으니, 그림이라는 것이 다시금 재밌어지고 있었다.


앞으로 더 어떤 기능을 배울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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