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9일 수요일
처음으로 수업 중간에 들어갈까 고민했다. 9시 50분에 도착해서 한참 설명 중인 선생님을 바라보다 그 옆 빈 교실로 들어갔다. 빈 교실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주 주말에 온라인 줌으로 내 책 [내 옆에 앉은 아이] 독서토론 진행을 직접 하기로 약속해 관련 질문을 정리했다. 책에 관해 말하고자 했던 것들을 질문으로 정리하고, 바로 옆 교실이니까 포토샵이 깔려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보았다. 마우스라도 좋으니까 그려보고 싶었기 때문인데, 없었다. 아쉬움에 바라본 컴퓨터에는 어도비는 일체 아무것도 없었다.
바람이 유독 불던 날씨에 관련 시를 쓰고 있는데, 수업 시간이 되었다. 앞전 학생들이 나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혹시 내 자리에 사람이 있나 없나 보는데, 맨 앞자리는 인기자리인 듯했다. 역시나 있었다. 오전 수업은 힘들겠구나 생각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은 브러시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펜을 누르면 브러시가 나왔다. 오늘 사용할 브러시를 설정하고, 브러시의 굵기를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라인 컨트롤을 연필그림에서 선긋기와 비슷했다. 핀터레스트에 라인 일러스트를 검색해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고르라고 했다. 무엇을 선택해도 좋으나 꼭 그리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셨다. 그래야 어려워도 끝까지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내가 선택한 그림은 귀여운 아기 그림이었다. 비옷을 입은 듯한 눈이 동그란 그림이었는데, 얼굴을 어떻게 그리지 고민하면서 시작했다. 1교시 때는 흐릿한 밑 배경을 두고 그 위에 레이어를 넣어 따라 그렸다. 선을 쓱쓱 긋고 싶었지만, 줄이 마음대로 구물 구물 했다. 연필그림 그릴 때도 세로선을 못 그렸는데, 디지털 드로잉도 세로선은 도저히 못 그었다. 그때 선생님이 스케치를 회전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가장 기본적인 단축키를 알려주면서 손가락에 익히라는 말을 계속했다.
회전은 R
원상복구는 ESC
브러시는 B
지우기는 E
가능한 마우스는 쓰지 않고, 이 네 가지 단축키를 이용해 라인 그리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확대하면 얼마큼 커지는지 알았다. 예전에 만화 작가가 주인공인 웹툰을 본 적이 있었다. 거기서 선 따기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때 궁금한 것을 이제야 풀 수 있게 되었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면서 동시에 간단하고, 쉬운 작업이었다. 모르니까 쉬웠다. 그러나 한 시간을 통으로 그러고 나서 왜 이게 일이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캐릭터 저작권이 있을 것 같아서 일부만 담았다. 확실히 확대하니까 어설픈 작업이었다는 것이 티가 난다. 이 부분은 제일 처음 그렸던 것으로 나중에야 화면을 최대한 키워 섬세하게 그리려 노력했다. 처음엔 이걸 어떻게 따라 그리지 고민했었다. 그런데 실수로 커진 화면 덕에 오히려 작업하기 쉬웠다. 겉 라인을 따라 그리고 안에 색칠을 하고 다시 줄이니 오히려 그림과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확대를 하고 축소하는 방법을 다시 알려주었고, 브러시의 손떨림 보정하는 법도 알려주었다. 그제야 구불구불하던 선이 좀 매끄럽게 그려졌다. 확대하고 줄이고, 확대하고 줄이 고를 반복하며 작품을 그렸던 작가님이 그렸던 것과 비슷한 선의 굵기를 만들어 나갔다. 처음엔 그냥 낙서에 불과한 것이 라인이 크고 작아짐에 따라 표현하고자 하는 모습이 어느 정도 닮아갔다. 그래도 다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뭐든 모작은 모작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모작만큼 실력을 키우기 좋은 건 없다. 글도 마찬가지다. 기존 작품을 필사하고, 읽고 내 글에 적용하면서 조금씩 필력이 늘어난다. 그림도 다르지 않은 거 보면 창작은 역시 배움이나 실력은 늘리는 방법은 비슷한 것 같다. 다행이다. 글을 계속 써 와서 그림 배우는 것도 재밌게 할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