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29일 화요일
원래 기획했던 것을 안 할 거라고 정했더니, 무엇을 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내가 지은 동화는 총 3편이다. 하나는 아기들 수면용이기 때문에 좀 길다. 그래서 동화책으로 짧은 기간 완성은 어렵다. 또한 표현할 게 너무 많았다. 꿈속을 그려야 하기에 다양한 것들이 나왔다. 별과 꽃, 나무와 들판, 또한 아이들도 엄청 나왔다. 그래서 패스. 다른 하나는 [화가 난 바람]이다. 이건 자연의 일화를 동화로 엮은 거라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구상은 가능했으나 그림 실력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바람은 어떻게 표현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또한 정형화된 그 무엇에 표정을 어떻게 담을지도 고민되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학원으로 가는 긴 등원시간 동안 머리를 굴리던 난 색이 눈에 들어왔다.
저 색으로 동화를 지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책답게 내용은 최대한 짧지만, 교훈을 담아내었다. 그림은 최대한 단순하게 그리고자 했다. 그랬더니 머리가 갑자기 환해진 기분이 들었다.
수업이 시작할 때까지 원고작업을 마쳤다. 이젠 그리고 글자를 붙여 넣기만 하면 되었다. 수업하는 동안 페이지에 나오는 등장하는 모든 것을을 각 레이어에 그렸다. 그리고 순서를 바꿔가며 가장 어울리는 위치를 잡았다. 마지막으로 캐릭터. 책이니까 모양은 단순하게 좋았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면 책이니까 말이다. 영상이야 떨림 같은 것만 넣어도 말하는 느낌이 나지만, 책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서 고민한 게 그림자처럼 표현하는 것이었다.
무언가 많은 그 무엇에 글자를 올리니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오셔서 텍스트 디자인하는 방법 알려주셨다.
가장 원하던 스타일의 텍스트 디자인이었다. 덕분에 글자가 잘 보였다. 몇 개의 작업을 끝내고 있는데, 선생님의 뼈 있는 한 마디의 머리가 멍해졌다.
"글자가 너무 많지 않아요?"
물론 알고 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단시간에 완성하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이라는 말에 선생님이 또 웃으셨다.
"꼭 강의 중에 안 끝내도 돼요. 계속 작업하면 되죠."
그렇게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틀린 말은 없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굳이 내 주장을 내세운 이유가 뭘까? 마치 글은 내가 더 잘 안다는 우쭐함이지 않을까 생각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 숨고 싶었다. 그냥 그때 "그래요? 그런가?" 같은 솔직한 대답을 하지 못한 나 자신을 탓했다. 내 말처럼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깨닫는 순간 더 부끄러워졌다.
아, 나이를 헛 먹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서 원본 수정에 들어갔다. 선생님의 조언대로 수정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알았으니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림이야 수정하면 된다. 텍스트 레이어만 지우면 되기에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원고였다. 지문을 위한 글이었기에 대화문을 위한 글로 바꾸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말만 담아야 했다.
대화만 읽어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면서도 쓸데없이 길어도 안 되었다. 밤늦게까지 원고를 수정하고, 페이지 하나에 넣어보기를 반복했다.
아침이 되도록 난 기본 밑바탕 스케치를 끝냈다. 이제 제대로 그리고 색칠만 하면 되게 만든 다음날 등원을 서둘렀다.